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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 상어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네 번의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동물>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백상아리 속의 유일한 생존 종인 백상아리

백상아리 Carcharodon carcharias[1]가 화자인 장입니다. <찬란한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만큼 자기 자신이 아니라 조상들을 포함한 자신의 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상어는 4억 년 전 원시 심해에서 기원해 현대 바다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왔고 지배자로 살고 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수차례의 대멸종을 견뎌냈다. 우리 상어의 이야기는 시련 속에서 살아남은 회복탄력성 이야기이며 적응과 방산의 대장정이다. 적응방산適應放散[2]이란 한 종류의 생물이 여러 환경 조건에 적응해 다양하게 분화함으로써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계 통으로 갈라져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상아리에 대해 퍼플렉시티에 물으니 현존하는 상어 중 가장 잘 알려진 종으로 Carcharodon carcharias가 학명이라고 합니다. 계통 분류는 다음과 같은데, 백상아리 속(Carcharodon)의 유일한 현종 종이라고 합니다.

동물계(Animalia)-척삭동물문(Chordata)-연골어강(Chondrichthyes)-판새아강(Elasmobranchii)-악상어목(Lamniformes)-악상어과(Lamnidae)-백상아리속(Carcharodon)-백상아리(Carcharodon carcharias)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를 쓰며 'odon'이 이빨을 뜻한다는 사실을 배웠죠. 'karcharos'는 '날카로운' 혹은 '톱니'의 뜻이란 점도 확인했습니다. 한편, 반갑게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귀포층에서도 백상아리 이빨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데본기에 대한 호기심이 열리는 순간

생존의 비결이 유연한 연골을 이용한 골격과 효율적 호흡기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상어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조건을 갖춘 다른 서식지를 찾아서 이동했다. 유연한 연골을 기반으로 한 골격과 효율적인 호흡기 덕분에 데본기 말기의 변화무쌍한 산소와 수온 변화에 대처할 수 있었다. <중략> 데본기는 다양한 어류가 함께 살면서 현대 어류가 등장한 시기였다. 약 4억 년 전 데본기의 광활한 원시 바다에 등장한 강력한 존재인 상어는 이전의 해양 생물과는 다른 독특한 적응을 보여준다. 가장 큰 혁신은 단단한 경골이 아니라 가볍고 유연한 연골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제 데본기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다시 퍼플렉시티를 통해 찾아보니 현생누대를 여섯 개로 나눈 시기 중에 하나이고, 2차 대멸종과 3차 대멸종 사이에 있던 시기입니다.[3]

뼈가 없으니 화석이 없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이빨이 열쇠가 되었습니다. 이빨은 '생체 시계' 역할을 하는데 이어 연골어류에 대한 정보까지 고스란히 보관해 과학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어류는 무악류 → 연골어류 → 경골어류 순으로 진화한다. 연골어류에게는 아직 뼈가 생기지 않았다. 상어 이빨은 뼈가 아니라 피부가 변형되어 생긴 것이다.


연골과 더불어 포식자 상어를 만든 후각과 턱의 힘

이어서 상어가 지닌 장점을 차례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는 연골입니다.

연골은 놀랍도록 유연해 먹잇감을 능가하는 속도를 낼 수 있게 돕는다. 무거운 뼈가 없으니 몸집이 커질 수도 있다. 잠재적인 포식자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

다음은 후각입니다.

특히 후각은 매우 놀라운데 물방울 100만 개 가운데 피가 한 방울만 있어도 감지할 수 있다. 옆줄은 물의 진동과 흐름을 인식한다. 이런 고도의 감각은 먹이를 탐지하고 추적하는 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물고기를 잡는 힘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식의 시각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턱의 위력을 설명합니다.

가장 강력한 장점은 턱이다. 턱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여러 줄로 늘어서 있는데, 이빨은 빠져도 계속 나온다. 그래서 이빨이 빠지거나 마모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보통 상어는 평생 6000개 이상의 이빨을 간다. 상어는 언제든지 사냥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 또 턱은 어떤 동물의 가죽과 껍질도 찢고 부술 정도로 무는 힘이 강력하다. 이런 힘과 적응력 때문에 상어는 처음 등장할 때부터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사냥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퍼플렉시티에 위 단락을 입력한 후에 악어나 포유류와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상어의 생식과 먹이 관점에서 기회주의적 전략

한편, 저자는 생식 관점에서 본 상어의 전략도 우수하다고 평가합니다.

우리 상어는 번식률은 낮지만 새끼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적은 수지만 생존력이 강한 새끼에 투자하는 전략 덕분에 다른 어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상어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먹이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의 먹이 전략도 결정적이었다. 특정 먹이에 집착하는 종은 먹이가 줄면 살아남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 상어는 기회주의적인 사냥꾼이다. 작은 물고기에서 무척추동물까지 다 먹는다.

기회주의적이란 표현이 눈에 띕니다. 장의 말미에 또 이렇게 쓰이거든요.

우리가 네 차례의 대멸종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버티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우리의 기회주의적인 속성 때문이기도 하고 생태계에 꼭 필요한 핵심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우리에게 배우시라. 지구에서 조금이라도 더 버티고 싶다면.

그래서, 퍼플렉시티에 물어보니 이렇게 제시합니다.[4]

동물 행동과 진화론 맥락에서 '기회주의적 속성'이란 표현은 자연환경 변화에 유리하게 적응하고 생존과 번식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행동이나 특성을 의미하는 전문 용어적 사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인간 사회에서의 기회주의와는 다소 의미가 확장되고 세분된 개념으로 쓰이며, 동물과 유전자의 자연선택에서도 적절한 표현입니다.

글이 길어져 다음 글에서 이어갑니다.


주석

[1]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니 백상아리는 영어로 Great white shark였습니다.

[2]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기 위해 한자사전을 찾았습니다.

[3] 퍼플렉시티에 따르면 데본(Devon)은 영국 남서부의 유명한 카운티(행정구역)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데본기의 이름은 이 지역에서 먼저 주목할 만한 지층이 연구되었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4] 또한, '기회주의적 속성'을 뜻하는 영어 표현은 opportunistic behavior 또는 opportunism으로 쓴다고 합니다.


<찬란한 멸종>을 읽고 쓰는 독후감

1. 인류의 멸종은 예정되어 있다

2.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사고를 돕는 과학의 쓸모

3. 운명, 연기(緣起), 확률 분포 그리고 테라포밍

4. 원대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역사적인 연금술

5.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6.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7.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8.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농경 사회의 시작

9.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0.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1. 사라진 매머드는 장미목 코끼리과의 동물

12.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3.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4.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5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54.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155. 군사정권의 유산과 강력한 검언유착을 이겨낸 K-민주주의

156. 편견이라는 미세먼지 그리고 제정신이라는 착각

157.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158.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159.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농경 사회의 시작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4. 사라진 매머드는 장미목 코끼리과의 동물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66.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67.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68. 화산으로 멸종한 동물들과 석탄과 함께 꺼낸 이산화탄소

169.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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