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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y 09. 2024

한국인과는 다른 영국인과 중국인의 우리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4. 저와 우리'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영국인이나 중국인에 '우리'를 어떻게 여기는지는 관심이 없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야 한국인이 보는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다는 생각에 묻고 따지고 풀어 봅니다.


영국인과 우리

익히 알고 있던 포기말[1]이란 생각을 했지만, 찜찜함이 뒤따릅니다.

영국인은 저마다 따로 하는 셀프self나 에고ego에 바탕을 둔 개인주의Individualism를 터전으로 삼아 낱낱의 나를 실현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임자는 한국말로 푼 자아 개념입니다>라는 글과 그 제목 탓입니다. 임자와 자아는 같은 것일까요? 상대를 임자로 보는 태도의 문제를 제외하면 유사한 개념이라고 하겠습니다. 찜찜함을 따라 질문을 던졌기에 찾아본 글 <임자는 한국말로 푼 자아 개념입니다>에서 또 다른 '님'에 대한 최봉영 선생님의 설명을 만납니다.

‘님자’에서 ‘님’은 ‘니다’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다. ‘님’은 ‘니고 있는 것’으로서, ‘어떤 것이 다른 것을 머리 위에 니고 있는 것’을 말한다.


자유를 획득해 온 역사가 담긴 영국말에 대한 소개를 보고 있자니 <Person의 정의에는 민주주의가 축적되어 있네요>를 썼던 때가 떠오릅니다.

영국인은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으로 이룰 수 있도록 자유freedom, 평등eqality, 권리right, 의무duty, 따위를 엄격히 규정하려고 한다. <중략> 낱낱의 나를 하나의 모두로 묶기 위한 필요와 방법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말은 그저 말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조상들의 역사가 응축된 결과물이자 겨레의 공적 유산이란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그리고 '우리' 개념의 보편성에 대한 글도 다시 한번 읽어 봅니다.

영국인이 아무리 개인주의를 중요하게 여긴다 하더라도, 실제 삶에서는 한국인이 말하는 '닫힌 우리'와 '열린 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어디서건 비슷한 바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우리

이번엔 중국인입니다.

중국인이 낱낱의 나를 서로 잘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예禮, 예의, 예의禮儀, 예절禮節 따위이다.

우리는 어떨까요?

반면에 한국인은 나와 나이 가까워지면 예의나 예절을 넘어서 허물이 없는 상태로 나아가려고 한다.

다음 포기말을 보면 중국인과 우리의 사고가 다른 점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합니다.

중국인은 저마다 따로 하는 낱낱의 나를 그대로 두면 다툼과 싸움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하나의 모두를 만들려고 한다.

다음 예시로 이를 설명합니다.

음양陰陽, 태극太極, 동포同胞, 대동大同, 천하天下 따위를 강조하는 것이 중국인의 집단주의이다.

영국인과 비교로 중국인들의 특징이 더 분명해지는 포기말입니다.

중국인은 영국인이 we에 담아서 말하는 것조차 我에 담아서 말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는 다발말[2]이 이어집니다.

중국인은 세상의 모든 사람을 나와 같게 만들어서 나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욕망이 매우 강하다. 중국인이 말하는 중심中心, 중화中和, 중용中庸, 중화中華, 중국中国, 천하天下, 천자天子, 일통一統, 대동大同, 물아일체物我一體와 같은 것은 모두 이러한 욕망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러한 욕망에 기대어 중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제국을 이루어 왔다.

그리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뒤에 있는 그들의 생각에 대한 풀이도 있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나와 같아진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我们에 대한 풀이입니다.

중국인이 말하는 我们은 한국인이 말하는 그냥 함께하는 사람으로서의 '따로 하는 우리'에 가깝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5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1. '되다'와 삼국시대의 풍류(風流)를 알게 하는 실마리

52. 바람, 덕분 그리고 되는 일의 바탕

53. 내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인식될 수 있다

54.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의 차림판

55. 과연 사람의 말이 서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56. 한국말 '나이'의 바탕에 있는 엄청난 비밀

57. 나의 갈래 그리고 내다, 나답게, 사람답게

58. 나와 남은 모두 난 것으로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59.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

60. 내가 보는 사실과 다른 사람이 보는 사실을 함께 차리자

61. 온인 나로 또는 쪽인 나로 마주하기

62.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63. 우리의 네 갈래 그리고 남을 님으로 높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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