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6. 느낌과 앎'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다음 다발말[1]을 읽으면 박문호 박사님의 뇌과학 강의를 들어온 덕분에 옛말인 '늦'이 '느낌'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말에서 '느끼다'의 옛말은 늗기다', '늣기다'이다.'늗기다/늣기다'는 '늗+기+다/늣+기+다'로 사람에게 사물이 늗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늗다'라는 말을 쓰지 않기 때문에 늗도록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생각건대 '늗다'는 징조나 빌미를 뜻하는 옛말인 '늦'과 뿌리를 함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문호 박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여기에 개입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몸 밖에 있는 것을 만남으로써 비롯하는 것을 느끼는 일은 매우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계속해서 박문호 박사님에 따르면 느낌의 바탕에는 개인이 만드는 주관적인 이미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느낌에 따라 이미지는 다른 이미지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은유죠.[2]
사람이 어떤 느낌을 갖게 되면, 느낌을 대상으로 삼아서 느낌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 느낌이라는 대상 이 있음을 아는 것에 그치기 때문에 느낌이 비롯하는 바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느낌은 기본적으로 생명체를 지키기 위한 유전자의 진화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느낌이 비롯하는 바탕에 대한 앎을 만들어나간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앎이라고 말하는 것은 느낌이 비롯하는 바탕에 대한 앎을 말한다. 사람이 어떤 것을 아는 것은 그렇다고 여기는 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어 이전에는 느낌으로 알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넋은 가끔 듣지만 자주 쓰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합니다.
한국말에서 앎의 바탕을 이루는 '여기다'는 '녀기다/ 넉이다'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녀기다는 넋과 뿌리를 함께하고 있다. 넋은 녀김을 통해서 지각과 생각이 일어나도록 한다. 사람은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넋을 바탕으로 이것을 저것으로 녀기는 일을 함으로써 저것을 이 것에 대한 삶으로서 새긴다.
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1」 사람의 몸에 있으면서 몸을 거느리고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인 것. 몸이 죽어도 영원히 남아 있다고 생각하는 초자연적인 것이다. ≒영백, 혼백.
「2」 정신이나 마음.
정신과 마음은 또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정신은 精(찧을 정)[3]과 神(귀신 신)이 합쳐진 말로 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육체나 물질에 대립되는 영혼이나 마음. ≒신사.
「2」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나와는 무관한 단어로 알았던 '신사'가 유의어로 등장하는 점이 뜻밖이었습니다. 정신을 파생된 다른 의미들도 있습니다. 마음에는 여러 가지 풀이가 있지만, 넋과 견주어 볼 수 있는 풀이를 추려봅니다.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그리고 인용한 다발말 중에서 다음 포기말[4]은 지각과 생각의 구분을 떠올리게 합니다.
넋은 녀김을 통해서 지각과 생각이 일어나도록 한다.
찾아보니 두 달 전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를 쓸 때 다뤘습니다. 최봉영 선생님이 지능을 둘로 나눈 지표를 인용했습니다. 거기서 지각과 생각을 각각 느낌 알음과 녀김 알음으로 표현하셨습니다.
녀기다는 상징화과정을 뜻하는 듯하다 생각하면서 근거를 찾아보려고 사전을 보니 '여기다'의 쓰임에서 바로 근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1」 【…으로】【-고】【…을 …으로】【…을 -게】【…을 -고】 ((‘…으로’나 ‘-게’ 성분은 각각 ‘…처럼’, ‘-은/을 듯이’ 따위의 부사어나 ‘-이/히’ 부사로 대체될 수 있다)) 마음속으로 그러하다고 인정하거나 생각하다.
녀기기 위해서는 느낌을 주는 것(體)에 대해서 이를 지칭할 상징을 연결해야 합니다. 프로그래머 경험은 이런 사고 작용을 다루는데 유리합니다. 바로 변수, 함수, 클래스 따위에 모두 이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지각(느낌 알음)과 생각(녀김 알음)으로 알아보기>의 복습을 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내용이 길어져 '06. 느낌과 앎' 의 나머지 부분은 다음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또한, 언어로 대표되는 상징과 결합하면 훨씬 더 복잡해진다 하겠습니다.
[3] 精(찧을 정)을 한자사전에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있습니다.
[4]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