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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에 이어서 <찬란한 멸종>의 <화산 폭발에서 살아남은 공룡들>을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무섭거나 대단한 도마뱀과 그 조상

화자는 아르코사우르스Archosaurus입니다.

'지배하는 파충류'라는 뜻이다. 고생대 페름기에 등장해 중생대 트라이아스기까지 존재한 동물 그룹을 일컫는 말

아르코사우루스는 책에서 처음 보는 표현입니다.

나는 그들을 더 이상 아르코사우루스라고 부르지 않겠다. 디노사우루스라고 낮춰 부르겠다. 귀찮다. 그냥 공룡이라고 하자. 나는 공룡의 태동, 권력 상승, 그리고 세계 지배 과정을 목격했다. 여기 그들의 해부학적 배신 과정을 낱낱이 고발한다.

익숙한 다이노사우루스와의 차이를 퍼플렉시티에게 물었습니다.

아르코사우루스는 다이노사우루스(공룡)를 포함하는 아르코사우리아 계통 내 초기의 원시 파충류로서, 다이노사우루스와 같은 공룡류가 진화하는 데 있어 기초가 된 중요한 조상 격 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룡이라는 명칭의 작명 과정도 물었습니다.

공룡이라는 명칭은 1842년 영국의 고생물학자 리처드 오언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그리스어 'δεινός (deinos)'(무섭거나 대단한)와 'σαῦρος (sauros)'(도마뱀)의 합성어인 "데이노사우루스(Dinosauria)"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이름은 당시 발견된 거대한 화석들이 가진 크기와 위엄에 감명을 받아 붙여졌습니다. 이후 공룡이라는 한자어(恐龍)는 일본에서 먼저 사용된 것으로 보이며, ‘무서운 용’이라는 뜻을 지닙니다.


석탄과 석유의 사용은 마치 화산 활동과 비슷한 효과

저는 화자의 기대와 달리 중생대와 쥐라기를 연결해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들은 중생대라고 하면 쥐라기와 백악기만 기억한다. 초등학교 없이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있을 수 없다. 트라이아스기는 중생대의 초등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트라이아스기는 삼첩기三疊紀라고도 한다. 지층이 3개로 뚜렷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고생대 페름기 말에 형성된 초대륙 판게아가 아직 그 꼴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해안선은 단조롭고 짧다. 트라이아스기가 끝날 무렵인 지금에야 판게아가 다시 쪼개지기 시작한다. 트라이아스기는 내내 더웠다.

마침 퍼플렉시티 답변 중에 검색한 이미지에 중생대 하위의 시대 구분이 보입니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던 시기가 지금 제 삶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평균 온도는 약 17도였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높지만 산소 농도는 오히려 낮았다. 16퍼센트에 불과하다. 현대는 산소 농도가 21퍼센트에 달한다. 낮은 산소 농도와 극심한 기후 변동이 트라이아스기의 특징이다. 화산 활동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책을 읽으니 이제야 저자의 메시지가 느껴집니다. 화산 활동은 자연 현상이지만, 인류가 석탄과 석유를 꺼내어 그 안에 있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하는 일은 마치 인위적으로 화산 활동과 유사한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여 만들어진 기낭

소설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보이는 문장들입니다.

어디에나 '루저'들은 있는 법. 그들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배신을 시작한다. 초기 공룡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독특한 해부학적 특징을 발명했다.

제가 숨쉬는 방식을 비효율적이라고 느껴 본 일이 없기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루저라고 지칭한 이유도 알게 되는 것 같고요.

인간 같은 포유류는 날숨과 숨을 교대로 쉰다. <중략> 비효율적이다. 산소 농도가 떨어진 환경에서는 매우 힘든 호흡을 해야 한다. 또 숨을 내쉬는 과정에 수분을 잃을 수도 있다. 우리 아르코 사우루스도 같은 식으로 호흡한다.

혁신이라는 이름의 배신은 진화에 실패한 과거에 무게를 둔 표현이었습니다.

공룡은 뼛속까지 연결된 기낭, 즉 공기주머니를 발명해 호흡에 사용한다. 일명 플로 스루flow-through 호흡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다. 허파에서 공기가 한 방향으로 연속적으로 흐르는 시스템이다. 호흡 과정에서 허파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다. 허파로 들어온 산소는 기낭과 허파 사이의 얇은 막 너머로 확산한다. 숨을 내쉴 때 기낭에 담아둔 공기가 허파로 밀려 들어가서 허파 조직을 통해 공기가 지속적으로 흐른다. 공기의 흐름은 연속적이고 단방향이기 때문에 들숨과 날숨 모두에서 신선한 공기가 허파 표면을 지속적으로 통과한다. 따라서 허파는 항상 신선하고 산소가 풍부한 공기로 채워진다.

기낭에 대해서는 책에서 처음 봤지만 치킨을 먹고 나서 속이 빈 닭 뼈를 자주 본 덕에 둘 사이 관계를 퍼플렉시티에게 물었습니다.

닭은 뼈가 속이 비어 있어서 가볍고, 이 빈 공간은 기낭과 연결되어 공기가 통할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기낭은 조류 특유의 호흡 기관으로, 공기주머니의 역할을 하며 폐와 연결되어 산소 교환을 극대화합니다. 닭의 뼈 안까지 기낭이 연결되어 있어 공기가 뼈 내부의 빈 공간을 통해 순환됩니다. 이로 인해 닭은 폐로의 공기 이동이 원활해지고, 폐 자체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대신 기낭이 공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닭이 효율적으로 산소를 흡수하고 체온 조절 및 비행 시 가벼운 몸무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 히말라야를 넘는 공룡의 후손

한편, 아르코사우르스가 공룡들을 루저나 배신저로 부르는 이유는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맞춰간 그들의 진화 때문입니다.

공룡의 높은 호흡 효율은 신진대사율을 높였고 활동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시켰다. 오랜 시간 에너지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공룡은 다양한 생태적 틈새에서 번성했다.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때 우리 아르코사우루스는 정석대로 무산소 등정을 하는데 공룡은 산소마스크를 쓰고 오르는 셈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일종의 반칙이다. 공룡의 후손인 새도 이 장치를 사용해 그 작은 몸으로 히말라야산맥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산소마스크 비유는 작가(?)로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새도 마찬가지군요.


이어서 땅 위에 사는 척추동물의 걷는 방법을 셋으로 분류한다는 글을 책에서 처음 봅니다.

세 번째는 곧게 선 자세. 다리가 늘 몸 아래로 곧게 뻗어 나와 있다. 인간과 새가 이렇게 걷는다. 세 번째 자세가 제일 효율적이다. 기는 자세나 반쯤 선 자세는 몸무게를 견디기 힘들고 걸을 때마다 발목이 비틀거린다. 또 움직일 때마다 몸이 휘면서 허파를 눌러서 숨쉬기도 힘들다. 그런데 곧게 선 자세로 걸으면 다리가 몸무게를 충분히 견디면서도 발목이 비틀리지도 않고 허파가 눌리지도 않는다.

두 번째 방법은 반쯤 선 자세로 명명합니다.

내가 걷는 자세는 두 번째 방법으로 반쯤 선 어정쩡한 자세다. 이에 반해 공룡은 세 번째 자세로 걷는다. 우리보다 더 민첩하고 기동성이 뛰어나다. 길고 강력한 뒷다리로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먹이를 쫓거나 포식자를 피할 때 유리하다. 허파에도 압력을 주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도마뱀처럼 기는 자세입니다.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인 자연의 진리

마지막 절의 제목은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다>입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제목이죠. 이 책이 <인류의 멸종은 예정되어 있다>는 화제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을 들면 말이죠.

이러한 변화를 되돌아보며 나는 자연의 근본적 진리, 즉 진화와 변화는 필연적이며 변화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룡의 등장은 단순히 힘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들의 등장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 변화의 한 부분이었다. 지배적인 조건에 잘 적응한 생물이 챔피언이다. 모든 시대에는 새로운 챔피언이 등장한다. 이제 그들의 시간이 왔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이게 자연의 순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튼 자신의 후손들을 루저로 칭했지만, 화자인 아르코사우르스는 생존자인 공룡을 챔피언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진화와 변화가 자연의 근본적 진리임을 말해 줍니다.


<찬란한 멸종>을 읽고 쓰는 독후감

1. 인류의 멸종은 예정되어 있다

2.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난 사고를 돕는 과학의 쓸모

3. 운명, 연기(緣起), 확률 분포 그리고 테라포밍

4. 원대한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역사적인 연금술

5.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6.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7.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8.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농경 사회의 시작

9.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0.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1. 44kg을 넘기면 대형 포유류로 분류합니다


12.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50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50. 준비가 아니라 나를 알고, 나를 믿고, 해 나가는 것

151.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52. 확신이 없는 길을 가는 방법은 나 자신을 믿는 것

153. 생각을 하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154.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154. 군사정권의 유산과 강력한 검언유착을 이겨낸 K-민주주의

156. 편견이라는 미세먼지 그리고 제정신이라는 착각

157.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158.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159.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농경 사회의 시작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4. 44kg을 넘기면 대형 포유류로 분류합니다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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