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덕질에서 배우기
세 달 가까이 축덕에 대한 글을 안 썼네요. 일본전을 이기면서 조금이나마 기대를 갖게 되었는데, (경기를 보지 않았는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게 패배한 모양입니다. 유명 채널인 달수네에서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실, 달수네뿐 아닙니다.
이미 지난 4월에 태국과 A대표팀 경기에서도 정몽규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팬들의 시위가 있었습니다. 그에 대해 협회 측은 입틀막을 시전 합니다. 대통령실에서 배운 것일까요?
하지만 이런 권위적인 행동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과거 달수네 영상을 보면 아시안컵 실패 이후 클린스만 사퇴 시점에 부회장이란 사람이 회장의 측근임을 과시하며, 누구 아이디언지 감독을 낙하산으로 결정하려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미스터리의 시작은 클린스만 선임이었습니다. 지난 월드컵 벤투 감독 선임 이후 우리가 과연 '빌드업 축구를 할 수 있느냐?' 의문을 품었던 축구 전문가들의 우려를 일축하고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협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다수의 축구 전문가들도 벤투를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는 사실을 벤투와 선수들이 증명했고, 그 사실은 한국 축구의 진보를 의미합니다. 과거의 기준으로는 벤투 방식이 안 통했으니까요.
그런데, 축구 협회는 돈 문제를 들며 벤투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벤투를 선임했던 시스템을 버리고 그냥 낙하산으로 클린스만이 옵니다. 사실상 국제적으로 감독 수명이 끝났다고 알려진 감독을 데려오죠. 팬들이 맛본 진화의 반대편으로 축구를 끌고 가려는 흐름이 있었던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정몽규 회장과의 사적 인연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선임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이유를 들은 사람이 없습니다.
클린스만의 빈자리는 현재 무직인 박항서 감독 임시 감독 체제가 유력해 보였습니다. 합리적인 절차를 밟는다면 말이죠. 하지만, 누군가의 입김이 들어가거나 손쉬운 해결책을 바랐다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있던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 팀 감독 겸직을 시키는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이것도 클럽 감독을 빼오는 일에 대해 축구팬들이 저항하자 대안을 찾은 정황이 보입니다.
게다가 감독을 뽑는 전력강화위원장에는 전임 김판곤 위원장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분이 선임되고, 기자회견에서 허술함을 시전 합니다.
손흥민, 이강인과 함께 김민재와 같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있어서인지 외국인 감독에게 한국 대표팀 감독직은 매력적인 자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축협이 접촉하기도 전에 연락이 온 감독도 다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달수네 보도에 따르면 축협은 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상 홍명보 감독으로 내정해 두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家가 축구에 기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고마워할 부분이죠. 하지만, 축협을 재벌의 소유물로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축협의 방패막이로 과거에 차범근 감독은 물론 홍명보, 신태용 감독도 희생양이 된 일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된 듯합니다.
동남아시아도 박항서, 김판곤, 신태용 감독 영입으로 체질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2002년 우리가 히딩크를 모신 방법과 같습니다. 그 후에 정체기를 걷던 한국 축구가 벤투 시절에 도약을 할 뻔했는데 행정 본진인 축협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황금세대로 불리는 화려한 선수진을 갖고 있습니다. 연속해서 감독에서 잘린 후에 수년간 무직이었던 클린스만이 이른바 '해줘 축구'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기반이죠. 이제 대한민국 축구는 유럽 수준으로 도약할 때입니다.
아직 정몽규 회장은 모르시는 모양인데, 우리는 이미 축구 선진국입니다. 이제 자신의 사욕이나 눈높이에서 높은 수준이 된 축구의 헤게모니를 쥐려 하지 말고, 상호이익을 위해 대승적인 결단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한편 옛날에는 축덕이었지만, 지금은 생업이 바빠 축구계를 잘 모르는 제가 이 정도 정보를 같게 된 이유는 축구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많은 사람들 덕분입니다.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다스뵈이더에도 박문성 위원과 또 다른 해설위원이 나온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이 있습니다.
축덕 출신을 포함한 축구와 축구 커뮤니티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축구계의 민주화를 이룬 듯합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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