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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pr 29. 2024

나의 갈래 그리고 내다, 나답게, 사람답게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계속해서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를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나의 갈래: 형체가 있나? 생물 vs 무생물, 식물 vs 동물, 말하는 능력 여부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나’도 갈래가 있다고 합니다.

나 있는 것은 모두 '나'인 까닭에 세상에는 생겨나고, 태어나고, 솟아나고, 돋아나고, 피어나고, 일어난 것으로서 무수히 많은 나가 있다.

이는 갈래 이전의 바탕을 말하는 듯합니다. 나의 핵심(core) 혹은 본질이 이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첫 번째 갈래를 보죠.

'나' 가운데서 좋음, 싫음, 어짊, 귀신, 천사, 하느님과 같은 것은 형체를 갖고 있지 않은 '나'인 반면...

물질과 비물질이라니. 그런 개념을 나와 연결시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꽤 철학적인  느낌이 나는 ‘나’인데요. 처음에는 '줏대'를 말하는 줄 알았더니 형체가 있고 없고를 다룹니다.


두 번째로 이어갑니다.

둘째, 형체를 갖고 있는 '나' 가운데서 흙, 돌, 몰과 같은 것은 스스로 나를 이루어 나가지 못하는 '나'이며, 풀, 나무, 나비, 개, 사람과 같은 것은 스스로 '나'를 이루어 나가는 '나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앞의 것을 무생물, 뒤의 것을 생물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는 뭘까요?

스스로 나를 이루어 나가는 '나' 가운데서 풀이나 나무와 같은 것은 제가 '나'인 것을 알지 못하는 '나'이며, 나비나 개와 같은 것은 제가 '나'인 것을 아는 '나'이다.

식물과 동물 구분입니다. 정체성 인식으로 ‘나‘를 구분하네요. 네 번째도 봅니다.

제가 '나'인 것을 아는 '나'가운데서 나비가 내와 같은 것을 '나'로서 말하는 못하는 나이지만, 사람은 나를 나로서 말하면서 나를 이루어가는 나이다. <중략> 사람은 '나'를 '나'로서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온갖 '나'를 생각하고 이루고자 할 수 있게 되었다.

말하는 능력에 따른 구분입니다.


임자를 드러내는 '내다'

이제 책 내용은 '내다'로 이어갑니다.

한국인은 어떤 것이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을 '내다'라고 말한다. <중략> 내다는 나이다가 줄어서 된 낱말로서 임자가 어떤 것을 밖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중략> '내다'는 어떤 것이 나도록 하는 임자를 드러내는 낱말이다.

그렇네요.‘내다’는 임자를 드러내는 말이네요. 예를 들어 '성을 내다', '욕심을 내다', '회비를 내다' 따위를 두루 보아도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내다'에 이런 깊은 바탕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임자를 드러내는 '내다'의 특성을 더 분명하게 하는 포기말이 이어집니다.

사람은 그냥 나 있는 임자에서 어떤 것을 나도록 하는 임자가 됨으로써 임자를 뚜렷이 드러낸다.

자연스럽게 <한국사람에게 사람이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국말에서 사람은 ‘살다’, ‘살리다(살+리+다)’에 바탕을 두고 있는 말이다. 사람은 온갖 것이 가진 살리는 힘을 살려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임자를 말한다.

처음 볼 때 '살리는 힘을 살려서'라는 표현이 생소한 동시에 묘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니 많은 것들을 '내면서' 사는 욕망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추진력이 되는 듯도 합니다. 다음 포기말은 이를 더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사람은 이러한 것에 기대어 문화를 일구어 왔다.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답게, 사람답게

'낳-낱-나' 트리오 관계가 신묘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로 이루어진다. 사람은 몸과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를 나답게 함으로써 사람다움으로 나아가게 된다. 한국인은 나 있는 것을 하나하나로 일컬을 때 낱이라고 말한다. 낱은 나다와 낳다에 뿌리를 둔 말로써, 스스로 난 것이면서 누군가 낳은 것을 뜻한다.

나름의 어원도 처음 알게 됩니다.

한국인은 낱낱이 지니고 있는 자질이나 자격을 나름이라고 말한다. <중략> 나름으로, 나름대로는 낱을 낱으로 부를 수 있는 바탕을 가리킨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5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1. '되다'와 삼국시대의 풍류(風流)를 알게 하는 실마리

52. 바람, 덕분 그리고 되는 일의 바탕

53. 내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인식될 수 있다

54.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의 차림판

55. 과연 사람의 말이 서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56. 한국말 '나이'의 바탕에 있는 엄청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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