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과 함께 배우기
어느 날 둘째 아이가 주기율표를 보고 따라 그리고 있었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왜 그리는지 물었는데 '그냥요'라고 답했다가 재차 물으니 '멋있어서요'라고 했습니다.
아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뭘까 궁금해서 이후에도 아이가 자발적으로 책을 펼칠 때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맞춤법 책을 읽을 때는 '아빠가 맞춤법을 틀렸잖아요.'라고 분명한 이유를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책을 펼치며 패턴을 발견하는 모습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본능적인 것일까요?
아이에게 손흥민, 음바페 그리고 우사인 볼트 만화책을 사 주었는데, 셋 모두 회상 장면이 있다고 늘어놓고 저에게 설명을 하는 장면을 두고 제가 패턴을 발견하는 모습이라 쓴 것입니다.
조금 이따 아이가 수소가 만들어진 후에 얼마 만에 헬륨이 만들어졌냐고 묻습니다. 어디서 본 모양입니다. 저도 어딘가에서 들은 기억은 있지만, 기억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우연히 집에 꽂혀 있던 뉴턴 잡지에 원소 도감 편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던 중에 박문호 박사님이 말씀하신 결정적 지식이 떠올랐습니다.
이를 아이들과 함께 과학 공부할 준비를 겸하여 멈춰 있는 <박문호學의 시작> 재개를 도모해 볼까 시도해 봅니다. 어떻게 시작할까 단서를 얻기 위해 Newton 잡지의 원소 도감 편을 펼쳤습니다.
먼저 아이가 질문한 내용이 있었습니다. 수소가 생긴 후에 약 3분 뒤에 헬륨이 생겼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에게 해당 내용을 읽어 보라고 합니다. 아직 초등 1학년이라 문장 읽기 연습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3분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와 함께 기억할 결정적 지식을 만들어 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먼저 138억 년 전에 빅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큰 아이는 과학책을 보면서 이미 스스로 외운 내용이라 둘째에게도 자극이 됩니다. 그리고 Newton 잡지를 열어 118종이 나오는 문장을 읽게 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따라 그리던 주기율표의 마지막 원소 번호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모든 원소의 개수가 118종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돕고, 118을 결정적 지식 후보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흥미롭게도 둘째의 행동이 계속되자 큰 아이도 따라 했습니다. 왜 하는지 물었더니 '재미있어 보여서 했는데, 나중에는 뿌듯했다'라고 합니다.
'성취감?'이라고 물었더니 아이가 모르는 눈치라 한자 사전을 펼쳐서 성취감의 한자 구성과 뜻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조금 이따가 아이 엄마가 주기율표 그리는 이유를 물을 때, '성취감'이란 단어를 쓰는 것입니다. :)
8. 아이들의 시선에서 보기
10. 아이들과 결정적 지식 공부하기
15. 아이의 문제 푸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도우미로 참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