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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y 06. 2024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3. 나와 남'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대화에서 사실, 감정과 의미를 구분한다

<당신이 옳다>를 읽지 않았다면 다음 포기말[1]이 주는 느낌을 지금처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단순히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에는 오로지하거나 함부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날 소지가 커지게 된다.

지인의 부부싸움에 대해 들은 내용이 떠오릅니다. 대략 서로 이런 식으로 거친 말이 오고 갔다고 합니다.

당신은 아이에게 아예 저주를 퍼붓는군!
그럼 당신은? 책만 읽고 있으니 뭘 알아!

저 역시 아내와 다투던 상황이 떠올랐고 더불어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배울 수 있었던 <뇌과학으로 배우는 대화라는 작용>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위 그림의 골자는 박문호 박사님이 영상에서 언급한 내용인데, 사실과 감정과 의미를 분리해서 말하라는 지침입니다. 상대방에게 '저주'라는 공격적인 단어를 내뱉는 배경에는 내 감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감정에 푹 빠져서 상대를 임자로 보지 않고 대상으로 여겨 함부로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만일 내가 어떤 '사실'로 인해 '감정'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면, 바로 '의미'를 부여해서 감정과 섞인 형태의 '충초평판'이 발사(?)되는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낱말의 뜻을 묻고 따지는 토끼굴로 향하기

인용한 포기말에서 익숙하지만 뜻을 잘 모르는 단어를 발견했습니다. '오로지하다'입니다.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을 위해 사전을 찾습니다.

「1」 오직 한 곬으로 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찾기가 이어집니다. ''은 뭘까요?

「1」 한쪽으로 트여 나가는 방향이나 길.

어딘지 모르게 '외골수'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외골수 풀이도 찾아봅니다.

「1」 단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사람.
「2」 → 외곬.

외골수는 씨말로 토박이말 '외'와 한자 骨(뼈 골), 髓(골수 수)가 합쳐진 낱말입니다. 단순히 소리만 비슷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풀이를 보면 외곬과 같은 말이라고 하네요.

「1」 단 한 곳으로만 트인 길. ≒외통.

외골수에 대해 찾는 중에 이번에는 골목길이 떠오르면서 골과 길이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의 뜻 중에는 '골목'과 같은 뜻으로 다음의 풀이가 있었습니다.

「4」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 =골목.

토끼굴에 다녀온(?) 결과로 앞서의 다툼을 상기해 보면 감정에 빠질 때 나만 오로지 하게 되어 상대에 대해 닫아 버리고 외곬로 폭주하는 대화와 행동이라고 풀어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안다면 대화할 때 혹은 대화 이전에 감정으로 나를 점검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다시 책으로 돌아갑니다. 2014년까지 저는 주로 닫힌 우리로 살았고, 일할 때 팀을 대하는 방식도 그랬습니다.

한국인이 저마다 따로 하는 나를 바탕으로 만드는 우리는 닫힌 우리이다.

다행스럽게도 2014년 말에 저는 제가 일하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닫힌 우리에 빠지게 되면, 남이 남답게 되어야 내가 내답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로써 내가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나를 나답게 이루어 갈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리고, 목적한 결과를 만들어 내더라도 저 스스로 번아웃된다는 사실도 체험으로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일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욕망이 강해서 저도 모르게 리셋을 시도했고, 지금에 제가 다시 태어나는(?) 배경이 된 듯합니다.


당시 저에게 길을 알려 준 책이 두 권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XP입니다. 당시 XP를 접할 때 제가 겪은 일 때문인지 유독 '인간성'과 '상호이익' 개념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여정에서 제가 배운 것은 '닫힌 우리'에서 벗어나서 생태적 접근 즉, 공동체를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5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51. '되다'와 삼국시대의 풍류(風流)를 알게 하는 실마리

52. 바람, 덕분 그리고 되는 일의 바탕

53. 내가 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은 인식될 수 있다

54. 나를 나답게 만드는 삶의 차림판

55. 과연 사람의 말이 서로 엮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56. 한국말 '나이'의 바탕에 있는 엄청난 비밀

57. 나의 갈래 그리고 내다, 나답게, 사람답게

58. 나와 남은 모두 난 것으로서 서로 기대어 살아간다

59.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 것인가?

60. 내가 보는 사실과 다른 사람이 보는 사실을 함께 차리자

61. 온인 나로 또는 쪽인 나로 마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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