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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Jun 10. 2024

떨림과 울림, 어울리다 그리고 매력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13. 떨림과 울림'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떨림과 울림 그리고 사무치다

<떨림과 울림>이라니 어딘가 낯이 익은 매듭말[1]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는 이것과 저것이 만나서 일을 벌이는 것은 떨림과 울림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찾아보니 작년 이맘때 펼친 김상욱 교수님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요? 다시 이어서 책을 보는데 과학적 지식과 우리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떤 느낌이 묘하게 닮았다는 느낌을 주는 포기말[2]을 만납니다.

어떤 것은 떨면 둘레에 울림이 생겨나면서, 사이를 두고 있는 다른 것을 떨고 울도록 만든다.

한편, '사무치다'라는 생소한 말에 놀랐던 때와 그 느낌을 기록한 글이 떠오릅니다. 여기서 다음 포기말로 나아가면 <당신이 옳다>에서 읽을 때 느끼던 공감이 어려웠던 이유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 때문에 사이를 두고 있는 이것과 저것은 떨림과 울림을 통해서 함께 하나를 이룬다.

파동이라는 주파수 차이가 우리 눈에 다른 빛깔로 식별되는 무지개에 대한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함께 떠는 일 그리고 어울리다

다시 책으로 갑니다.

예컨대 한국인은 사람이 추위, 배고픔, 헐벗음, 기쁨, 즐거움, 노여움, 무서움으로 몸과 마음을 떤다고 말한다. 또한 사람이 몸으로 몸, 손, 발, 목청 따위를 떠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으로 재롱, 아양, 넉살, 엄살, 수다, 부지런, 게으름 따위를 떤다고 말한다.

일상으로 쓰던 '떤다'에 굉장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울림의 느낌을 담은 말이 '사무치다'라고 생각하니 다음 포기말이 더욱 분명하게 와닿습니다.

사람이 떨고 우는 것은 떨림과 울림을 통해서 이쪽과 저쪽이 함께 하나의 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다음 다발말[3]을 읽으며 '어울린다'를 어떤 식으로 써 왔는지 생각해 봅니다.

한국인은 이것과 저것이 힘, 빛, 소리 따위로써 함께 떨림과 울림을 주고받는 것을 '어울린다'고 말한다. 어울리다는 '어'와 '울리다'가 어우러진 낱말로서, 어는 떨어져 있는 이것과 저것을, 울리다는 떨어져 있는 이쪽과 저쪽이 서로 울도록 하는 관계에 있음을 뜻한다.

빼지 말고 '어울려'라고 말할 때 쓴 듯합니다. 다시 말을 해 보면 어울린다는 얽히는 느낌을 갖게 되는데, 함께 '떨림과 울림'에 동참하라는 뜻이었던 것일까요? 다시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을 위해 사전을 찾습니다.

여럿이 모여 한 덩어리나 한판이 되다. ‘어우르다’의 피동사.

떨림과 울림을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지만, 한 덩어리가 된다는 뜻은 담겨 있습니다. 두 번째 풀이를 보면 제가 익숙한 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에】 함께 사귀어 잘 지내거나 일정한 분위기에 끼어들어 같이 휩싸이다.

요즘 말로 '케미'라고 부르는 어떤 것 혹은 분위기가 '떨림과 울림'을 대상화한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자의 욕망에 따라 어울려서 살려 나가기

어울리는 것 자체가 '아름답다'라니 잠시 갸웃거리게 됩니다.

한국인은 이것과 저것이 떨림과 울림을 통해서 함께 잘 어울리는 것을 아름답다고 말한다. '아름답다'에서 아름은 낱낱의 개체를 말하고, 답다는 개체가 갖고 있는 본질을 다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언어로 빚는 살리는 힘을 조직하는 능력>을 썼던 경험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임자의 욕망에 따른 것이긴 하나 온갖 것을 살리는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어울려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이 생소한 독자님들을 위해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의 일부 문장을 인용합니다.

사람이 온갖 것이 가진 살리는 힘을 살려서 살아가는 것은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임자를 나의 뜻에 맞게 어울리게 하려면 울려서 떨게 해야 합니다.

내가 남에게 보여주는 어떤 것을 남이 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남을 울려서 떨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익숙한 표현을 찾아보면 '마음이 가야 움직인다' 정도가 될 듯합니다. 마음이 가려면 울려서 떨리는 행위로 마음의 상태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다음 다발말은 마치 마케팅의 정의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체제에서 사람이 힘을 갖는 것은 남을 떨고 울게 만들어서 상품을 사도록 하는 일에 있다. 나는 남에게 상품을 팔아서 갖게 된 돈만큼 힘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보고 나니 '다른 사람을 울려서 떨게 하는 힘'을 매력이라 할 수 있을 듯하여 사전[4]에서 뜻을 찾아봅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한자사전에서 찾은 풀이입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6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4. 한국인과는 다른 영국인과 중국인의 우리

65. 누리에 때와 틈과 함께 나는 낱낱의 존재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

67. 사람도 해를 닮아 살을 뻗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68. 마음에서 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한 살이

69. 욕심과 다스림: 추진력인 욕심을 바로 알기

70. 햇살처럼 펼쳐 나가는 사는 '맛' 그리고 새로운 독서법

71. 욕심이라는 원동력 그리고 마음을 갈고닦는 일

72. 느낌에서 비롯하여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 알아봄

73. 느낌을 만든 알음이 엮이면서 맥락을 형성하여 앎이 된다

74. 우리는 숨을 쉬는 유기체이고, 동시에 욕망하는 인간이다

75. 마주해서 보면 느끼게 되고, 이를 헤아리면 맛이 난다

76. 한국인은 상황을 즐길 때 '살맛 난다'라고 말한다

77. 맛보는 과정을 통해 본성이 습성으로 드러나는 배움

78. 생각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키우는 다양한 맛과 문화

79. 우리가 말하는 멋은 남에게 멋지게 보이는 맛

80. 대상이 비춰 주는 빙산 속 나의 줏대와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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