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지다>와 <기후위기를 만든 석탄의 탄생>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먼저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지다>에는 디메트로돈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가 등장합니다.
할아버지: 산소가 많으면 숨쉬기 좋고, 지치지 않고, 조금만 먹어도 무럭무럭 자란다는 거야.
나: 그런데 산소가 왜 줄어들었어요?
할아버지: 산소가 조금만 만들어지기 때문이지. 산소는 주로 바다에서 만들어져.
디메트로돈이 낯설어 퍼플렉시티에게 요구한 설명의 앞부분입니다.
할아버지가 전하는 교훈은 심오한 느낌으로 시작합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있단다. 바다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와 식물성 플랑크톤이 산소를 만드는 거야. 그런데 바다 환경이 나빠지면서 이들이 산소를 많이 만들지 못하는 거지.
그리고 손자의 질문과 할아버지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나: 바다 환경이 어떻게 나빠졌는데요?
할아버지: 가장 큰 문제는 바다 온도가 올랐다는 거야. 온도가 오르면 물질대사가 활발해져. 그러면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해. 네가 빨리 달리면 숨을 헐떡이는 이유가 뭐지? 산소를 더 많이 들이마시려는 거잖아. 그런데 더운 바다에는 산소가 조금밖에 녹지 못하거든. 바다 생물들도 산소가 있어야 숨을 쉴 텐데 산소가 적으니 살기 힘들지.
<중략>
나: 화산이 터지면서 석탄에 갇혀 있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오게 되었고,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더워지고, 지구가 더워지니 바다도 더워지고, 바다가 더워지니 바다에 살면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체들이 죽고, 그래서 산소가 조금 생기고, 그래서 땅은 검은색이 되고 우리는 숨쉬기 힘들어진 거군요.
바다 생물들도 산소가 필요하다는 말을 평소 우리가 실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거기에 둔감힌 채로 살게 만드는 듯합니다. 뭐, 따지고 보면 다른 육지 동물들의 삶에도 관심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긴 하네요. 고양이나 강아지 정도 빼고는요.
<생명체의 95퍼센트가 사라지다>에서 마지막에 밑줄 친 내용을 읽을 때는 이유는 모르지만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지구에서 일어난 멸종 사건 가운데 세 번째 대멸종처럼 처참한 사건은 전무후무하다. 이때 생명의 95퍼센트가 멸종했다. 95퍼센트가 멸종했다는 뜻은 100마리 가운데 95마리가 사라졌다는 게 아니다. 100종의 생명이 살고 있었다면 이 가운데 95종은 단 하나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조리 싹 다 죽어 사라졌으며, 나머지 5종만 살아남았는데 잘 살아남은 게 아니라 겨우 몇 개체씩만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다만, 멸종의 원인이 홍수가 아니라 화산 폭발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다르지만요.
이어지는 <기후위기를 만든 석탄의 탄생>의 화자는 3억 년 전 용파리, 메가네우라Meganeura입니다.
'크다'라는 뜻의 메가'와 '신경'이라는 뜻의 '네우라'가 붙어 지어진 이름이다. <중략> 용 파리다. 영어로는 드래곤플라이dragonfly. 그렇다. 나는 3억 년 전 하늘을 누비던 고대 잠자리다
거대한 잠자리가 살 수 있었던 환경 조건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커다란 덩치로 민첩하게 날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노력 때문이 아니었다. 흔히 석탄기(3억 5890만~2억 9890만 년 전)라고 불리는 이 시기의 지구 환경이 내게 기회를 주었다. 바로 울창한 숲 덕분이다.
낙원의 정의가 무엇일까요? 멸종한 메가네우라 입장에서는 자기가 살던 시기를 낙원이라 하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낙원은 어떤 관점을 투영한 것일까요? 어딘가 막연한 객관이 드러난 듯한 의심이 듭니다.[1]
고생대 석탄기는 성장과 다양성의 시대다. 지구를 낙원으로 그리고 싶다면 내가 살던 석탄기를 그리면 된다. 실제로 동물과 식물에게는 그런 천국이 따로 없었다. 일단 이산화탄소와 산소 농도가 매우 높았다. 이 독특한 조합은 식물이 번성하고 다양한 동물이 출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었다.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무성한 푸른 숲에서 복잡한 생태계가 진화했다.
관다발이 발달하여 커다란 식물이 만들어질 기틀이 마련되는 이야기 전개는 지구의 장구한 역사를 흥미롭게 만들어 줍니다.
석탄기 숲의 뿌리는 데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바다에서는 어류가 등장하고 이 어류가 다시 육지 환경을 탐해 양서류가 된 바로 그 시기다. 데본기에는 선태식물, 지의류뿐만 아니라 양치식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양치식물은 관다발식물이다. 관다발식물이란 말 그대로 조직 속에 관이 다발로 있는 식물을 말한다. 목질화된 관을 통해서 물과 미네랄을 전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키가 더 커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다.
석탄기에 드디어 나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석탄기에 드디어 진정한 나무가 등장한다. 첫 번째 주인공은 양치羊齒식물. 잎이 양의 이빨처럼 갈라진 모양이라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현대의 양치식물은 고사리처럼 대부분 키가 작지만 석탄기의 양치식물은 거대한 나무로 자랐다. 고사리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나무고사리라고도 부른다. <중략> 석탄기의 가장 중요한 진화 중 하나는 메두로시Medullosa 같은 종자 양치식물이 등장한 것이다. 포자로 번식하는 친척들과 달리 종자 양치류는 씨앗을 생산해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서식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석탄기 초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2000 피피엠으로 현재의 다섯 배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으니 온도는 당연히 높았다. 전 지구가 초열대 기후 지대가 되었다. 매일 비가 쏟아졌다. 식물의 입장에서는 천국이었다. 온도 높아,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 물도 많아! 광합성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
궁금해서 퍼플렉시티에 현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를 물었습니다.
2025년 현재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426~430 ppm(분당 백만) 수준으로 매우 높게 기록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5월에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 기준으로 평균 430.2~430.5 ppm에 이르며,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농도 중 하나입니다. 2024년 대비 3.5 ppm 이상 상승한 수치로,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 속도가 크게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음 구절을 읽을 때는 봄에 아이들과 갔던 자연사 박물관에서 봤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광합성의 결과는 무엇인가? 첫 번째 결과는 화학에너지 생성이다. 태양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봤자 동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 태양에너지는 오로지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와 식물의 몫이다. 식물 광합성이 늘어나자 태양에너지가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에너지로 전환되어서 식물이 번성했고 그 덕분에 동물들이 활용할 에너지가 풍성해졌다.
광합성의 두 번째 결과는 산소 기체 생성이다. 식물이 만들어놓은 화학에너지를 태워서 생활에너지ATP로 전환하는 데 꼭 필요한 게 산소다. 동물이 몇 분만 숨을 쉬지 못해도 죽는 이유가 바로 생활에너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석탄기 숲은 산소를 엄청나게 많이 생산했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35퍼센트에 달했다. 이게 어느 정도냐고? 현대 대기의 산소 농도가 21퍼센트라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초대륙 이야기도 <월말김어준> 박문호 박사님 강의 덕분에 익숙해졌습니다.
내가 살던 시대의 지구 대륙은 하나가 되고 있었다. 거대한 판게아 초대륙이 형성되면서 바다는 판탈라사라고 하는 하나의 바다로 통합되었다.
이 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여기부터입니다.
석탄기가 남긴 유산은 역시 석탄이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간이 제일 잘 안다. 오죽하면 우리 시대의 이름을 석탄기라고 지었겠는가?
학창 시절 건조하게 암기했던 이름에 호기심을 갖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암튼 그래서 석탄기에 대해 짐작하게 된 내용이 맞는지 퍼플렉시티에 물었습니다.
석탄기의 발견은 오늘날 우리가 쓰는 석탄이 약 3억 년 전 석탄기 기간 동안 집적된 식물 잔해로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했다. 석탄기의 대규모 식물군과 환경적 조건 덕분에 석탄이 형성될 수 있었기에, 산업혁명에 필요한 석탄 자원이 존재할 수 있었던 지질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즉, 석탄기는 산업혁명을 가능케 한 석탄의 기원과 매장지를 알게 한 중요한 개념이다.
산업혁명 당시 석탄기의 발견은 지질학이 거대한 부에 이르는 정보를 주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한 검증을 하는 대신에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석탄이란 우리가 누려야 할 열이 땅속에 갇힌 결과다. 이 열을 3억 년 후에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들이 등장했을 때는 대기에 없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흘러들어 간다. 우리는 더운 세상이 좋았지만 인간들에게도 그럴 거라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보통 자신이 출현한 그 환경이 유지되는 게 생존에 가장 좋다. 그 환경에 적합해서 선택되었을 테니 말이다.
석탄의 활용이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있다는 근거를 처음으로 이해하는 장면입니다. 눈으로 검은 연기를 보는 방식이 아닌 생각으로 말이죠.
인간들이 석탄을 사용하려면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시 땅에 묻든 우주로 보내든 플라스틱이나 벽돌 속에 저장하든 어떤 방법이든 써야 한다. 내가 석탄기 하늘의 최고 포식자로서 경험을 말하자면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숲을 늘리는 것이다. 석탄을 사용하려면 그 이전보다 훨씬 넓은 숲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금씩 더워질 것이다. 이 쉬운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화성에 가는 방법보다 숲을 늘리는 방법이 더 주요할 것 같지만, 화성에 가는 일을 위한 명분과 돈을 만드는 일보다 숲을 만드는 명분과 돈을 모이는 일이 더 어려워 보이니, 참으로 아니러니 한 일입니다.
나의 추위는 그대들의 더위가 될 것이다. 나는 추워서 사라진다. 그대들은 더워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알면서 당하면 바보다.
[1] 낙원이라는 말은 욕망을 잣대로 한 가치 판단이 들어간 표현인데, 굳이 다수의 동식물이 번성했다고 낙원이라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낙원의 의미는 인용한 이후의 문장들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9.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2.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3.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152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52. 확신이 없는 길을 가는 방법은 나 자신을 믿는 것
154. 군사정권의 유산과 강력한 검언유착을 이겨낸 K-민주주의
157.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