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로 입문하기> 잘했다고 느끼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이 둘과 함께 셋이서 축구를 하는 중에 둘째가 그만하고 집에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들어가려는데 큰 아이가 갑자기 멈춰서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참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서툴게라도 감정 과학자로 입문하기>로 했으니 실천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집으로 들어간 후에 마음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감정의 발견> 책 뒷면의 MOOD METER를 찾았습니다. 그걸 찢어서 들고 온 후에 아이에게 보여 주면서 우리의 기분은 소중하니까 그걸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동생이 짜증을 부려도 함께 축구를 하려고 거듭해서 참았는데, 둘째가 그렇게 가 버렸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를 안아 주고, 계속해서 감정은 소중하고, 자기감정을 스스로 알아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아이는 존중을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기분이 조금 누그러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책에서 잘라낸 무드 미터(MOOD METER)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로 보이는 곳에 부착했습니다. 하루 간격으로 큰 아이와 둘째가 모두 관심을 보였습니다. 큰 아이는 붙여둔 무드 미터를 떼어 내서 찬찬히 보면서 어떤 표현이 있는지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둘째는 색상으로 묶어서 하나의 감정으로 보였는지 저에게 '빨간색은 OO 기분이에요?' 하는 식으로 여러 차례 질문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미 <한국말 말차림법>을 샀을 때, 아이들 눈높이에 부착해서 효과를 본 일이 있습니다. 당시 부록에 있는 내용을 붙여 두었더니 책도 읽지 않은 아이들이 예시 문장을 마치 놀이하듯이 반복해서 읽었던 모습이 있었거든요. 그걸 응용한 것인데 대번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앞선 일이 있고 하루가 지나서 또다시 축구를 하다가 큰 아이가 또 우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자신은 동생이 싫어해서 참았는데) 동생은 자기를 놀려서 마음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찬찬히 자초지종을 묻고 있는 장면을 옆에서 보았지만, 짐짓 모른 척 혼자 공을 차는 둘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나중에 형처럼 자신이 마음이 상해 있는데, 형이 혼자 모른 척 축구를 하면 기분이 어떻겠냐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좋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형이 기분이 풀리면 같이 놀자고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아이가 '어떻게 형아 기분이 풀리는데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빠도 모르지.'라고 말하면서 대신 '형아, 기분 풀리면 같이 축구하자'라고 말하면 된다고 제안했고, 아이가 그대로 했습니다.
큰 아이는 '알았어'라고 말하면서 아직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고, 저와 둘째가 둘이서 먼저 패스 놀이를 하는 장면을 지켜보다가 이후에 합류했습니다. 앞서 시도했던 경험은 다시 새로운 경험을 낳았습니다. 이렇게 초보 감정 과학자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언젠가 인스타 추천에 뜬 이미지를 보면 <당신이 옳다>를 떠올린 일이 있습니다. 이제 막 초보 감정 과학자기 되어서 보니, 감정을 인정하고 과학자처럼 살피는 일 역시 존중을 가르치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에 당시 보관해 두었던 이미지를 찾아 첨부합니다.
글을 쓰고 제목을 붙이는데, 제가 아이가 우는 장면에서 '감정 과학자'로 변신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퍼맨 대신 말이죠. :)
8.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기
10. 아이들과 결정적 지식 공부하기
15. 아이의 문제 푸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도우미로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