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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by 안영회 습작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2장에서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제목으로 하는 단락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환각은 고정되지 않은 시각에 불과하다

다음 문장을 보면서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문제에 집중하는 방식은 '과학적 사고'란 생각이 듭니다.

감각기관의 정보가 내부에서 생성된 활동을 조정한다. 이 주장을 따른다면, 깨어 있는 상태와 수면 상태의 차이점은 눈에서 들어오는 데이터가 지각을 고정시킨다는 것뿐이다.

더불어 맥락은 다르지만 인공지능에서 자주 회자되는 <Attention Is All You Need>이라는 논문이 떠오릅니다. 논문 내용 자체보다는 '지각 대신 예측, 생각이 아닌 패턴 매칭'하는 인공지능의 동작의 배경이 그 논문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다음 내용을 읽을 때는 재작년에 읽은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가 배경 지식으로 작동합니다.

환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기괴한 환각을 볼 때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항상 환각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앞에서 보았듯이, 이른바 정상적인 지각이 반드시 환각과 다르지는 않다. 환각이 외부 정보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뿐이다. 환각은 고정되지 않은 시각에 불과하다.

환각에 대한 저자의 표현이 도드라집니다. 더불어 게임에 몰입하는 장면도 환각의 작용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예측 기계를 구축하는 끊임없는 시뮬레이션

저자는 자극-반응 행동 패턴을 넘어서는 능력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플라이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내부의 물리적 모델이 단단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내부 모델은 중력가속도를 감안할 때 공이 언제 어디에 떨어질지를 예측한다. 우리가 평생 지상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경험이 이렇게 예측을 수행하는 내부 모델을 단련시킨다. 즉, 뇌는 가장 최근에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데이터만을 이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이 곧 도달할 위치에 대한 예측을 구축한다.

마지막 문장은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인 '예측 기계'가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내부 모델 단련'을 보면서 또다시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에서 언급한 '꿈의 기능'도 떠올랐습니다.

이어서 다음 문장은 '꿈의 기능'에 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뇌는 우리가 특정한 조건에서 어떤 행동을 수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그렇게 구축된 내부 모델은 의식적 지각의 기반이 된다고 합니다. 다시 한번 '예측 기계'라는 측면 혹은 역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기대가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가지 경험에 의해 쉽게 받아들여지는 내용입니다.

학자들은 포착된 데이터의 구축이 아니라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와 기대를 서로 맞춰보는 방식으로 지각이 작동한다는 가설을 1940년대에 이미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략> 우리의 기대가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관찰 결과가 이 가설에 영감을 주었다.

제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은 아내가 저를 관찰하면 알려 준 바가 있어 경험과 이론이 일치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예측 기계'로 작동하려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수많은 감각 정보 중에서 행동 계획을 위해 필요한 내용만 추려서 전달해야 효율적으로 두뇌를 쓰고, 에너지를 쓰겠죠. 이것이 제가 '예측 기계' 개념을 통해 배운 것이고, 다소 비약일 수 있어도 <Attention Is All You Need>를 떠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직업적 경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맥락의 생각이 자꾸 돌아갑니다.

그림에서 무엇이든 '보기' 위해서는 감각기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와 우리의 기대를 서로 맞춰야 한다. 이 가설의 가장 초기 사례 중 하나를 제공한 사람은 신경과학자 도널드 매카이였다. 그는 1956년 시각피질이 근본적으로 세상의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계와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나는 어떤 객체를 제대로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타입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흔히 Type Safety는 꽤 이슈가 있었던 중요한 프로그래밍 개념입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도서관에 갔을 때 인상 깊게 봤던 책의 삽화가 떠올랐습니다.

다만, 책의 맥락 그대로가 아니라 특정 타입에 대해 스캐닝을 해야 그에 맞게 프린트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또다시 다음 내용은 '예측 기계'의 작동 방식이란 생각이 듭니다.

피질은 자신의 예측을 시상으로 보내고, 시상은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와 예측 사이의 차이를 보고한다. 그리고 그 차이에 관한 정보만 피질로 회신한다. 즉, 예측되지 않는 정보만 보낸다는 뜻이다. 내부 모델은 이 정보로 수정돼서 미래에 발생할 차이를 줄인다. 뇌는 이렇게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외부세계 모델을 다듬는다.

최근에 작성한 탓에 <듀얼 브레인의 멘탈 모델과 월드 모델>의 내용도 떠올라 생각이 엉킵니다. 그래서, 월드 모델이 멘탈 모델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양상에 대해 상상을 해 보게 됩니다. 다시 다음 구절을 읽을 때 또다시 '예측 기계'의 작동 방식이 개입됩니다.

이 모든 설명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내부 예측과 감각기관 정보를 적극적으로 비교한 결과가 지각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우리는 더 커다란 개념, 즉 감각기관의 정보가 예측과 어긋났을 때에만 주위에 대한 의식이 발생한다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뇌가 외부세계의 모습을 성공적으로 예측한다면, 뇌가 일을 아주 잘하고 있다는 뜻이므로 우리가 의식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에는 의식적으로 몹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감각-운동 예측이 완벽하게 다듬어지면, 자전거 타기는 무의식적인 활동이 된다. 물론 자신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핸들을 잡는 법, 페달에 가하는 압력, 몸통의 균형 잡기를 일일이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예측과 어긋났을 때 주목(Attention)이 일어난다는 생각으로 편향적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광범위한 경험 덕분에 뇌는 앞으로 무엇을 예측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강한 바람이나 타이어 펑크 등 뭔가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자신의 움직임도 감각도 의식하지 못한다.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평소의 예측이 어긋나게 되므로, 의식이 활동을 개시해서 내부 모델을 조정한다.

이번에는 3장에서 '우리는 얼마나 먼 과거에 살고 있나'를 제목으로 하는 단락에서 밑줄 친 내용을 인용하며 마칩니다.

어쨌든 우리는 '바깥세상'을 아주 조금만 인식할 뿐이다. 뇌는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여러 짐작과 가정을 하고, 꼭 필요한 만큼만 세상을 보려고 한다.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 전에는 그것들을 의식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자기발굴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감각에 관한 첫 번째 교훈은, 감각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사실로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이라고 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사실이 되지는 않는다. 전투기 조정사에게 가장 중요한 격언은 '계기판을 믿어라.'다. 우리 감각이 가장 망신스러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조종실 계기판 대신 그 감각을 믿었다가는 추락할 것이다.


시간감각에 맞춰 화려한 편집 작업을 하는 뇌

저자는 우리의 직관에 위배되는 과학적 사실을 던져 줍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각은 실제로는 생방송이 아닌 텔레비전 '생방송' 프로그램과 같다. 이 프로그램들은 실제보다 몇 초 뒤에 방송되는데, 혹시 누가 부적절한 언어를 사용하거나 자해하거나 옷을 잃어버리는 등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의식하는 삶도 마찬가지다.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에야 생방송으로 송출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감각적으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실을 연거푸 제시합니다.

더 이상한 사실은, 청각 정보와 시각 정보가 뇌에서 각각 다른 속도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다음 내용을 읽을 때 또다시 박문호 박사님 덕분에 쌓아온 뇌과학 지식이 배경 지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또다시 깨닫습니다.

우리가 손가락을 튕기기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그 순간에 실제로 행동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동물에게는 시간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뇌는 신호를 유용하게 하나로 모으기 위해 상당히 화려한 편집 작업을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시간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정확한 바로미터가 아니라 정신적인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인지할 수 없지만 뇌가 '화려한 편집 작업'을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행동과 감각 신호의 시간을 해석하는 것은 단순한 뇌의 술수가 아니다. 인과관계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과관계에는 기본적으로 시간적 순서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내 행동이 감각 정보 입력보다 먼저인가 아니면 나중인가? 여러 감각이 공존하는 뇌 안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신호 시간에 대한 기대치를 잘 조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여러 감각 경로에서 각각 다른 속도로 정보가 들어와도 '먼저'와 '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편집의 중심은 인과관계란 점도 확인하게 됩니다.[1]


주석

[1] 묘하게도 <Handbook of Human Factors and Ergonomics> 책에 나온 다음 삽화가 편집이라는 뇌의 활동을 잘 묘사하고 있는 듯하여 인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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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를 읽고 쓰는 독후감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3. 관념계 여행과 무의식에 밀항하는 자아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6. 경험의 해체와 인간 관찰력의 한심함에 대하여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지난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연재

(15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51.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52. 확신이 없는 길을 가는 방법은 나 자신을 믿는 것

153. 생각을 하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

154. 북극의 빙산이 녹아 섬이 잠긴다는 거짓말

154. 군사정권의 유산과 강력한 검언유착을 이겨낸 K-민주주의

156. 편견이라는 미세먼지 그리고 제정신이라는 착각

157. 지구 온난화는 막을 수 없다?

158.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다

159.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농경 사회의 시작

16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6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62. 9배의 에너지를 쓰는 뇌, 그리고 달려야 사는 사피엔스

163. 산업혁명의 최대 수혜자는 고양이인가?

164. 사라진 매머드는 장미목 코끼리과의 동물

165. 공룡의 멸종을 이야기로 만드는 과학과 허구의 힘

166. 공룡의 진화가 알려주는 진화와 변화라는 자연의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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