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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먼저 온 미래>에서 인용한 <Same as Ever>는 <먼저 온 미래> 만큼이나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다음은 <Same as Ever>의 서문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이 커다란 깨달음을 준다

워런 버핏이 서점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주제이자 인물인 이유를 잘 보여주는 대화입니다.

짐이 워렌에게 물었다. "암울하군요, 과연 경기가 회복될까요?" 그러자 워렌이 이렇게 질문했다. "짐, 1962년에 가장 많이 팔린 초코바가 뭔지 알아요?" "모르겠는데요." "스니커즈였어요. 그럼 현재 가장 많인 팔리는 초코바가 뭔지 알아요? "모르겠습니다." "스니커즈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뉴스News, 다시 말해 새로운 것들과 변화에 주목하는 반면 버핏은 '불변하는 사실'에 집중한다는 점이 직관을 거스르는 힘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책은 이를 해설해 줍니다.

변화는 우리의 주의와 호기심을 끌어당긴다. 새롭고 놀랍고 흥미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변하지 않는 행동 방식이야말로 우리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보고다.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이 되기 때문이다. 당신의 미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 말이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어디에 살든, 나이가 몇 살이든, 돈을 얼마나 많이 벌든, 인간의 행동 방식에서 시대를 초월한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E.H. 카가 말했던 역사의 의미도 함께 떠오릅니다.


서론에서 이 책의 주제를 분명하게 밝히는 다발말[1]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삶뿐만 아니라 '상상 가능한 모든' 삶의 버전에서 변함없이 참인 것은 무엇일까? 그 보편적인 진실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운이나 우연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 '운'이란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에 '운칠기삼' 이후의 배움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이후 책은 23장으로 이뤄집니다. 서문의 제목은 '인생의 작은 법칙들'인데, 아마도 각 장이 하나의 작은 법칙인 듯합니다.


별생각 없이 무심코 내린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

이어서 1장 '이토록 아슬아슬한 세상Hanging by a Thread'에서 밑줄 친 내용을 다룹니다.


아래 다발말을 읽을 때는 운 대신에 '육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나는 심사숙고하지도 않았고, 위험을 계산해보지도 않았다. 전문가에게 조언을 들은 것도 아니고, 갈 경우와 안 갈 경우의 장단점을 따져본 것도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운이었다. 별생각 없이 무심코 내린 결정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됐다. 그때까지 살면서 내린 그 어떤 결정보다도, 그리고 앞으로 내리게 될 그 어떤 결정보다도 훨씬 중요한 결정이었다.

아마 최근에 쓴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때문인 듯합니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는 생명에 내재된 힘을 믿는 편이 적어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는 더 유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흐릅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서도 그런 결정이 있었나 떠올려 봤습니다.

별생각 없이 무심코 내린 결정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됐다.


저 역시도 중요한 결정은 죄다 계산 없이 직감에 따라 내린 결정들이었습니다.


사건이 아닌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주목하라

저자는 과거를 보아도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흔히들 "미래를 알려면 먼저 과거를 보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를 보아도 미래는 알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세상 모든 일은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혼합되고, 그 결과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운칠기삼'의 세상을 살기 위해 늘 두 가지를 기억한다고 합니다.

운과 우연에 이토록 취약한 세상에서 나는 두 가지를 늘 기억하려 애쓴다. 하나는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토대로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 책의 전제이기도 하다.

사건을 예측하려 하지 말고 사람들의 행동 패턴에 초점을 맞추라고 합니다. 여전히 난해하게 여겨지는 '협상론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지침입니다. 두 번째 지침도 볼까요?

내가 기억하려 애쓰는 또 다른 하나는 열린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즉 현재 상황을 뛰어넘어 늘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의 세상 모습이 어떻든, 무엇이 당연해 보이든, 내일이 되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작은 우연 때문에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돈과 마찬가지로 사건도 복리 효과를 낸다.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입장 혹은 태도입니다. 자신이 만든 합리라는 우물 안에 갇히지 않는 것이라 하겠네요. 환경을 환경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가 예측 불가능한 이유로 저자는 사건도 돈처럼 복리 효과를 낸다고 말합니다.

복리 효과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미약하게 시작된 뭔가가 나중에 얼마나 거대해질 수 있는지를 처음에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예측할 수 없다는 속성이 리스크를 위험한 것으로 만든다

이어서 2장 '보이지 않는 것, 리스크Risk Is What You Don't See'에서 밑줄 친 내용을 다룹니다.


제가 본 Risk에 대한 가장 멋진 정의입니다.

재무 설계사 칼 리처즈Carl Richards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이 모든 시나리오를 남김없이 고려했다고 생각한 후에 남는 것이 리스크다." 리스크의 정확한 정의가 아닐 수 없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비한 후에 남는 것. 리스크는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리스크를 다룰 때, 반복해서 써먹을 정의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요즘은 저렇게 긴 문장을 외울 수 없다는 것인데요. 브런치 링크의 숫자라도 외워야겠습니다.


이어서 다음 다발말을 읽다 보면 마치 앞선 인용문을 논증하는 내용이란 생각마저 듭니다.

만일 가장 큰 리스크가 뭔지 안다면 뭔가 대비책을 세울 테고, 대비책을 세우면 그 일은 덜 위험한 것이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은 곧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리스크를 결코 완전히 정복할 수 없는 것이다.

다음 글을 읽을 때는 어쩐지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한다'의 사람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말했다. "우리는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자신이 믿는 모든 것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한다.


비록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지만...

찾아보니 작년에 인생책 <대체 뭐가 문제야>를 다시 읽으면 정리했던 <내가 정말로 해결안을 원하는지 보지 못하고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노하우를 배우던 여정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2장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아래 두 가지를 기억한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지진을 바라보는 것처럼 리스크를 바라보라. 그들은 대규모 지진이 언제고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일어날지는 모른다. 비록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구급 대원들이 준비돼 있고, 어쩌면 지진이 100년 동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건물이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둘째, 상상할 수 있는 리스크만 대비하면 상상하지 못한 리스크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니 개인 재정을 관리할 때는 너무 많다 싶은 액수가 적절한 저축액이라고 생각하라. 저축액은 과하다고 느껴질 정도가 돼야 한다.

제가 했던 끔찍한 실수와 연결해 보니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조금 감이 오는 지침입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결정 하에서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전제로 계획을 세우고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 말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6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4. 사라진 매머드는 장미목 코끼리과의 동물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66.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67.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68.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169.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70.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상어

171. 다섯 번의 대멸종과 상어가 지나 온 대멸종의 역사

172. 자연선택이 알려준 반복과 마주하기의 힘

173.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시대를 열다

174.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

175.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176. 지구 생명 탄생에서 달, 바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역할

177.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78. 트럼프 2.0은 미국판 문화 대혁명인가?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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