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지난 글에 이어 <도시의 승리> 서문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생각을 글로 씁니다.
다음 다발말에 밑줄을 칠 때, 브런치를 쓰기 시작할 즈음부터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경제 공부가 누적해서 배경 지식이 되어 준다고 느꼈습니다.
루스벨트 가족처럼 설탕 생산업자들은 대형 항구도시에서 활동했다. 업체들의 경우 도시 규모가 되어야 고가의 대형 정제기에 드는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고, 정제 설탕 결정체들이 장시간 더운 지역에서 운반되는 도중에 녹아서 뭉치지 않게 하려면 소비자들과 지리적으로 충분히 가까운 곳에서 영업을 해야 했다. 마찬가지로 의류 산업이 뉴욕에 밀집된 이유도 뉴욕으로 많은 양의 목화와 직물 화물들이 유입됐고, 선원들 사이에서 기성복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리진>을 읽으며 배운 지리에 얽힌 이야기도 제 머릿속에서 작용을 하겠죠. 그리고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디지털 전환의 시기에는 UV나 '주목 혹은 가치주의' 따위로 양상이 바뀐다고 생각하니 정보가 지식이 되는 듯합니다.
20세기가 되면서 거리의 의미가 없어지자 뉴욕을 초대형 제조업 도시로 만들어줬던 운송비의 이점이 사라졌다. <중략> 20세기 중반 뉴욕 경제의 쇠퇴는 19세기 이점들이 이제 점점 더 부적절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
음... 인터넷 이전에도 '거리의 의미가 없어졌다'라고 말합니다. '인터넷 키즈'라 그런지 통신의 발달에 대해 지나치게 가중치를 두고 있었던 듯합니다.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인공지능 삼총사(제미나이, 챗GPT4o, 퍼플렉서티)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1] 각각 제미나이, 퍼플렉서티, 챗GPT가 열거한 내용을 항목만 추려서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굳이 이들을 종합하지 않아도 결과를 모아서 보기만 해도 대강의 느낌을 주는 듯합니다. 외울 것도 아니니 이 정도로 넘어갑니다.
소제목인 '몰락한 제조업 메카에서 세계중심지로 부활한 뉴욕'에 해당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세계화가 제조업 허브로서 뉴욕이 가진 이점을 앗아갔지만 그것은 뉴욕의 아이디어에 기반한 생산성 우위를 끌어올려 주기도 했다. 뉴욕에서 봉제 산업은 많이 쇠락했지만 여전히 캘빈 클라인과 도나 카란 같은 브랜드들이 다수 활동하면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서 유행하는 디자인들을 만들고 있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빅 3 업체들에게 심적 고통을 줬을지 모르지만 국제 금융 흐름을 관리하면서 뉴욕에서 활동하는 은행가들은 거액의 돈을 벌고 있다. 보다 많이 연결된 세상은 이제 수익을 좇아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기업인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다.
앞선 다발말과 이어지는 다발말이지만, 특별히 다음 내용은 요즘 직업 일상에서 크로스보더 콘텐츠 커머스를 하며 겪는 일과 연관이 느껴집니다. 제가 시도하는 일이 '서로 연결된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생산'하는 일의 전형인 듯이 느껴졌습니다.
암울했던 1970년대에 금융 개혁가 무리들이 상대방으로부터 배우면서 서로 연결된 일련의 아이디어들을 생산하기 시작하자 뉴욕은 변신에 성공했다. 위험과 이익을 맞바꾸는 문제에 대한 학계의 지식이 늘면서 마이클 밀켄이 개발한 고수의 채권, 즉 일명 정크본드 같은 위험. 자산의 평가와 판매가 용이하게 되었다. <중략> 이 당시 위대한 혁신가들 중에서 다수는 정식 훈련이 아니라 몸소 체험하면서 지식을 쌓았다.
이 책에서 기대하는 바가 그렇지만, 이 책이 그저 뉴욕의 지난 역사를 다루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게 되는 장면이죠.
한편, 다음 다발말을 보면서는 결과만 보고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매우 빈약함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오늘날 맨해튼에서 지급되는 임금의 40퍼센트는 금융 서비스 산업에서 나가고 있다. <중략> 그리고 이런 분야에서 일하는 금융 전문가들 중 일부는 대침체를 일으킨 주범이지만, 그들에게 거처를 제공한 도시는 그런 폭풍을 견뎌냈다. 2009~2010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진 시거에도 맨해튼의 임금 상승률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높은 11.9퍼센트였다. 2010년 맨해튼의 평균 주급은 2,404달러였는데, 이것은 미국 근로자 평균보다 170퍼센트.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산실로서 위대한 뉴욕 밖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지불한 산타클라라 카운티보다 45퍼센트가 높은 수준이었다.
통념과 다른 데이터가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팩트풀니스>가 알려준 '반직관을 수용하고 현실을 그대로 보기'를 다시 상기합니다.
저자는 물리적 교통 자체의 의미가 아니라 도시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인접성이 번영과 행복의 키라고 말합니다.
뉴욕의 부흥과 쇠퇴 그리고 새로운 부흥은 우리에게 현대 대도시의 핵심적인 역설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것은 장거리를 연결하는 비용은 떨어졌지만 인접성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서론의 앞부분에 등장했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의 논쟁이 떠오릅니다.
지구상 곳곳에 점점이 퍼져 있는 혼잡한 집합체, 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논쟁을 벌이던 시기부터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에서 앞으로 무엇을 설명할 것인지 분명히 합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도시들을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만든 것이 무엇인지를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과연 도시가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일까요? '가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 문제를 '도시'를 중심으로 연구하는 학자로서 동시에 대중에게 이를 전달하는 저자로서의 그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냅니다.
뒤이어 도시가 혁신 엔진으로 작동하게 하는 특징을 역시나 두괄식으로 미리 제시합니다. 도시의 인접성, 혼잡성, 친밀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도시에 머물면서 비싼 인건비와 토지비를 감당하려는 유일한 이유는 도시가 그런 비용을 상쇄하는 생산성의 이점들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말로써 개념화해 보지 못한 사실들을 문자로 확인하며 머리에 새기는 듯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도시는 똑똑한 거주민들을 서로 연결시킴으로써 혁신의 속도를 끌어올리지만 개발도상국 세계에서 도시는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서 도시는 시장과 문화를 연결하는 '관문'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낮에 지퍼를 열면서 관문 역할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일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새롭게 생각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그랬더니 서로 다른 공간 사이에 경계를 잇는 관문의 역할이란 수식을 떠올려 봅니다. 이번에는 새로운 도시를 예로 관문 역할을 설명합니다.
1990년에 일반 미국인이나 유럽인들 앞에서 인도를 언급하면 아마도 그들은 십중팔구 제3세계의 비극적 가난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을 것이다. 오늘날 똑같은 사람들이 인도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의 일자리가 방갈로르에 아웃소싱될 위험에 대해서 불편한 심기를 토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의 발전 양상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느낍니다. 아마도 방가로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탓이겠죠.
한 장소에서 그토록 많은 인재를 집중적으로 모아놓음으로써 방갈로르는 인재들이 쉽게 스스로 학습하고, 싱가포르나 실리콘밸리 출신의 외부인들이 인도의 인적 자본과 더 쉽게 연결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방갈로르의 인재 밀집을 연상시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서론이 매우 기네요. 여기서 중단하고 뒤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합니다.
[1] 프롬프트로 사용한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Edward Glaeser는 그의 책 <Triumph of the city>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20세기에 '거리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말의 근거가 될 만한 사건이나 사태는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다음] 20세기가 되면서 거리의 의미가 없어지자 뉴욕을 초대형 제조업 도시로 만들어줬던 운송비의 이점이 사라졌다.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8. 새마을 운동은 잊고 지식 노동 생산성을 고민하자
19. Apple: 혁신의 끝에 도달한 유틸리티 컴퓨팅 업자
21. 디지털 마약 비유 때문에 살펴본 애플 비전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