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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에 이어서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을 읽고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저자가 피터 틸Peter Thiel을 다룬 내용이 두 부분을 나뉘는데, 그중에서 전반부를 먼저 다룹니다. <제로 투 원>을 읽었지만 피터 틸에 대해 아는 것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이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킹메이커 피터 틸과 파운더스 펀드의 동지들

젤린스키도 아니고 트럼프가 TV쇼 광대라니, 금시초문이었습니다.

리얼리티 TV쇼의 광대가 정말로 세계 최강국의 왕좌를 차지했다. 설마 설마 했지만 리얼리 현실이 된 것이다. 그 초현실적인 결과에 충격과 공포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대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그래서, 퍼플렉시티(이하 '퍼플')에 물으니 도널드 트럼프는 실제로 리얼리티 TV 쇼인 NBC의 《어프렌티스(Apprentice)》에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출연하며 진행자 역할을 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고 정치에 진출했다고까지 말합니다.


하지만, 그가 혼자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면 피터 틸을 다룬 글에 트럼프가 등장하지는 않았겠죠.

틸은 동지들과 함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내 미국을 재건할 기회가 열리고 있었다. 틸이 정권 인수팀의 핵심 보직을 맡을 것임이 확실했다. 서둘러 그와 함께 미국을 인수하고 개조할 팀을 짜야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보스, 틸에 대한 존경과 신뢰만큼은 무한했다.

트럼프가 암호화폐 친화적인 된 배경에도 피터 틸이 있었군요!

트럼프는 이 나라의 창조적 파괴자가 될지 몰랐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워싱턴에 주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단아가 8년을 집권한다면 파운더스 펀드와 틸 재단(Thiel Foundation) 이 오래 꿈꾸었던 기술 친화적 신세계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디지털 신문명국가를 만들고, 식품의약국(FDA) 규제를 완화하여 수명연장 기술 등 바이오테크의 전성기를 이끌 수도 있었다.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탈중앙화로 가는 길을 앞당길 수도 있었다.


트럼프의 음모론과 피터 틸의 행정국가 파괴

딥스테이트라는 처음 듣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2016년 11월 11일,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틸을 정권 인수팀 멤버로 발표한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렸던 수석전략가 스티븐 배넌과 한 팀을 이루었다. 틸의 역할은 분명했다. 워싱턴의 딥스테이트, 행정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다.

처음 듣는 말이어서 퍼플에 물었습니다. 그 결과를 훑다 보니 이미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있는 말이었습니다. 크롬 번역한 정의를 싣습니다.

딥 스테이트는 정부 내에서 운영되지만 정치적 지도부와는 독립적으로 자체의 의제와 목표를 추구하는(실제 또는 상상의) 허가받지 않은 비밀 권력 네트워크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진영이 제기한 음모론은 별도 페이지로 존재할 정도였습니다.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보기관과 행정부 관리들이 유출이나 기타 내부 수단을 통해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을 지칭하기 위해 딥 스테이트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중략> 딥 스테이트라는 개념은 트럼프 지지 음모론 운동인 QAnon의 핵심 교리입니다.


피터 틸이 꿈꾸는 관료제 국가의 전면적인 대수술

유튜브 추천으로 본 DOGE 영상 때문에 다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선출되지 않은 수십만 공무원이 이 비대하고 무능한 연방기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세금을 축내고 있었다. 이들이 정부 안의 정부 역할을 하면서 정권과 상관없이 정책을 제멋대로 조정하며 나라를 망치고 있었다.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으로, 미국이 떠안고 있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차기 정권으로 계속 미루는 것이 습관이자 관습이 되어버린 이들이다

아마도 최애 유튜브 구독과 진혜원 검사님 페북 글을 본 탓에 유튜브가 추천한 듯합니다. 반면 한국에서 노출되는 정보는 해고나 감원 방식의 폭력성만 지나치게 강조한 듯했습니다. 하지만, 어렴풋하게 재경부 모피아와 비슷한 국민 다수에 피해를 주는 행정관료집단의 존재가 어른거렸습니다.


다음 문장에서 피터 틸의 인내심과 집요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98년 12월 페이팔(ParyPal) 창업 때부터 꿈꾸어오던, 관료제 국가의 전면적인 대수술을 가차 없이 집도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그의 성정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더 있습니다.

틸은 폴에게 정치자금을 대주었다. 물론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밑밥을 깔아 두는 것이다. 진지를 구축해 두는 것이다. 오프닝게임, 빌드업을 하는 것이다. 고커를 침몰시키는 데도 9년이 걸렸다. 워싱턴의 양당 체제와 행정국가를 허물어뜨리는 데는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다시 아메리카를 위대하게 만들려는 피터 틸

트럼피즘은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있었습니다.

'민중후보' 트럼프가 아쉬운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민초들은 짠내 나는 보통사람들이었다. <중략> 트럼피즘에 근사한 때깔을 입혀줄 셀럽이 간절했다. 트럼프 월드에 반드시 필요한 깨소금 역할을 피터 털이 맡아준 것이다. 전당대회의 연사로 무대에 오른 것이다.

'팔란티어' 이야기와 함께 들었던 듯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한때 맨해튼 프로젝트로 핵폭탄을 완성하고 달에도 사람을 쏘아 올렸던 이 위대했던 국가의 참담한 기술적 쇠퇴를 역설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여전히 플로피디스크를 쓰고 있단다. 비가 내리면 전투기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다시 위대한 아메리카를 위해 트럼프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사실에 가깝다고 믿게 됩니다.

이민자 출신의 동성애자 억만장자가 본인이 미국인이라는 점이야말로 가장 자랑스럽노라며 떳떳하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실리콘밸리의 갓파더와 저학력 노동계급의 풀뿌리 민중이 애국보수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와 틸과 인민 사이의 삼각동맹이 체결되는 분수령이었다. MAGA의 형질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중략>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틸은 붉은색 복장에 금발 가발을 쓰고 입장했다. 헐크 호건의 코스튬으로 분장한 것이다. 헐크와 트럼프, 두 개의 패를 쥐고 틸은 2016년을 완전히 장악했다. 틸에게 트럼프는 정치혁명의 수단, 워싱턴의 쌍적폐를 청산할 또 한 명의 헐크에 다름 아니었다.


한편, 피터 틸의 정치 행보가 꽤 오래된 일임을 알게 해주는 내용을 만납니다.

틸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신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피력해 왔다. 망가져버린 미국의 시스템에 직면하여 논객이자 지식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창업가들의 자기 계발서처럼 읽히고 있는 《제로 투 원》도 실은 2014년 출간 당시의 본디 취지는 미국의 현실에 대한 틸 나름의 처방전이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트럼프 이전에 확실한 무기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기술의 해방공간을 창출하기 위하여 직접 국가권력을 찬탈해 나라의 틀과 꼴을 개벽해야 했다.


통쾌한 장사의 신의 가세연 응징을 떠올리다

하지만, 피터 틸이 우리나라 극우와는 양상이 다른 듯합니다.

역사상 언론사에 내려진 최대의 배상액이었다. 한 시절 온라인 세상을 주름잡던 고커미디어의 피가 법정 바닥에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우리 극우는 MPC스러운 키보드 워리어와 극우 교인들을 활용해 혐오 장사를 하는 이들이 주도합니다. 피터 틸이 고커미디어를 응징한 일은 최근 있었던 '장사의 신의 가세연 응징'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를 읽고 쓴 글

1. 트럼프 2.0은 미국판 문화 대혁명인가?

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3.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4.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5.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79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7.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

189.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

190.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

191. 율리시스의 계약이 알려주는 타인의 말에 경청할 이유

192. 소프트웨어의 꿈은 인공적인 자연 상태가 되는 것이다

193. 어디에나 통하는 건강한 성장의 비밀

194. 혁신을 낳는 동력은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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