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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Dec 01. 2023

우리의 두뇌는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꿈을 꾼다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월말김어준의 박문호 박사님 강의 <꿈은 기억의 진화 과정이다>를 들으면서 이해한 내용을 기준으로 <당신의 꿈은 우연이 아니다>를 읽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인용하며 관련 생각을 기록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 꿈을 이용한다

박문호 박사님의 요약을 듣자마자 너무나 흥미로워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과학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1] 넥스트업 모델은 NEXTUP(Network Exploration to Understand Possibilities)이라는 약자로 명명된 꿈에 대한 새로운 이론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 꿈 세계를 이용해 자신과 환경에 대한 가능성 이해를 위해 네트워크 탐색을 시도한다고 주장합니다.

뇌는 당신은 물론 환상의 환경을 창조해서 꿈에서 묘사된 상황에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할 뿐만 아니라, 당신의 반응이 꿈속 사람들이나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묘사한다. 이런 지속적인 변화, 꿈속 자아와 꿈속 나머지 세계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뇌가 깨어 있는 동안은 절대 고려하지 않을 연관성을 탐색할 완벽한 환경이 마련된다. 이 마법 같은 꿈 세계에서, 넥스트업은 과거를 탐험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더 잘 준비하기 위해 이 꿈 세계를 이용해 우리 자신과 우리가 사는 세계에 대해 알려준다.

박문호 박사님의 요약에 따르면 NEXTUP은 '수면 의존형 기억의 진화 과정'이라 부를 수도 있습니다. 진화의 한 방편으로 잠을 잘 때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만들어 내서 탐색하는 과정으로 기억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에서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겠습니다.

넥스트업 모델에서 보는 꿈은 기존의 기억에서 이전에서 탐색하지 않았던 약한 연관성을 발견하고 강화해 새로운 지식을 추출하는 독특한 수면 의존적 기억 처리 과정이다. 보통 뇌는 중요한 사건이나 직장에서 우연히 들은 이야기, 개인적 근심 등 그날의 새로운 기억을 암호화하고 이 기억에서 출발해 약한 연관성이 있는 다른 기억을 찾는다.

책 이야기는 아니지만, 또 다른 이론으로 시각 뉴런을 청각 등의 다른 감각 기능에 빼앗기지 않기 위한 작용이라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고 합니다.


약한 연관성 기억의 탐색

박문호 박사님은 약한 연관성 기억 탐색은 키워드에 해당한다고 강조합니다. 약한 연관성 탐색이란 범주화된 기억에 존재하는 기억을 가져다가 낮 동안 있었던 정보에 기초하여 꿈이 새로운 가상현실을 창조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꿈 세계에서 미래의 가능성에 대비한다고 합니다. 놀라운 주장입니다.


박문호 박사님은 이러한 작용이 바로 두뇌에서 간접 연결성을 활용하는 창의성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다룬 폐쇄 회로가 등장하고 기억 진화의 방편으로 이러한 회로를 활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부의 90% 손으로 하는 겁니다>의 마지막 부분에서 설명한 내용과 꿈의 기능이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기억을 부르는데 오래 걸리면 활용을 못하니 3초 이내로 부를 수 있으면 '기억의 활용 단계'라고 부릅니다. 핵심적 지식을 반복해서 그려보는 훈련이 기억을 활용 단계에 이르게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지식이 작동하게 됩니다. 박문호 박사님은 노트에 계속 그려본 후에 다시 수첩에 쓴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인출의 단계로 들어간다고 합니다. 인출도 다시 훈련으로 이어집니다. 인출의 최고 단계는 산책이라고 합니다. 산책은 수첩조차도 들고 가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 반사 활동으로 신체의 리듬을 동반한 기억의 인출하는 일만 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육체가 그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신경 시스템 관점에서는 매우 유사한 활동입니다. 마치 딥러닝 방식의 AI가 학습을 해야 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자고 있는 동안에도 기억은 강화되는 것이죠.


헤아릴 수 없는 꿈의 내용

책의 초반부는 꿈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프로이트 이론의 맹점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초반 연구에 대한 요약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프로이트는 늘 과학적 이론의 근거를 준엄하게 지키기보다 선정적 이론을 확립하는 데 골몰한다. <중략> 산티아고 라몬 이 카할이 1908년 출간된 논문은 "꿈은 가장 흥미롭고 놀라운 뇌 생리 현상 중 하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카할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반하는 수천 가지의 자기 관찰 결과"를 요약해 "수면과 꿈 현상"에 대한 상세한 작업을 출간하겠다고 암시했다. 카할은 꿈이 뇌의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자연적 신경 발화에서 유발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약 70년 후 하버드대학교 정신과 의사인 앨러 홉슨Allen Hobson이 제기해 유명해지는 꿈의 신경과학 모델로 이어진다. <중략> 신경과학의 아버지이자 실험심리학자로 활동했던 신경생리학자가, 심리학으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신경생리학자로 활동했던 정신분석의 아버지가 제기한 이론이 틀렸음을 밝히려고 무려 16년이나 자신의 꿈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꿈이라 부르는 '몹시도 흥미로운' 현상의 매혹적인 본질이다.

군대에서 프로이트 책에 푹 빠졌었는데, 군시절처럼 아득하게 지워야겠네요. (사실 이미 지워졌습니다.)


그리고, 8장에서는 꿈의 내용 연구에서 무언가 밝히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그리고, NEXTUP은 꿈의 형식적 속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후반부에 자각몽, 예지몽,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악몽 등을 다룹니다. 그래서, 해당 꿈들의 내용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큰 의미가 없는 일이란 생각에 동의하게 됩니다.


다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발생하는 반복적인 실제 외상 기억 재생은 예외 상황이라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꿈을 꾸는 데에 장애가 생긴 것이죠.

렘수면 동안 해마에서 일화적 기억 재생이 차단되면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증가하고 노르아드레날린은 차단되어 약한 연관성을 탐색하는 연상적 네트워크로 기울어진다. 렘수면에서 의미 점화 역시 약한 연관성을 활성화하는 편을 선호한다. <중략> 일화적 기억을 현실적으로 재생하는 현상은 넥스트업의 실패를 의미 <중략> PTSD 환자들이 겪는, 거의 매일 밤 그들의 꿈에서 나타나는 실제 외상 기억의 재생이다. <중략> PTSD로 과다 각성 상태가 되면 노르아드레날린 분비가 차단되지 못하고 넥스트업은 이런 탐색을 할 수 없다.


렘, 빠르고 갑작스러운 눈 운동

프로이트의 시대를 지나 과학적 꿈 연구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눈동자의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수면 단계를 말하는 REM 수면 관찰이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한 듯합니다.

<수면 중 일어나는 규칙적인 눈 움직임 주기와 이에 수반되는 현상Regularly Occurring Periods of Eye Motility, and Concomitant Phenomena, during Sleep>이라는 논문에서 두 사람은 밤새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빠르고 갑작스러운 눈 운동이 있다고 밝혔다. 애서린스키와 클라이트먼은 빠른 눈 운동REM Repid Eye Mevement이 일어나는 렘수면의 존재와 이 현상이 밤새 90분마다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단번에 발견했다. <중략> 꿈은 이제 정신의 숨겨진 깊은 곳 어딘가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정신적 현상이 아니었다. 단숨에 꿈은 '생물학적 작용'이 되었다. <중략> 오늘날에는 수많은 신체 기능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일반적인 뇌 기능이 렘수면 동안에는 꺼진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렘수면 동안에는 심박수, 혈압, 호흡 등 모든 기능이 평소와 크게 달라진다. 뿐만 아니라 남성은 렘수면 동안 발기가 연장되고 여성은 클리토리스가 부푼다. <중략> 즉 렘수면은 낮이나 밤 동안의 다른 시간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뇌와 몸의 독특한 상태이다.

하지만, REM 수면에서만 꿈을 꾸는 것이 아닌 수면 전단계에서 꿈을 꾼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fMRI와 같은 기술의 발전이 뇌과학 전반에 영향을 끼쳤고, 꿈 연구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ing 덕분이다. fRMI를 이용하면 뇌는 약 5만 복셀voxel로 구획된다. 카메라의 2차원 화소가 픽셀pixel이라면 복셀은 3차원 입체 화소다. 1복셀은 한 변이 약 0.25센티미터인 정육면체다. <중략> 꿈속에서 이미지를 표상하는 뇌 활동 패턴은 사실 깨어 있는 동안 비슷한 이미지를 볼 때 생성된 기존 뇌 활동 패턴을 재활성해 만들어진다. 마찬가지로 꿈에서 경험하는 생각과 감정 패턴도 깨어 있는 동안 생성된 뇌 활동 패턴을 재활성해 생성되는 것이 분명하다. <중략> 렘수면 동안에는 감정 표현을 조절하는 변연계 전반에서 뇌 활성이 증가한다. 동시에 계획, 논리적 사고, 충동 조절 같은 실행 기능에 중요한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라는 이름도 복잡한 뇌 영역에서는 활성이 '감소'한다. 연구진은 이런 신경생리학적 변화로 꿈이 대체로 감정적이고 판단이나 계획, 논리적 사고가 부족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략> 약한 연관성을 찾는 과정이 우선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인 운동 피질이 렘수면 동안 활성화되면 당연히 꿈속에서 운동 감각이 일어난다.


주석

[1] 월말 김어준에서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를 처음부터 모두 들어온 이력이 배경 지식을 제공했습니다.


지난 박문호 박사님에게 배우기 연재

1. 우연하게 만난 수학의 필연성과 논리적 추론

2. 집합적 사고의 필요성으로 나아가는 길

3. 집합론적 사고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다

4. 지식을 배타적 공간에 보관하게 돕는 집합적 사고

5. 박문호 박사님의 집합론적 사고 설명이 주는 영감

6. 맞고 틀림을 명확하게 해 주는 것이 집합론적 사고

7. 조건이 만들어 가는 지식의 경계

8. 관계라는 가장 중요한 우주적 현상

9. 관계와 수학의 연산 그리고 연기

10. 현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구분하기

11. 집합론적 사고로 도출한 대화의 중요성

12. 소프트웨어는 현상을 물리적 세계에 대응시키는 기술

13. 수학의 언어를 이용한 수학 삼각형 활용

14. 왜 기억을 해야 되는가?

15. 필요한 것을 기억하고, 기억을 쉽게 하는 방법

16. 대화를 할 때 다투지 않는 뇌과학적 방법

17. 대화할 때 사실, 감정,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면

18.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

19. 작동하는 지식과 기억 용량을 주여주는 대칭화

20. 이해는 하는 게 아니고 오는 거다

21.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

22. 공부의 90% 손으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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