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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y 23. 2024

느낌을 만든 알음이 엮이면서 맥락을 형성하여 앎이 된다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6. 느낌과 앎'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낱으로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알

알과 알다가 소리뿐 아니라 의미적 연관성도 지니고 있음을 설명하는 다발말[1]입니다.

한국말에서 '알다'는 '알'과 뿌리를 같이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알은 낱알, 씨알, 알짜, 알맹이 따위에서 볼 수 있듯이 낱으로 있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 '알다'는 임자가 낱으로 있는 어떤 것을 대상으로 삼아서 그것의 겉이나 속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한다.

낱알이나 씨알 따위를 따져 보기 전에는 알 하면 바로 다음 뜻만 떠올렸습니다.

「1」 『수의』 조류, 파충류, 어류, 곤충 따위의 암컷이 낳는, 둥근 모양의 물질.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새끼나 애벌레로 부화한다.

사전을 찾은 김에 몇 가지 풀이를 더 살펴봅니다. 낱알과 씨알에 씨말로 들어간 '알'의 풀이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3」 작고 둥근 열매나 곡식의 낱개.

의존 명사로 분리된 풀이도 유사한 의미입니다.

「2」 작고 둥근 열매나 곡식의 낱개를 세는 단위.

열매나 곡식 말고도 인공물로 의미를 확장한 풀이도 있습니다.

「1」 작고 둥근 모양의 물건을 세는 단위.


알아차림의 두 단계

최봉영 선생님에 따르면 알아차리는 것은 두 가지 단계를 밟아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첫째, 사람은 어떤 것이 겉과 속을 가진 하나의 알로서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 알은 겉과 속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사람은 알을 보고, 듣고, 만지는 따위의 대상으로 마주하게 된다.

한편, 다음 주석은 마치 공공연한 비밀을 발견한 듯한 놀라움을 가져다줍니다.

한국인은 어떤 겉과 속을 가진 하나의 알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을 아름이라고 불렀다.

다음 다발말을 읽을 때는 어제 있었던 대화 장면이 떠오르며 주관적 의미를 담아 읽게 됩니다.

둘째, 사람은 대상으로 마주하고 있는 알이 알맹이를 가지고 있는 알짜임을 안다. 사람은 알짜가 가지고 있는 알맹이를 알아감으로써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앎을 갖게 된다.

저는 만나는, 아니 마주하는 지인이 알짜임을 말로써 드러내길 바라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들은 내용이나 마지못해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 대신에 알맹이가 되는 자기 이야기를 해 주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습니다.


느낌을 만든 알음이 엮이면서 맥락을 형성하여 앎이 된다

사람이 느낌이 비롯하는 바탕에 대한 앎을 만들어가는 것은 무엇이,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있게 되었는지에 대한 앎으로 드러난다.

느낌에서 비롯한 알에서 출발하여 앎으로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얽힘이 바로 맥락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뜻, 의미와 가치 따위는 태생적으로는 주관적이란 점을 알게 하는 포기말[2]입니다.

사람이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느낌이 비롯하는 바탕인 대상이 사람에게 가지는 뜻을 알아가는 것을 말한다.

주제는 다른 글이지만 <메타 인지, 본성의 무관심성 그리고 실천적으로 바라보기>에서 다룬 '본성의 무관심성'은 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연의 본성은 우리 혹은 우리의 문제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다.


욕망을 담은 가치가 복잡하게 얽히는 사회 현상

의미나 가치는 주관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사회를 꾸려 살게 되면서 그 양상은 복합적이 됩니다.

대상이 사람에게 가지는 뜻은 사람에 따라서 또는 시대에 따라서 또는 문화에 따라서 크게 다를 수 있다.

이를 잘 드러내는 그림은 단골로 소환한 최봉영 선생님의 욕망 벤 다이어그램입니다.

대상을 하나의 물건이 아니라 상황과 결부된 현상으로 확장해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를 '문제 정의'라고 부르면 최근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앞서 인용한 포기말과 맥이 닿습니다.


ART: 앎을 바탕으로 대상을 다룰 수 있는 힘

이어서 알듯 말듯한 포기말을 만납니다.

사람은 대상에 대한 앎을 바탕으로 대상을 다룰 수 있는 힘을 가짐으로써 어떤 느낌을 갖거나 버리는 일을 이루고자 한다.

이 글을 이해하는 데에는 주석이 도움이 되는 듯도 합니다.

앎에 대한 사랑으로 번역되는 philosophy는 그리스인이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한 욕망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대상에 대한 욕망은 사람이 대상을 부리고자 하는 뜻을 담고 있다. <중략>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대상을 부리는 존재들이다. 고대 그리스인이 liberal arts라고 말하는 것은 대상을 자유롭게 부릴 수 있는 재주 또는 학문을 가리킨다.

철학과 다른 학문과의 연관성 그리고 art를 번역할 때 예술도 되었다가 기술도 되었다가 하는 이유를 알게 하는 내용입니다.

사람이 느낌의 바탕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은 몸의 밖에 있는 어떤 것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몇 가지 생각이 연상됩니다. 이런 작용을 영감(insight)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앞선 문장(포기말)을 읽고 세 가지 개념이 연상되는 꼴을 그림으로 묘사해 보았습니다.[3] 글이 장황해질 수 있어서 그림에 나타낸 개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앎의 대상을 임자를 기준으로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사람이 대상을 아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대상을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라는 대상을 아는 것이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월말김어준 <의미의 출현, 로고스부터 알고리즘까지>을 박문호 박사님 강의 내용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1. 온인 나로 또는 쪽인 나로 마주하기

62.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63. 우리의 네 갈래 그리고 남을 님으로 높이는 일

64. 한국인과는 다른 영국인과 중국인의 우리

65. 누리에 때와 틈과 함께 나는 낱낱의 존재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

67. 사람도 해를 닮아 살을 뻗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68. 마음에서 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한 살이

69. 욕심과 다스림: 추진력인 욕심을 바로 알기

70. 햇살처럼 펼쳐 나가는 사는 '맛' 그리고 새로운 독서법

71. 욕심이라는 원동력 그리고 마음을 갈고닦는 일

72. 느낌에서 비롯하여 무엇을 어떤 것으로 풀어 알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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