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한동안 아이들의 용돈 벌이 수단으로 흰머리 뽑기를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어려서 용돈 쓸 곳이 많지 않아 그런지 처음에는 자기 손으로 무언가 하고 돈 받는 즐거움에 열심히 하더니 이내 시들해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둘째에게 함께 편의점 가서 기분 전환하는 일을 제안하고 아이가 흔쾌히 수락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기회를 활용해서 경제 개념을 몸으로 익히는 계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사고 싶은 물건의 가격은 1,700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흰머리 스무 개를 뽑고 제가 개 당 100원으로 쳐주어 2,000원을 주었습니다. 그 돈을 들고 편의점으로 향했습니다. 주로 제가 결제하던 상황과 구분하기 위해 일부러 카드를 들고 가지 않았죠.
그런데 아이가 사려던 물건 가격이 그새 올랐습니다. 돈이 모자라자 아이가 집에 가서 400원을 더 가져오겠다고 합니다. 다행히 편의점에서 카카오 페이를 지원해서 제가 먼저 계산할 테니 나중에 아빠 흰머리를 네 개 더 뽑든지 아니면 400원을 아빠에게 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아이가 아는 단어는 아니지만 듣는 경험을 통해 흔적을 남기기 위해 흰머리를 뽑는 방법이 노동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노동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돈으로 해결할지 결정하라고 말이죠. 아이가 알아듣고 결정을 했습니다.
한편, 편의점으로 가기 직전 가지고 놀던 병의 코르크 마개 때문인지 편의점 가는 길에 아이가 묻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실이라 챗GPT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던 아들이 언젠가 저에게 전화를 해서 토트넘 경기 끝나면 하이라이트 보여 달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가 경기 사실을 접할 통로가 궁금했습니다. 학교에서 급우들에게 들었나 싶지만 확인을 위해 아이에게 물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그거 있잖아? 인공지능, 아니 시리에게 물었어요
아이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보여주면 예상을 뒤엎고 쉽게 배운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한편, 둘째 아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피아노 학원에서 얻었다고 해서 의외란 생각에 '어떻게 피아노 학원에서 생겼어?'라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큰 아이가 열 번 나오면 한번 뽑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언젠가 제가 경제 개념을 가르치려고 했던 말들을 응용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나오게 하려고 하는 거 같아요.
기특하다는 생각과 반가운 마음에 '아, 유인책?' 하며 대응을 했더니 아이들 둘이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마법 천자문 덕에 익숙해진 한자의 힘을 빌어 보려고 한자 사전을 펼쳤습니다. 아쉽게도 아이들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습니다.
<항해하듯 아이와 밀당하기>를 결심한 이후 자주 겪어서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다음 상황에 적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페벗에서 다음 그림을 보는데, 동질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
(1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5. 아이의 문제 푸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도우미로 참여하기
16. 숙제를 의무가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서 문제로 정의하기
22. 둘째와 영어 책을 읽다가 감성 지능과 마음챙김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