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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Sep 11. 2024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2015년 크로스보더 일을 하자고 제안한 계기로 긴 세월 함께 사업을 배워가는 동료가 있습니다. 모임에서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 중에 그 친구가 <도시의 승리>를 강력하게 추천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서론을 다 읽기 전부터 매력적인 인사이트에 더하여 수려한 문장에 놀라며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 들은 <월말김어준> 8월호에서 이 책이 언급되어 놀랍기도 합니다.

이 글은 도시의 승리 서론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글입니다.


서울은 혁신의 집합소이다

2011년 6월에 저자가 쓴 한국어판 서문에서 눈에 띈 다발말(段落)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는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에서부터 지금의 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의 근간을 이룬 혁신적인 발명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혁신과 학습을 조장하는 데 있어 도시가 가진 우위는 한국이 이룬 성공을 설명하는 데도 유용하다. 서울은 수십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많은 인재들을 끌어오며 번영한 도시로서 위상을 높였다. 서울의 크기와 범위는 서울을 위대한 혁신의 집합소로 만들었다. 상경한 근로자들은 농촌 공동체에서 고립된 생활을 접고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책 내용을 떠나 잠시 제가 쓰는 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에 넣는 대신에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연재에 넣는 이유는 이 책을 보는 제 관점을 투영한 것입니다.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은 일상에서 책 내용을 바로 소화하는 일에 초점을 두는 반면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은 장기 투자를 시작하고 경제를 배우는 관점에서 이어온 것입니다. 기사나 뉴스를 토대로 경제 학습을 하는 일이 제 라이프스타일로는 어렵지만, 이 책은 풍부한 지식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어 독서 행위를 경제 학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저자는 수려한 문장을 구사하는데요. 아마추어 작가로서 저 역시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몇몇 문장들이 자극하기도 합니다. 자, 이제 저자의 서론에서 밑줄 친 내용을 훑어보겠습니다.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저자의 글쓰기는 전형적인 두괄식인 듯합니다. 서론의 제목이 '진정한 도시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우리 모두가 아는 인물을 제시하며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멋지네요.

지구상 곳곳에 점점이 퍼져 있는 혼잡한 집합체, 도시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장에서 논쟁을 벌이던 시기부터 혁신의 엔진 역할을 해왔다.

그러고 나서 '혁신의 엔진'이라며 '도시의 승리'의 핵심을 설파합니다. 그걸 서론에서 하죠. 책 내용을 더 살피기 전에 영감[1]을 주는 포기말을 음미하며 몇 가지 생각을 다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혼잡한 집합체'와 '혁신의 엔진'이 보여주는 궁합입니다. 구조와 역할을 대비시킨 듯도 하고요. 다르게 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저자의 인사이트를 함축한 표현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는 돌연변이진화에 얽힌 생물학적 깨우침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민국 지도층의 문화 지체와 광의의 시장 해석

두 번째는 '시장에서 벌인 논쟁'을 보고 떠오르는 영감입니다. 저는 요즘 사회적 진화의 결정을 하는 주체가 '시장'이라는 생각에 꽂혀 있습니다. 다양한 현상들이 이렇게 생각하게 합니다. <정몽규 미스터리와 한국 축구계의 민주화>에서 다뤘던 축협 지도부의 문화지체현상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에서 팬과 그들의 참여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전혀 무지한 채로 구태의 방식을 계속하면서 팬이나 인플루언서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았습니다.

이는 마치 시장에 연결되지 않고 고립무원 속에서 자신들의 왕년 경험에 갇히거나 권위만 탐하다가 우물에 갇힌 모습으로 보이는데, 현 정부 여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레거시 언론의 지체와도 굉장히 닮아 있습니다.


만일 '시장'을 꼭 경제 개념이 아니라 인류의 존속을 목표로 하는 문화적 결정 구조로 확대 해석한다면 결국 시장에 접속해 있어야 시대정신이 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지체 현상 속에서 도태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 시장만 있다면 하드웨어라 볼 수 있고 '논쟁'이란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요즘 의사소통에 대한 생각을 여러 모로 정리하기도 하고, 또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는 터라 깊이 다가온 주제입니다.


산업화라는 보편적 혁신: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

여기까지 하고, 다시 책으로 돌아가 밑줄 친 내용을 보겠습니다.  

세계의 가난한 지역에서 도시는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도시의 밀집된 인구가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 가는 가장 깔끔한 길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라는 매듭말(문구)이 바로 혁신의 한 가지 사례구나 깨닫습니다. 최근 묻따풀을 재개한 여파인 듯한데,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의 일환으로 혁신의 풀이를 보겠습니다.[2]

'가난으로부터 번영으로'라는 진부한 주제는 '산업화'라 부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혁신에 머물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전 이상의 도움을 얻기 위해 저의 '인공지능 비서 3 총사'를 동원했습니다. 제미나이와 챗GPT4o 그리고 퍼플렉서티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3] 빈번하게 이들을 쓰다 보니 편향처럼 생긴 인식이 강화됩니다.[4] 퍼플렉서티가 보여준 출처 중에서 눈에 띈 그림을 인용해 봅니다.

출처: https://www.mk.co.kr/news/culture/9460568


그림은 아마도 기업의 혁신을 대상으로 그린 듯한데, 불특정 다수가 결정하는 시장의 혁신에 대입하면 조금은 다른 해석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력에 대한 분류는 시사점이 있는 듯해서 눈길이 갑니다.


다음 포기말(=문장)로 가 봅니다.

지금까지 도시는 승리했다. <중략> 도시는 승리할지 모르지만 도시민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주 실패를 맛보는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일 때부터 40년 가까운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저야 말로 도시의 승리를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이란 생각도 듭니다. 한편, 거기에 더하여 중국(북경)에서 외국인으로 보낸 4년 그리고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사는 지난 4년이 쌓여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 사이의 특징을 분별할 경험을 축적했다고 하겠습니다.


글이 길어져서 끊고 연재로 가야 할 듯합니다. 책의 서론의 분량 기준으로 13분의 1 정도를 다루었는데, 글 한편 분양이 나왔네요. 다음 글에서 계속 이어서 생각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석

[1] 한자사전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2] 가죽 혁과 새 신의 구성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3] 프롬프트로 사용한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혁신의 키가 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혁신의 핵심 동력과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을 요약해서 알려 주세요.

[4] (무료) 제미나이는 양으로 승부하려고 해서 장황한 느낌을 받게 되고, 챗GPT는 간결하지만 (퍼플렉서티 때문에) 단조로운 답변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퍼플렉서티는 다채롭지만 주요 답변 자체는 조금 빈약한 느낌도 받습니다.


지난 투자와 경제를 배우는 수요일 연재

(1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6. IT 구직 불패의 시대는 지나고...

17. AI 쓰임새를 찾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18. 새마을 운동은 잊고 지식 노동 생산성을 고민하자

19. Apple: 혁신의 끝에 도달한 유틸리티 컴퓨팅 업자

20. 멀티모달리티 AI의 표준화와 CES 2024

21. 디지털 마약 비유 때문에 살펴본 애플 비전 프로

22. 스키장에서 생긴 일과 과도한 분업 현장의 대안

23. <Tidy First?> 번역이 옵션 개념을 가르치다

24. 다이슨과 애플의 전기차 프로젝트 중단의 의미

25. AI 업계가 보여주는 거대 중공업과 같은 흐름

26. 나만의 스코어보드가 없다면 실패하는 투자다

27. 신중한 경로 판단과 꼬리사건을 만드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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