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덕후의 탄생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뭐라고 답을 하든 우리 자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드러내는 답변이 될 듯합니다. 책에는 뜻밖에도 정답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빌리러 가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간입니다.
최봉영 선생님과 묻따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눈에 띄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과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말일까요? 제 말로 설명하거나 반박할 수는 없지만, 마음 한편에는 이미 설득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 심오한 질문은 잠시 남겨 두고 다른 다발말(=단락)에서 발견한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해 보겠습니다.
언어학자이기도 한 저자 빅터 D.O. 산토스의 서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언어 하나가 소멸되면, 문화 하나도 역시 소멸됩니다. 언어 하나를 잃을 때마다 인류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잃게 됩니다. 인간이 된다는 게 무슨 뜻인지, 그 핵심을 잃는 거예요. 그 언어에 심어져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꽃피운 문화, 지리, 식물, 철학 지식이 함께 영원히 사라집니다.
처음에는 '언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싶었다가, 최봉영 선생님이 한국말의 힘을 강조하는 장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언어 하나를 잃으면 문화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여겨졌습니다. 언어가 문화의 핵심이란 점이 느껴졌습니다. 당연한 사실일 수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핵심이란 단어를 단편적으로 알고 써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시 한번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몸으로 경험합니다. 그리고 사전 풀이를 찾아봅니다.
씨가 되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아니면 씨이면서 마음인 것을 뜻하는 것일까요? 애초에는 중심과 중요를 씨와 마음에 대응시켜 보려고 했는데, 이 역시 일대일대응은 억지스럽게 느껴집니다.
파파고 번역을 한 후에
Core를 콜린스에서 찾아봅니다.
The core of a fruit is the central part of it. It contains seeds or pips.
마음에 대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서로 의미와 쓰임이 다르겠구나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어서 위키피디아를 보니 굉장히 많은 코어가 정의되어 있습니다. 유의어 사전도 봅니다. 심장과 뼈대가 나란히 핵심과 비슷한 말로 쓰인다는 점을 보면 사람들이 '중심'과 '중요'라는 말을 각기 달리 해석해 왔다는 점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마침 발견한 페벗님의 인용문으로 인해 방향을 선회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미친 세상과 사랑에 빠지기>의 일부인 듯합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신들 외에 다른 신은 없습니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낸 것들 외에 다른 정부나 법률, 도덕도 없습니다. 민족들은 대규모로 그렇게 하고, 개인은 소규모로 하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개인은 의미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혼돈에 맞서 자신의 예감과 의미에 대한 욕구를 내세우고, 마치 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이 모든 것에 하나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사는 법을 배웁니다. 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으니 어떤 맥락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저의 맥락에서는 이렇게 읽힙니다.
신조차 말로 빚어진다
이런 대담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분명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초점은 놀라운 문명과 문화를 빚어낸 빌딩 블록이 바로 말이란 사실입니다.
8. 늘어나는 AI 고용주(?)와 생각의 자동화라는 부작용
9. 상대의 의견을 받아들일 때, 옵션(선택권)을 인식하다
11. Value Object 이전에 Object란 사실
12. 생성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리다
13. <AI 미래>로 배운 집필, 소통의 이면, 작명 모순
14. 생명의 위대함에 대하여...
15.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똑같은 가치를 지닌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