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의 주기율표
페이스북에서 <해석의 풍요로움 그리고 글로 만나는 현자들>을 소개했더니 한 페벗님이 사전을 엮는 이야기를 담은 <배를 엮다>라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교차점이 무엇인지 만나려고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유튜브의 <배를 엮다> 소개 영상을 보았습니다. 영상은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전을 만드는 일에 대해서는 경험은 물론 생각해 본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전을 묘사하는 비전에 울림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말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배를 엮는다.
이건 마치 최봉영 선생님이 홀로 하고 계신 일과 그대로 대응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의문이 이어졌습니다. 그럼 나는?
대답을 못하고 3개월 남짓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다시 이 생각을 어어 갑니다. 최봉영 선생님께서 주신 <우리말에 바탕을 둔 한자 익힘 책>을 바탕으로 아들에게 낱말 공부를 시킨 일이 있습니다. 이때 아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부부는 소리는 똑같은데 뜻은 다르네요?
저는 그 순간 아이가 한자를 씨말로 한국말 낱말 배우는 일이 잘 될 것 같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1] 곧이어 아들이 쓴 다른 한국말을 보면서 '한자'만이 씨말 대상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난 후에 무심코 뉴스를 보다가 '태극기피셜'이라는 신조어에 눈이 갔습니다. 제가 짐작하는 것이 맞나 찾아보니 과연 그랬습니다.
얼마 전 류현진이 나오는 영상에서 듣고 재밌다고 생각한 '짐피셜'이란 단어도 생각나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씨말의 쓰임새가 사전에 등장하는 어근 정도로 어문학적 쓰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말의 기원을 알아서 올바로 쓸 때, 다시 말해서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실천하는 일이지만, 이와 더불어 맛깔난 신조어 낱말을 만들 때도 쓰이고 있었습니다. 다만, 명시적으로 드러나서 쓰이는 것이 아니라 말에 대한 센스를 가진 일부 사람들이 만들고 쓰고 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사건을 엮어서 제 느낌을 전하려고 하니 비약이 넘치는 어지러운 전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21년 <나 혼자 하는 묻따풀 출사표> 역시 그랬습니다. 이 글의 진짜 목적은 제 결심을 박제해 두는 일입니다. 중간에 멈춰 서지 않도록 말이죠.
애초에 페벗님 소개가 주는 자극이 무엇인지 몰라 이를 탐구할 목적으로 <지식 덕후의 탄생>으로 썼지만, 이제 제 결심에 맞춰 이 글은 오래도록 멈춰 있던 <한국말의 주기율표> 연재로 변경합니다.
[1] 한자 600자 중에 고작 두 자 만을 해 보았으니 아직 증명된 것은 아니라 하겠습니다.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1. Value Object 이전에 Object란 사실
12.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다
13. <AI 미래>로 배운 집필, 소통의 이면, 작명 모순
14. 생명의 위대함에 대하여...
15.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똑같은 가치를 지닌 존재다
19.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과 책 내용을 그냥 섞어 보기
23. 신까지 빚어낸 인간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