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나에게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를 막 쓰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제가 하는 어떤 행동을 패턴으로 인지하기 시작할 때, 그 행동을 '대칭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대칭적' 이전에 '대칭화'가 있었다 하겠습니다. 박문호 박사님 영상의 영향으로 <작동하는 지식과 기억 용량을 주여주는 대칭화>를 쓴 후부터 ‘대칭’이란 말을 자주 써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무슨 대칭인지 생각이 명확하게 차려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대칭화'를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학생처럼 비록 뜻은 분명히 몰랐지만, 자주 쓰며 익숙해지려고 했던 흔적은 보입니다. 검색 결과를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맥락이 다른 대칭의 쓰임을 골라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출처가 <데이터 분석가의 숫자유감>인 대칭이 작년 봄에 쓴 <데이터 속의 숫자는 함수적으로 바라보라>라는 글에 있었습니다. 내용을 보면 선후 관계의 복원 여부 혹은 방향성의 존재 유무를 두고 대칭을 논한다 하겠습니다.
읽으면서 스스로 대칭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고 싶어 위키피디아에서 Symmetry 페이지를 살펴봅니다. 먼저 포괄적 의미(the broad concept)의 Symmetry 의미와 함께 다수의 대칭 개념이 정리되어 있는데, 다음 항목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Symmetry (geometry), of shapes in a metric space such as the plane
Symmetry in mathematics, of mathematical structures in general
Symmetry (physics), a physical or mathematical feature of the system (observed or intrinsic) that is "preserved" under some change
Symmetry in biology, the balanced distribution of duplicate body parts or shapes
지적 자극과 충동이 일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서 관심을 끊고 다시 다른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역시 출처가 박문호 박사님이 아닌 '대칭' 쓰임은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 타인을 도울 자격이 있다>라는 글에 있었습니다. <당신이 옳다>가 출처인 '대칭'이 등장합니다.
그가 나를 의식할 수 있도록 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중략> 그것이 유일하고 근원적인 방법이다. <중략> 그가 나를 의식해야 그의 일방성이 주춤하기 시작한다. 비대칭적이고 일방적인 관계가 대칭적이고 상호적으로 서서히 변한다. <중략> 먹고살기 위해서라도 끊어야 한다. 먹고사는 힘은 자기를 지켜내는 힘에서 만들어진다.
대칭을 인간관계에 대입한 쓰임인데 대칭적과 상호적을 같은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국말로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1]
흥미롭게도 稱(일컬을 칭) 풀이에는 저울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모두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하면 대칭적이 되는 듯하단 생각을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소위 '갑질' 현상과 같은 모습을 보면 돈이 가치 평가 수단이 되어 비대칭이 발생하는 것이겠죠.
반면 생물학의 대칭(Symmetry in biology, the balanced distribution of duplicate body parts or shapes) 개념을 확장해서 인간사회에 적용해 보면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대칭 분포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원에는 2015년 '문화 상대주의'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바로 알아챈 경험[2]이 있습니다.
훗날 바로 '모래사장의 아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이 지금의 생각을 만들어 낸 결정적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담는 저의 말은 '개성'이죠.
페북에서 아래 문구를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바로 그 느낌을 잘 담고 있다 알아보고 그대로 '개성'에 담아 보관하는 글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존재의 가치가 대칭적으로 같다는 말이 개성보다 더 나은 듯합니다. 그리고, 최봉영 선생님이 자주 말씀하시는 '쪽인 나' 혹은 함께성과 연결하면 누리에 대칭인 인간들은 그대로 생물학적 대칭과 부합합니다.
글이 길어졌고, 뇌도 지치는 듯합니다. 애초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똑같은 가치를 지닌 존재다'라는 너무나 마음에 드는 말을 발견했습니다. 두 아들에게도 해 주고 싶은 말입니다. 네가 1등을 하든 꼴등을 하든 너는 똑같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요. 저 하늘의 별에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있지만, 가치를 매기는 일은 우스운 것처럼요.
원래 가려던 길은 뒤이어 가겠습니다만, 여행을 하다가도 아름다운 광경을 만나면 잠시 멈춰서 그 순간을 즐기듯 멈추어 마무리합니다.
[1] 대칭의 두 한자와 Symmetry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여, 씨말 풀이까지 따라가 보다가 稱(일컬을 칭) 풀이 내용을 보았습니다. 다음과 같이 잣대를 통해 가치를 매기는 일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있습니다.
[2] '이거다'하는 순간을 늦알이라 할 수 있은지 최봉영 선생님께 여쭤 보아야겠습니다.
8. 늘어나는 AI 고용주(?)와 생각의 자동화라는 부작용
9.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일 때, 옵션(선택권)을 인식하다
11. Value Object 이전에 Object란 사실
12.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다
13. <AI 미래>로 배운 집필, 소통의 이면, 작명 모순
14. 생명의 위대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