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이 글은 지난 9월 6일에 있었던 최봉영 선생님과 통화 내용을 제가 풀어쓴 기록입니다.
먼저, 제가 대칭을 풀고 나서 보니 비슷한 음의 말인 대응과 대입 따위의 말들과 뚜렷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최봉영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대칭과 대응은 기본적으로 쪽과 쪽의 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대칭과 대응을 말하면서도 쪽의 관계에 밝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 글에서 다룬 도식이 이를 다루는 것이란 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칭과 대응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대칭도 대응의 일종이지만, 대칭과 달리 대응은 이쪽과 저쪽이 같을 필요가 없어. 대응하면 되는 것이지. 응이란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것이라 요구조건에 부합하면 대응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1] 씨말 중에 대할 대(對)는 공통이니 차이가 응하는 일과 저울질 하는 일을 나타내는 두 번째 한자 씨말에서 빚어집니다.
뒤이어 이렇게 하신 말씀이 묻따풀 내용을 풍성하게 하였습니다.
모든 인지나 인식은 대응 관계다
작년에 ‘녀기다’를 나타내려고 열심히 따지며 그렸던 그림 역시 대응(對應)의 일종이란 사실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그리고 인지의 기본 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제가 들은 내용을 <고양이와 사람이 무엇을 알아보는 단계 비교>에서 인용했던 선생님의 그림에 덧칠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은 느낌으로 아는 단계를 뜻하는 늧알이 즉, 인지 단계를 가집니다. 말을 써서 아는 말알이와 구분하는 것이죠. 늧알이 하는 단계에서도 바깥에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인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어딘가 담아서 대응시키는 것인데, 무엇과 대응시킬까요? 그것이 바로 감각 도식 혹은 스키마(schema)라고 합니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나니 대응의 폭넓은 쓰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선생님은 이론(理論)은 형식(形式)을 차려 내는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듣는 중에 자연스럽게 대입(代入)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형식이 차려져 있으면 거기에 대입을 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제 생업(?)이라 할 수 있는 응용도 어떤 면에서는 대입의 일환이니까요.
[1] 한자 사전 풀이를 이용하였고, vs 아이콘은 프리픽에서 구했습니다.
(76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76. 한국인은 상황을 즐길 때 '살맛 난다'라고 말한다
77. 맛보는 과정을 통해 본성이 습성으로 드러나는 배움
78. 생각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키우는 다양한 맛과 문화
84. 사람이 마음 그릇의 울림판을 통해 함께 떨고 운다
85. 몸과 마음을 통해서 대상에 대한 느낌과 앎을 갖는다
86. 열린 우리주의(홍익인간)와 닫힌 우리주의(집단이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