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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by 안영회 습작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에 이어 수전 데이비드가 쓴 <감정이라는 무기> 중에서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를 소제목으로 하는 구절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차리는 글입니다.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글을 쓰는 시점이 내용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주말 개발자 행사에서 만난 지인이 스트레스를 나쁘게만 말하는 의사들을 비판했던 말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은 '사회를 향한 분노'를 동력으로 활용했던 저의 2, 30대에 하루하루 분명하게 몸으로 익혔습니다. 책으로 돌아가서 밑줄 친 글을 보겠습니다.

전문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기본적인 감정을 일곱 개로 분류했다. 기쁨, 분노, 슬픔, 공포, 놀라움, 경멸 그리고 혐오가 그 일곱 개 감정이다.

퍼플렉시티로 능력을 증강시켜 다른 분류들과 비교표를 만들었습니다.[1]


기쁨을 제외하면 감정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인용한 글을 다시 읽으며 새삼 놀랍니다.

이 감정들이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감정들 가운데 다섯 개(분노, 슬픔, 공포, 경멸, 혐오)는 감정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에서 불편한 쪽에 놓인다. (놀라움은 이 스펙트럼의 양쪽에 모두 다 놓일 수 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대부분이 인간 경험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중략> 불편한 것임에도 자연선택 과정에서 우리 인간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면, 이런 어둡고 힘든 감정들도 어떤 가치나 목적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산술적으로 생각하면 마치 86% 감정은 부정적이라는 듯이 느껴집니다. 물론, 문구를 그대로 따진 수치라 값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무지를 확인하는 놀라움을 백분율로 나타내 본 것일 뿐이죠. 생각해 보면 무드 미터가 고르게 감정 배열을 한 것을 자주 본 이유도 영향을 끼친 듯합니다.


감정의 대부분이 어두운 경험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

다시 인용한 내용으로 돌아가서 다음 문장에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대부분이 인간 경험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과연 무슨 뜻일까?

먼저 저자의 태도가 읽히는 듯합니다. 직시라고 할 수도 있고, 과학적 태도라 부를 수도 있는데요. 저에게 '직시'란 낱말은 틱낫한 스님의 책에서 배운 개념입니다.

고통을 변용시키는 기술의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고통으로 되돌아와 그것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적 태도는 <점진주의: 애자일보다 마음에 드는 표현>를 쓰면서 만난 파인만의 표현을 빌려 '무지라는 만족스러운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고 발견한 사실을 점진적으로 활용하며, 모든 단계에서 현재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모든 것을 바탕으로 다음 걸음을 미지의 세계로 추정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훨씬 더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세계관이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은 과학을 “무지라는 만족스러운 철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인먼은 또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학자는 무지와 의심, 불확실성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며, 나는 이런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배우기 위한 입장권

여기서 저는 여러 가지 생각과 현자들의 메시지를 밀가루 반죽처럼 뭉쳐서 새로운 생각을 만듭니다. <고통에 먹이 주기를 피하기 위한 직시(直視)>를 쓰며 만들어진 느낌은 '물고기를 물을 보지 못한다'는 제랄드 와인버그의 메시지와 직시(直視)를 연결할 힘을 줍니다. 그래서, 틱낫한 스님이 불교도와 중생들에게 '직시(直視)'라는 말로 알리려고 했던 지혜를 파인만에게 설명하면 그가 당신도 '무지라는 만족스러운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할 듯합니다.

그 과정에 상당한 용기가 필요함을 <생각을 하면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를 쓰면서 다시 배우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용기를 내어 직시하게 되면 무지의 대상을 찾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립니다. 사람들은 이를 다양한 말로 부르는데 성찰, 메타인지, 관조, 자기 객관화 따위가 대표적인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호기심을 강조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빠르게 스쳐갑니다.


내게 첫 관문이 되어 준 <당신이 옳다>

책에서 너무 멀리 와서 다시 돌아가 밑줄 친 다음 내용을 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을 수용하고 이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자기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피할 수 있고 감출 수 있다고 헛되이 기대하고 믿으면서, 미리 정해진 행동들을 한다. 그런 감정들과 될 수 있으면 마주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잠시 감탄을 하게 됩니다. 이어서 그간의 노력이 뿌듯해집니다. 2019년 10월부터 읽기 시작한 <당신이 옳다>는 동료와 함께 읽기를 포함하여 작년까지 5년 간 책을 놓지 않고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하려고 발버둥 쳤던 시간들이 이제야 가시적으로 저를 바꾸고 있구나 깨닫습니다.


<당신이 옳다>는 상식처럼 여겨지던 악성 밈 '충조평판'을 자각하고, 거기서 벗어나 우리 모두의 감정이 항상 옳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멈추고, 다음 글에서 이어 가기로 합니다.


주석

[1] 더불어 퍼플렉시티가 제시한 결과의 바탕이 된 출처 중 두 곳(뉴스앤잡, 블로그)에서 만난 도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둘 다 로버트 플루치크의 이론인 듯합니다. 퍼플렉시티에 다시 물으니 아래 그림이 바로 그의 '감정의 바퀴 모델'이군요. 언젠가 무드미터와 함께 비교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기억해 둡니다.

위키피디아 페이지의 요약표도 유용해 보입니다.


<감정이라는 무기>를 읽고 쓰는 글

1.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

2. 감정의 민첩성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훌륭한 친구이다

3.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 마주하기

4. 감정의 민첩성을 얻기 위해 감정에서 한 걸음 비켜나기

5. 감정의 민첩성을 얻어 자기 목적에 맞는 길을 걸어가기

6. 어떻게 감정의 덫에 걸리게 되는 걸까

7. 감정은 이렇게 우리를 낚는다

8. 각자가 만드는 현상적 세계와 두 개의 생각 시스템

9. 휴리스틱의 함정: 터널시야와 훈련된 무능력

10. 아차, 바로 이런 상태가 감정의 덫에 걸려든 상태지

11.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12.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32. 호기심의 가치 그리고 꿈을 일상으로 만들기 위한 조정

33. 지금 이 순간의 편안함에 낚이지 말고 의미를 따지자

34. 매 순간 선택할 옵션을 인지하는 힘을 키우기

35. 8개월 차 감정 과학자 입문기

36. 한국말에는 있지만, 대한민국 교육에는 없는 것

37. 복잡계를 위한 벡터 변화 이론

38. 치유에서 연민으로, 다시 직면으로

39. 여유를 만들고 감정을 살피고 주위도 살펴라

40. 우연히 목차만 보아도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나다

41. 행복을 위해 나에게서 나는 성(性)을 잘 알자

42. 2년간 얼마나 어른이 되었나 돌아보기

43. 이제, 인공지능도 성찰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면?

44. 점수(漸修)를 통해 지혜롭게 행복 비용을 지불하자

45. 오만 가지 생각에 휩싸인 자기 대화가 자신을 망친다

46.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처럼 어려움을 대하기

47.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48.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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