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책의 '07. 쉬다' 내용을 묻고 따지고 풀어봅니다.
'코로 숨을 쉬는 일'이란 말을 들으니 자연스럽게 '코숨호흡'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코로 숨을 쉬는 일이다.
제가 '코숨호흡'을 알게 된 경우는 2022년 3월 즈음에 구입한 <호흡의 기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에도 '읽고 바로 써먹는 독서'를 추구했던 저는 애플 워치를 이용한 심박수 측정부터 시도합니다. 그 흔적인 6개월 후에 쓴 <심박수 측정과 목숨 걸고 코숨호흡>에 등장합니다.
그러다가 이우정 TV 영상을 보고 한동안 병원 치료를 받았고 지금도 코숨테이프를 붙이고 잠을 잡니다.
코에 대한 강조를 빼면 최근 읽은 <고요히 앉아 있을 수만 있다면>에서 고통을 다스리는 기술의 기본도 호흡에서 출발한다는 놀라운 깨달음을 연상시킵니다. 제가 깨우쳤다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두 줄의 포기말로 말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고통의 근원이 되는 욕망과 현실 인식을 하는 나를 향하는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숨을 쉬는 유기체란 점을 떠올리고, 언제나 변하는 무상(無常)함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인식의 힘과 욕심을 다스리는 능력을 극대화합니다.
다음 포기말[1]은 마치 이런 제 개인적 경험을 모두 섭렵하는 듯합니다.
살아가는 바탕이 숨을 쉬는 일에 있기 때문이다.
뒤이어 놀라운 한국말의 비밀이 드러나는 듯합니다.
한국인은 생명의 바탕을 숨으로 보아서 낱낱의 생명을 목숨으로 불렀다. 목숨은 낱낱의 생명체가 저마다 갖고 있는 몫으로서의 숨이면서, 목구멍을 통해서 들락거리는 숨을 말한다.
놀라운 표현입니다. 몫의 숨인 동시에 목구멍을 통해 들락거리는 숨을 말한다니. 별 감흥 없이 써온 '목숨'이란 낱말에 담긴 놀라운 뜻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전에는 어떻게 나올까요? 궁금해집니다.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 ≒명.
감동을 제거되었다고 느껴서 그런지 관료주의 냄새가 나는군요. :)
많은 사람들이 한국말에 담긴 여유의 지혜를 잊은 듯합니다.
한국인은 일을 하다가 숨이 차거나 막히면 '숨 좀 돌리고 하자'
<어려움 속에서 반드시 여유를 만들라>라고 강조했던 20년 전 경험에 대한 기록이 떠올랐습니다.
발표가 끝나자마자 대표님 전화가 왔다. 어땠냐고 물으셨다. 발표 결과를 묻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여유가 어떤 조건에 다다르면 그때야 생기는 것인 줄 알았는데, 노력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니, 그렇게 기억하지만, 실제로 뭐라 답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벌써 18년이 지난 일이니까.
다음 다발말[2]을 보면 숨과 명상 그리고 잠의 관계가 분명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한국인은 사람이 숨만 쉬고 있는 것을 쉬는 상태로 여긴다. 사람이 잠을 자는 것은 숨만 쉬는 상태로서 가장 깊이 쉬는 것이다.
휴식을 뜻하는 쉬다와 숨의 쉬다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몰랐으니까요.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한자어와 한국말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중국인이 말하는 휴식休息은 휴와 식을 합친 낱말로서, 휴休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식息은 숨을 쉬는 것을 뜻한다. <중략> 마찬가지로 휴게休憩는 일을 하지 않고 숨만 쉬면서 차와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중국의 차관(茶館) 문화가 신선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보니 휴게休憩를 위한 복합 공간이구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쉽다'과 '쉬다'와 뿌리가 같다니, 또 놀랍니다.
한국말에서 '쉽다'는 '쉬다'에 뿌리는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인은 숨을 쉬는 것처럼 힘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을 '쉽다'라고 말한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문장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구절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6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6. 한국말 살다, 살음, 살기, 삶, -살이와 살리다
70. 햇살처럼 펼쳐 나가는 사는 '맛' 그리고 새로운 독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