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평균적으로 한 달에 한 번 기적을 경험한다>에 이어서 <Same as Ever>의 6장 '뛰어난 스토리가 승리한다Best Story Wins'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흥미로운 다발말[1]입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현대의 가장 탁월한 스토리텔러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는 원고를 수정할 때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읽어주곤 했다. 어떤 단락을 읽었는데 그들이 지루해하면 그 단락은 삭제했다. 그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지거나 몸을 앞으로 더 기울이거나 미간이 찌푸려지면, 트웨인은 그 부분을 늘리고 한층 더 세심하게 보완해 완성했다. 때로는 하나의 훌륭한 스토리 안에서도 빛나는 구절이나 문장이 거의 모든 일을 한다. 사람들은 책이 아니라 문장을 기억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글을 쓰다 보니 다시 읽게 되는데, 이번에는 마크 트웨인이야 말로 '릴리즈'의 힘을 제대로 알고 피드백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신이 세계적 역사학자인데 수십 년 만에 어떤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관해 새롭고 획기적인 사실을 알아냈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을 영상화할 때 특정한 문장 길이가 음악의 박자와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켄 번스는 고민한다. 그래서 미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의 거장이 된 것이다.
<사피엔스>의 거대한 담론에 압도되었던 2019년이 떠오릅니다. 그러고 보니 그전에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재미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만드는 글을 만듭니다.
세상 사람들은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인내심이 부족하며, 감정에 쉽게 지배당하고, 복잡한 정보가 마치 스토리의 한 장면처럼 이해하기 쉬워지기를 원한다.
얼마 전에 쓴 <세상이 바뀌면 내가 쓰던 말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덕분이죠. 한 발 더 나아가 최봉영 선생님 덕분에 재미의 한자 어원이 '滋味'란 점을 알고 이리저리 써보려던 흔적[2]도 만납니다.
재미의 한자 어원이 '滋味'란 것에 대해 퍼플렉시티에게 근거를 추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재미의 어원으로 설명하는 滋味(자미)는 '자양분이 많고 좋은 맛'을 뜻하는 한자어입니다. 滋는 '불을 자'이며, '자라다, 늘다, 많아지다' 등의 뜻이 있고, 味는 '맛'을 뜻합니다. 이 두 글자가 합쳐져 본래는 몸에 이로운 성분이나 좋은 맛을 나타내며, 이것이 우리말의 '재미'로 변화한 것입니다. '자미'가 언어 현상인 ㅣ 역행동화에 의해 '재미'로 바뀌면서 말뜻도 '좋은 맛'에서 '아기자기하게 즐거운 기분이나 흥취'로 의미가 확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어 "무자미(無滋味)"는 '영양가나 맛이 없다'는 뜻으로 '재미없다'와 연결됩니다. 즉, '재미'라는 말은 본디 좋은 맛, 즐거움과 긍정적 정서의 의미가 한자어 滋味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밑줄을 쳤던 다음 글을 다시 보니 빛의 속도로 공감한 후에 생각이 과거로 갑니다.
스토리텔링 기술이 가장 뛰어난 달인은 아마도 코미디언이 아닐까 싶다. 코미디언은 가장 멋진 사상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잘 알면서도 똑똑해 보이려 애쓰기보다는 사람들 앞에서 기꺼이 웃음거리가 되니까 말이다.
인생책 <대체 뭐가 문제야>를 몇 차례 읽은 후에도 미스터리였던 유머 감각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가 떠오른 것이죠.
유머 감각이 없는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말라
어쩌면 또 다른 난제인 '협상론적 세계관'을 실현하는 열쇠도 유머 감각에서 찾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칩니다. 뒤이어 등장한 마크 트웨인의 말은 저에게 한 방 먹이는 느낌입니다.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유머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떠벌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똑똑함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반성하고 마음에 새깁니다.
다음에 인용한 글을 볼 때면, 요즘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에게 매료되는 이유가 어쩌면 난제를 풀기 위해 무의식이 눈치챈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렛대는 적은 힘을 들여 최대한의 잠재력을 뽑아내게 한다. 빌린 돈을 지렛대 삼아 자산을 불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를 지렛대 삼아 복잡한 아이디어나 이론을 전달할 수 있다.
스토리는 지렛대군요. 그중에서도 유머는 최고 성능의 지렛대고요.
가장 설득력 있는 스토리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해주는 스토리, 또는 사람들이 직접 경험한 것과 관련된 스토리다.
이를 위해 '감정적 지불'을 하는 것이 협상의 핵심이란 점이 6월에 눈치챈 내용이 아닌가 다시 곱씹어 봅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출처는 다음 글과 링크입니다.
함께 써야 말이 되는 이치 그리고 씨말을 따져 보는 일
1.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2.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72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3.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시대를 열다
174.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
175.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176. 지구 생명 탄생에서 달, 바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역할
177.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