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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y 17. 2024

욕심과 다스림: 추진력인 욕심을 바로 알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5. 나와 나다'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욕심을 바탕으로 안팎의 것들을 다룸

'욕심과 다스림'으로 시작하는 구절을 시작하는 포기말[1]입니다.

내가 목숨을 다할 때까지 나의 몸과 마음에서는 끊임없이 힘, 김, 땀, 화, 성, 불, 병, 욕심, 심술 따위가 나고 또 난다. 그리고 나의 밖에 있는 모든 것들도 끊임없이 함께 일어나고 있다.

읽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나타납니다. 먼저 일상(日常)에 대한 세 편의 글[2]을 쓴 덕분에 뻔하다 여겼던 일상의 다이내믹과 신비함이 위 포기말을 읽을 때 또다시 느껴집니다. 그리고 역시 묻따풀 하는 글을 쓰며 익혔던 '생사소멸과 化, 變, 易'로 뒤엉켜 존재하는 만물이 바로 그 일상을 우리에게 겪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쪽인 나'가 자연스러운 누리 인식이란 생각으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깨달았던 욕심의 순기능을 보여주는 포기말을 봅니다.

나는 욕심을 바탕으로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갖가지 것들을 대상으로 다룸으로써 부대끼고, 들볶이고, 휘둘리는 상태를 넘어서 스스로 뜻을 펼치는 상태로 나아가고자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확실히 부정적인 말로 욕심을 풀어냅니다.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심욕, 욕기, 욕념.

欲(하고자할 욕)과 心(마음 심)이라는 씨말을 보면 부정적이란 단서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한자 사전을 찾아보니 씨말 풀이에 이미 '과할 정도의 의욕'이 라고 부정적 판단이 담겨 있었습니다.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저는 표준국어대사전도 한자 씨말의 뜻을 따라간 것으로 보겠습니다. 한자 말을 따라간 풀이와는 다른 최봉영 선생님의 욕심에 대한 풀이가 있습니다.

욕심은 나의 안에 자리하고 있는 '하고자 하는 마음', '하고 싶은 마음'을 말하며, 대상을 이렇게 또는 저렇게 다루고자 하는 뜻으로 드러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대상에 대한 욕심을 이루어 가는 일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렇습니다. 이제 좀 편안하네요. '분수에 넘칠까 봐' 욕심을 버리면 어떤 에너지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사람도 해를 닮아 살을 뻗어나가는 것이 삶이다>에서 배운 대로 넘치지 않게 활용한다면 사람은 해를 본떠서 삶을 펼치는 살림살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욕심은 바로 추진력이 되는 것이죠.


2021년, 최봉영 선생님의 글 덕분에 바로 이러한 욕심과 욕망에 대해 재발견(?)한 뒤에 욕심을 추진력으로 보게 되는 데에는 또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사실 추진력이란 단어는 동료들과 <대체 뭐가 문제야>를 다시 읽으면서 기억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잠시 사전을 찾아볼까요? 推(옮길 추), 進(나아갈 진) 그리고 力(힘 력)을 씨말로 하는 단어입니다.

「2」 목표를 향하여 밀고 나아가는 힘.

최근에 추진력을 만나게 된 다발말[3]은 <대체 뭐가 문제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문제 해결 그룹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꼭 정의를 내리는 것을 간과해서만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는 해결안을 이끌어 내기 위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러 가지 정의를 놓고 왈가왈부만 하다가 실패로 끝나버리기도 한다. <중략> 또 문제에 대한 어떤 공통된 이해 없이 나온 해결안은 여지없이 '엉뚱한' 문제에 대한 해결안이 되고 만다. 보통은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나 가장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문제가 선택된다.

이 다발말과 관련한 감상을 담은 글의 제목은 <인간사회 문제는 욕망을 빼고 정의할 수 없다>입니다. 우리가 인간 사회의 문제를 다룰 때, 욕심이나 욕망을 빼고 합리적으로 풀려고 하는 함정을 발견하여 이를 쓴 내용입니다.


지각에 따른 욕구와 생각에 따른 욕망

그리고 최근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를 쓰면서 가치는 개성과 마찬가지로 주관적인 것으로 스스로 만드는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욕심에 따라 만들어진 결과들이 바로 가치로 향해 가기 때문에 이는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극히 이들과 무관한 자연스러운 욕심이 있습니다.

욕심 가운데서 어떤 것은 안에서 저절로 생겨난다. 예컨대 식욕, 수면욕, 성욕, 성취욕과 같은 것은 안에서 절로 생겨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2021년에 <지각에 따른 욕구와 생각에 따른 욕망>을 쓰며 묻따풀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익숙합니다. 이번에는 욕구가 아닌 욕망에 해당하는 다발말을 살펴볼까요?

모든 일에서 첫째가 되고 싶은 욕심은 밖에서 일깨워야 생겨난다. 모든 일에서 첫째가 되기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 밖에서 강하게 일깨우지 않으면 그런 욕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욕심과 다스림' 묻따풀 내용이 길어져 다음 글에서 계속합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세 편의 글을 다음과 같습니다.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

일상을 차리기 위해서는 우선 조심해야 한다

시간과 시장이 알려 준 거래와 일상의 의미

[3]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1. 온인 나로 또는 쪽인 나로 마주하기

62. 닫힌 우리에서 유기체들의 조직으로

63. 우리의 네 갈래 그리고 남을 님으로 높이는 일

64. 한국인과는 다른 영국인과 중국인의 우리

65. 누리에 때와 틈과 함께 나는 낱낱의 존재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

67. 사람도 해를 닮아 살을 뻗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68. 마음에서 낼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한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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