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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 재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걸까?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by 안영회 습작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은 일종의 발화점發火點[1]은 지인과 즐거운 커피챗 이후에 유리 건물 밖으로 나가며 벽에 붙은 영어 문구를 본 직후였습니다.


어디서나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나?

상업적 광고의 일부였는데, 그 유명한 OO를 찾아라의 주인공이 옆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 옆을 보니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콜라보 작품(?)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욕망을 읽어 보았습니다.[2]

지루하세요. 우리 카페로 와서 퍼즐이나 숨은 그림 찾기를 즐기세요.


거기서 저는 (그들의 문제가 아닌) 제 문제를 찾았습니다.

유혹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항상 내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한강의 기적'의 부작용으로 혼자서는 시간 보내는 법을 배우지 못한 어머니를 보면서 '그렇다'라고 바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바탕에는 3년 전 10월부터 써온 <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에서 몸으로 배운 내용이 작동합니다. 항상 주변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두 아들을 보면서 '재미'의 중요한 요소를 반복해서 눈으로 봤습니다. 무의식에 그에 대한 감각이 있을 테지만 언어로 꺼낼 수는 없습니다.


신경 화학 물질(neurochemicals)과 재미의 인과관계

아무튼 재미에 대해서 처음으로 묻고 따져 보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가까이에서는 <감정을 돌보면 일이 잘 되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가 있습니다. 비록 '재미'란 말은 쓰지 않았지만, 사실 이 글 자체가 그 글에 생각을 살짝 더한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바로 세 가지 신경 화학 물질(neurochemicals)의 분비가 팀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인도 친구의 글을 보면서 생각을 풀어낸 글이었죠. 세로토닌이나 도파민 분비가 '재미'와 바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분명 이러한 화학 물질 분비와 관련한 행동을 우리가 즐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또 <인공지능 길들이기>가 만든 습관이 작동해 바로 퍼플렉시티로 달려갑니다. 점점 익숙해지는 신경 화학 물질(neurochemicals)과 재미(joy)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표를 얻습니다.


그래서 재미란 나에게 무엇인가?

여기서 관점을 인문학으로 바꿉니다. 마침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올린 글이 관점을 전환하도록 이끈 듯도 합니다. '깊이 묻고 따지는 젊은이'가 되기로 한 것이죠.

우측 이미지는 위키피디아 The Thinker

깃스러운gity 방식으로 생각을 차려 봅니다. 개발자가 아닌 독자님들을 위해 gity에 대해 부연합니다. 오늘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는 이제 필수 도구가 된 Gi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한 번에 수행한 작업을 모아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조금씩 변경 내역만을 추가하고 뺄 수 있는 형태로 내 코드를 차곡차곡 저장해 둘 수 있습니다.


제 삶에서 재미의 의미를 떠올릴 때 이미 직전에 쓴 <감정을 돌보면 일이 잘 되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를 살핀 것도 깃스러운 행동이죠. 이런 행동 패턴으로 글감을 불러온다는 말입니다.


또다시 만난 질문: 재미란 무엇인가?

가장 최근에 공유한 글은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입니다. 그 글에서도 이미 '재미란 무엇인가?'를 처음 던진 것이 아닌 다시 만난 질문이라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을 두고 다시 저 스스로를 독촉하여 '그래서 재미가 뭔데?'라고 물어보면, 현재는 이렇게 답할 수 있습니다.

신경 화학 물질이 부족할 때, 그 맛을 욕망하는 것 아닐까?


그럴 듯하지만,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과거의 흔적도 찾아보겠습니다. 제목에 '재미'가 들어간 글이 네 개가 있습니다. 최신순으로 하나씩 꺼내 보겠습니다.


욕망에 부합하는 가치와 재미를 전하는 생존 양식

첫 번째는 <욕망에 부합하는 가치와 재미를 전하는 생존 양식>입니다. 제가 썼던 글이지만, 다시 찾아가 보니 재미가 욕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단서가 보이는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아직은 느낌 수준으로 말로 표현하거나 묻고 따질 준비가 덜 된 듯합니다.

두 번째 글로 가 보겠습니다. <아빠랑 수학 공부하니까 재미있어요>입니다. 이 말은 큰 아들이 한 말인데, 둘 중 하나와 비교한 것이겠죠. 학교 수학 시간이나 혼자서 수학 문제집 풀 때와 비교한 말일 것입니다. 암튼 여기서 지난봄 아들의 재미를 꺼낸 것은 아이를 잘 관찰한 후에 해당 주제에 대해 한발 나아갈 길을 제시한 때문이 아닐까 유추가 되어 이를 그림으로 묘사해 보았습니다.


재미(공감)를 유지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이제 세 번째로 갑니다. <창의는 재미에 의미 더하기, 모방은 창의의 친구>입니다. 2년 전에 썼던 이 글은 한 해 전에 썼던 <창의는 재미에 의미를 더하는 일>에서 깨달은 바를 재확인하는 글인 듯합니다. 3년 전에 아이와 밀당하며 그리고 <당신이 옳다> 내용을 실천하며 배웠던 '공감'이 여기서 아들의 재미를 낳게 한 듯합니다.

두 번째로 얻은 표 즉, 앞서 퍼플렉시티가 만든 신경 화학 물질(neurochemicals)과 재미(joy)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표가 떠올랐습니다. 기록에 담긴 둘째 아들과의 추억에서 작용한 신경 화학 물질은 분명 옥시토신이었겠네요.


주석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 사전을 찾았습니다.

[2] 하지만, 욕망은 주로 무의식에서 은거하니 저의 속말은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습니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연재

(5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 쓸개와 쓰지: 말맛과 기억 그리고 유통

6. 길, 길이, 길지: 길과 인생길의 속성

7. 물, 물지, 물다 그리고 겿씨말 '~지'

8. 저에서 파생된 말들 그리고 저희와 우리의 차이

9. 배를 엮는 일을 해 보려고 합니다

10. 바람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그 매듭이다

11. 차려진 바람과 막연한 바람 그리고 바람의 시각화

12. 한국말 차림의 뼈대는 S+O+V, 영어는 S+V+O

13. 섬을 보며 서다를 말하고,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14. 함께 써야 말이 되는 이치 그리고 씨말을 따져 보는 일

15. 인공지능이 어원 찾기를 돕습니다

16. 지식과 정보의 바탕에 놓인 줏대, 감정, 지식, 성향

17. 지식과 정보의 관계를 한국말로 배우기

18. 차림의 의미를 따지기 위해 지난 기록을 추려 보다

19. 내가 가진 역량과 욕망과 여건이 결합하는 성취(成就)

20. 줏대와 관점: 비슷한 듯 다른 두 낱말을 두고 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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