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아이의 개성을 살리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지켜보는 아빠가 되리라고 결심한 후에 마침 기억해 둘 장면이 생겼습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유튜브 시청 시간을 제약하는데, 둘째는 유럽 축구 하이라이트를 보는 것을 저만큼이나 좋아합니다. 큰 아이는 그렇지 않고요. 그래서, 둘째가 부탁을 하자 제가 기준을 정한 후에 한 편을 보여주는데 큰 애는 보지 않는 장면을 찍어두었습니다. 아이의 개성을 키워주겠다는 제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사진으로 말이죠.
다음날 둘째가 등교 전에 지난밤 있었던 손흥민 경기 하이라이트가 보고 싶다고 합니다. 아침 바쁜 시간에 영상을 보는 장면이 아내를 불편해할까 봐, 할 일을 다 하면 보여주겠다고 아이와 합의를 했습니다. 그렇게 보는데 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토트넘의 패배에 실망할 줄 알았더니 활약한 상대편 에이스인 부카요 사카 이미지를 출력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전에 제가 소개해 준 음벨홀(음바페, 벨링엄, 홀란드)에 더하여 사카 사진을 올려서 식탁 자신의 자리 앞에 붙여 두었습니다.
마침 그날 저녁에 큰 아이가 놀라운 제안을 했습니다. 흔쾌히 승낙을 했더니 다음과 같은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집안 여기저기에 가족사진을 붙여 두기를 좋아합니다. 앨범 형태로 보관하면 잘 보지 않는다는 점을 착안해서 어머니가 하시는 방식을 모방한 것이죠.
할머니의 방식은 이제 손자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길위의김대중> 후원을 하고 받은 포스터도 한참 붙여져 있었는데, 아이가 저에게 허락을 구한 것은 바로 그 사진의 김대중 前대통령 얼굴에 자기 사진을 붙여도 좋냐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는 빨래를 널고 있던 엄마한테 허락을 구했는데, 사진을 오리는 것이 탐탁지 않은 엄마가 아빠에게 물어보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엄마는 아이의 패러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습니다.
한편, '이다지기' 중에서 이해와 지지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아이는 사진에서 얼굴을 오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포스터 글자를 바꾸기 위해 자로 크기를 잰 후에 종이에 크기에 맞춰 크레용으로 글자를 쓰고 오리는 일을 신이 나서 했습니다.
아이의 개성을 이해해 주고, 지지를 해 준 덕분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8.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기
10. 아이들과 결정적 지식 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