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모든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우리가 보는 풍부한 생명의 시대는 지질학 관점에서는 현생 누대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고 합니다.
46억 년 전부터 5억 년 전까지 41억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전 지구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는 사실을. 그야말로 장대한 생명 탄생의 역사다.
위 인용문을 보며 '왜, 굳이 5억 년 전인가?' 물었다가 퍼플렉시티를 통해 그 이유를 파악합니다. 현생누대는 캄브리아기 대폭발[1]을 시작점으로 두기 때문인데요. 한편, 캄브리아라는 이름은 웨일스 지방의 고생물 화석과 침전암 지층을 연구에서 발견한 것이라 웨일스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다음 내용은 달이 지구의 생명에 미친 지대한 영향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초기 지구 가이아Gaia가 원시 행성 테이아Theia와 충돌한 후 지구와 함께 탄생한 천체다. <중략>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를 결정하고 지구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달의 중력은 지구 바다에 밀물과 썰물을 일으켜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진화를 지원한다. <중략> 자네의 중력은 물을 섞어 영양분을 분해하고 다양한 서식지를 만들었어. 조석의 혼합은 생명체 증식에 필수적이었지. 그게 다가 아니야. 자네의 영향력은 지구 자전을 안정화시켰어. 낮과 밤의 주기가 일정해졌지.
이어서 비슷하게 생명 탄생과 진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바다가 소개됩니다.
주로 혜성과 소행성이 가져다준 선물이다. 열수분출구 환경에서 생명을 탄생시켰으며 진화의 본고장이었다. 현재도 지구 생명의 원천이다. 달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다양한 환경을 제공한다.
한편, 퍼플렉시티를 통한 검색에 따르면 바다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으며 소행성 기원설도 꽤 근거가 있는 모양입니다.
달: 혜성과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가져온 물이 뜨거웠던 지구를 식히고, 수증기가 형성되고 또 비가 내리는 과정을 거치다가 40억 년 전에 자네, 바다가 나타났어. 나보다 5억 년 어린 셈이지.
바다: 공기 중의 수증기가 물이 되고 분지를 채웠지. 그리고 바다가 되었어. 난 생길 때부터 자네를 느낄 수 있었지. 몸이 이리저리 쏠리는 거야. 그땐 자네가 엄청 가까이 있었잖아. 지금보다 6배는 크게 보였다고. 그러니 밀물과 썰물이 얼마나 대단했겠는가? <중략>
바다: 당시 밀물과 썰물은 에너지와 영양분을 분배해서 생명이 시작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만들었어.
달: 혜성과 화산 폭발도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어. 물과 광물을 가져왔고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으니까. 그 무대가 바로 자네, 바다지.
바다: 달의 존재는 바다만큼이나 중요했어. 우리는 함께 생명으로 가득한 행성을 위한 토대를 만든 거야.
이야기는 바다와 달의 대화로 펼쳐집니다.
바다: 그때 자네가 태어나면서 모든 것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자네가 지구 자전축을 23도 기울이면서 지구에 계절이 생겼잖아. 자네가 없었다면 아직도 지구는 계절이 중구난방이었을 걸세.
달: (생각에 잠긴 채) 그래, 그랬지. 하지만 지구 역사에서 최고의 장면은 지구에 물로 가득 찬 바다, 자네를 봤을 때야. 자네와 나는 함께 수많은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목격했어.
<월말김어준> 박문호 박사님 강의에서 자주 들은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합니다.
달: 생명 탄생을 위한 많은 실험이 있었지만 결국 하나만 성공해서 루카가 되었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나는 시아노박테리아가 산소를 생산하면서 지구 환경을 극적으로 바꾼 장면이 기억나. 내가 만든 밀물과 썰물이 바다를 섞어 영양분을 퍼뜨리고 생명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
하지만,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아 퍼플렉시티에 물었더니 산소 대량 방출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을 유발한 주인공이 바로 시아노박테리아였습니다. 그리고 퍼플렉시티가 참조한 출처를 보니 눈길을 끄는 그림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따라가다가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생성하는 유일한 세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에도 이와 관련한 내용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30억 년 전에 등장한 시아노박테리아를 말하는군. 남세균이라고도 하지. <중략> 시아노박테리아인지 남세균인지가 산소를 마구 생산하고, 그 산소가 바다에 차곡차곡 쌓였잖아. <중략> 산소가 없을 때는 발효만 하던 세균들이 산소호흡을 하는 고세균과 어울려 살기 시작했지. 그러다가 어느 날 눈이 맞았는지 같이 살더라고. 한 몸이 된 거야.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더 복잡한 생명체가 등장하더라고. <중략> 산소는 영양분을 태울 때 필요한 거지, 아무 데나 침투하면 생명은 파괴될 수밖에 없어. 산소 농도가 늘어나 독이 늘어난 거야. 그러니 어떻게 해야겠어? 처음에는 혐기성 세균과 호기성 세균이 공생을 했잖아. 겨우 위기를 모면했는데 산소가 더 늘어나. 그러니까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유성생식을 발명해서 다양한 변이를 만들어내지. 그런데 산소가 더 늘어나. 이제는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서 전문화된 세포를 갖추는 거야. 그래서 산소를 막아주는 벽 역할을 하는 세포를 따로 만들 수가 있지. 그래도 산소가 또 늘어나면 어떻게 해야겠어? 산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더 튼튼하고 안전한 구조를 만들면서 산소의 독성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동시에 산소호흡을 해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난 거지. 아마 지구에 산소가 없었다면 지구는 결코 아름답지 못할 거야. 마치 화성과 같은 붉은 행성으로 남았겠지.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미토콘드리아를 주인공으로 들었던 이야기인데, 미토콘드리아의 활약은 시아노박테리아가 만들어준 무대 덕분이라는 주장이네요.
열수분출구라는 표현은 낯설지만, 어쩌면 박문호 박사님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달: 생명을 탄생시킨 화학작용의 핫스폿이 어디였나? 정말로 그 깊은 바다에 있는 열수분출구가 맞는가?
바다: 열수분출구는 열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유기 분자 합성을 위한 완벽한 공장이야. 여기가 초기 생명의 요람이 되었지.
바다: 열수분출구는 영양분이 풍부한 환경이었어. 여기서 이런저런 생명의 시도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모든 생명의 공통조상인 루카가 등장했어. 루카에서 생명의 나무가 가지를 뻗기 시작했지. 그것도 벌써 38억 년 전의 일이 되었네.
지구가 파랗게 보이는 것은 생명 덕분이라고 합니다.
파란 하늘도 생명이 만들어낸 거야. 그때 바다를 투명하게 만들고, 멀리서 봤을 때 파란색으로 보이게 만든 것도 모두 생명체야.
그런데, 인류가 자연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적어도 우리는 멸종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자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의 종소리를 들어보십시오.
긴 대화였네요. 영감 있는 내용이 많이 저 역시 스무 편의 긴 독후감(?)을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1]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대해 퍼플렉시티에게 물은 결과의 요약입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약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초기에 생물 다양성이 매우 짧은 지질학적 기간(약 2,000만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현상이다.
9.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2.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3.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4.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15.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상어
16. 다섯 번의 대멸종과 상어가 지나 온 대멸종의 역사
19.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
(1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66.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67.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68.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169.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70.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상어
171. 다섯 번의 대멸종과 상어가 지나 온 대멸종의 역사
173. 미토콘드리아가 진핵생물의 시대를 열다
174.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
175.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