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아이들이 문제집을 풀고 있었습니다. 태블릿 한 시간을 하려면 두 페이지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는 아내와 큰 아이가 정한 규칙의 힘이죠. 여기서 저는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그간 연마한 자기 주도 학습 도우미 역할을 시도해 봅니다.
1학년 아이의 수학 문제집에 네모 기호가 나와서 여기서 아기 발걸음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기 발걸음은 도우미 역할을 시도하는 저 자신의 발걸음입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이 네모를 우리말로 하면 뭔지 알아?
큰 애가 먼저 '어떤 수'라고 말합니다. 저는 속으로 '아, 요즘 아이들 책에서는 그렇게 쓰나 보구나'라고 하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합니다. 하지만, 제 역할은 '도우미'입니다. 현재 학교 교과서나 문제집을 따라가는 일이 아니란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학습으로 나아가는 길을 촉진하는 임무를 띄고 있습니다.
밀당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행히 '미지수'가 떠올랐습니다.[1] 아이들이 마법 천자문을 읽으며 마치 한자 읽기를 무술의 초식처럼 재미있어 하는 데에서 착안한 것입니다.
예상대로 통했습니다. 옆에서 혼자 문제를 풀던 큰 애도 끼어들어 퀴즈(?)를 맞추고 싶어합니다. 먼저 미지수로 둘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한 후에 내친김에 '출제자'와 '의도'를 연이어 진행합니다.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문제를 푸는 순서를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둘째가 문제를 보면 먼저 출제자 의도를 그린다는 말을 저를 따라 했습니다. '그린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한자 사전에서 圖(그림 도)를 찾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밀당을 넘어서 수학 풀이로 나아갔습니다. 우선 출제자 의도는 글 내용을 읽고 식으로 나타내는 일입니다. '출제자 의도'를 받아들이기 전에 아이는 소리 내어 아주 또박또박 문제를 읽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부분도 낯선 단어와 씨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정확한 순서로는 그 모습을 보고 제가 '출제자 의도'를 설명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이가 '출제자'와 '의도' 한자 풀이를 하고, 제가 그걸 왜 설명하는지 깨달은 후에는 아이가 긴 문제 내용 중에서 중요한 내용만 표시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금세 익히는 모습을 보고는 우리가 '패턴'으로 현상을 익힌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여기서 자릿수가 바뀌는 수 사이의 빼기가 등장했는데, 최근 인스타 추천으로 알게 된 빼기 풀이법을 응용해 보았습니다.
아이에게 식(式)에 대해서는 이미 이해 없이 받아들이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34와 9를 비교할 때, 34를 10과 24의 더하기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34 = 24 + 10 을 떠올릴 때는 옆자리에서 지켜보는 3학년 큰 아이의 지식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복잡한 절차를 이해하기 어려운 둘째에게는 과정을 모두 설명하는 대신에 나름대로 풀어 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나름의 수준에서의 이해로 나머지 문제들을 풀 수 있었습니다.
[1] 처음에는 변수라고 잘못 말했더니 옆에서 아내가 교정해 주었습니다.
8.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기
10. 아이들과 결정적 지식 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