지식 덕후의 탄생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수업을 했습니다. 착오가 있어 원래 맡기로 했던 과목이 아닌 과목을 맡아 공부를 새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중에서는 당장 과목 이름에 있는 '관광 콘텐츠'라는 말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쉽게 정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확실히 정의하는 일에 소홀합니다. 한국에 살 때는 몰랐는데, 우연히 중국에 가서 살게 되니 확연히 보였습니다. 중국은 서양 브랜드도 자국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 등록할 때면 중국어를 정의해야 합니다.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거주를 위해 우리나라의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기관에 가서 가족들의 한자 이름을 모두 등록해야 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출장 오면 들렀던 대형 서점에서 <축적의 시간>을 만나고 끌리듯 사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축적'이라는 말이 자석처럼 제 마음속 깊이에 있는 끌어당긴 듯했습니다. <축적의 시간>은 마치 서울대 공대 교수님들이 모여서 쓴 일종의 반성문처럼 보였습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토양 위에서 기초 과학이나 축적이 필요한 개념적인 정의가 부족했던 학계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구나 싶어서 반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국인도 한국 문화의 특징으로 알려진 '빨리빨리'는 비약적 경제 성장과 공진화한 것으로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지닙니다. 맨땅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하긴 했지만 그만큼 우리는 당장의 성과가 중요해서 차분히 묻고 따지고 기록하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정의에 소홀한 우리 문화에 대해 인지한 것을 썼는데요. 결과적으로 관광 콘텐츠 개발에 대해 수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관광 콘텐츠'에 대한 공식 정의가 없는 듯하여 당황했던 순간에 대한 회고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은 시작이 막막할 때 인공지능이 곁에 있습니다. <듀얼 브레인>에서 배운 '일단 AI와 시작하기'를 활용합니다. 퍼플렉시티(이하 '퍼플')가 전한 요약은 이렇습니다.
“관광 콘텐츠란 관광자원, 지역문화, 스토리, 체험활동 등 관광객이 체험·소비할 수 있도록 구성된 매력적 요소들의 집합으로, 관광의 가치를 전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내용물이다.”
그러나, 공식적 정의는 아닌 업계 용어 정도라고 보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관광 콘텐츠”라는 표현은 법률적·공식적 정의가 명시된 용어는 아니지만, 문화·관광 행정과 학계에서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개념 정의가 존재한다.
사실 '공식적(公式的)'이라는 말도 모호하다 할 수 있지만, 법적 표현은 아닌 듯하고, 위키백과[1]와 네이버 사전에도 정의는 없습니다.
가장 공식적인 느낌을 주는 관련 기관인 관광공사의 정의를 퍼플이 추려 줍니다.
한국관광공사(KTO)는 “한국의 매력적이고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발굴·육성하여 즐거운 관광을 실현한다”로 설명하며, 관광 콘텐츠를 관광객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지역 자원, 문화 요소, 스토리 등을 가공한 관광상품 또는 체험요소로 본다.
K-관광 콘텐츠로 좁혀진 내용을 보니 최근 인상 깊게 봤던 영상이 떠오릅니다. 날카로운 시각을 지닌 외국인이 유창한 한국말로 K콘텐츠의 특징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상입니다.
퍼플 덕분에 대학교나 연구기관 정의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선대학교 연구에서는 “관광지와 관련된 관광자원과 관광매력물 같은 내용물로, 디지털·출판·스토리텔링 등의 매체를 통해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관광 내용물”로 규정한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웰니스 문화광광학과 교육자료에서는 “관광 콘텐츠란 다양한 형태의 관광에 활용되는 각종 소재로서, 관광자원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관광자원”으로 정의한다.
전자보다는 후자가 조금 더 업데이트된 정의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제가 찾아낸 정의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관광사업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방문객이 체험하거나
소비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포괄하는 개념
다시 보니 이들을 토대로 퍼플이 정의한 내용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광 콘텐츠란 관광자원, 지역문화, 스토리, 체험활동 등 관광객이 체험·소비할 수 있도록 구성된 매력적 요소들의 집합으로, 관광의 가치를 전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내용물이다.”
한편, 위키피디아를 보니 World Tourism Organization란 곳에서 관광 상품(Tourism products) 정의가 있었습니다.
a combination of tangible and intangible elements, such as natural, cultural, and man-made resources, attractions, facilities, services and activities around a specific center of interest which represents the core of the destination marketing mix and creates an overall visitor experience including emotional aspects for the potential customers. A tourism product is priced and sold through distribution channels and it has a life-cycle.
두 개념이 매우 비슷한 듯하여 다시 퍼플에게 도움을 청한 후에 표로 구성해 달라고 했습니다.
마치 동일한 복합물을 두고 소비자(관광객) 접점에서 보면 관광 콘텐츠가 되고 공급자(여행업자) 접점에서 보면 관광 상품이 되는 듯합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관광 콘텐츠는 없지만 문화 콘텐츠는 페이지가 있었습니다.
최근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도보 관광’ 상품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근간으로 한다. ‘골목’이 대표적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또한 문화콘텐츠의 활용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바람직하든 아니든 간에 문화콘텐츠가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 경쟁력을 제고하는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지자체의 문화콘텐츠 발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공공 디자인>이라는 책 내용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인용했던 정의에서 '방문객이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라는 표현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을 준 내용이 있는데요. 바로 콜린스 사전에서 찾아본 contents 단어에 대한 사전 정의입니다.
1. everything that is inside a container
2. all that is contained or dealt with in a discussion, piece of writing, etc; substance
[1] 관광 페이지 안에서 검색해 봐도 '관광 콘텐츠'라는 단어는 쓰이고 있지 않습니다.
(63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4. 기억의 3 계층 그리고 점진주의와 프레임 문제의 관련성
65.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는 월드 모델과 들쭉날쭉함의 원인
67. Validation 번역은 검증이 아닌 타당성으로 하자
68. '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71. 찰라살이에서 두 가지 나로, 다시 느슨한 결합으로
72. 인터페이스로 등장한 자연어와 일관성 기술의 등장
73. 개발 조직에도 정의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75. 콘텐츠를 사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습관을 만드는 힘
76. 인간은 특별한 기계이고, 지능은 창발적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