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 차리기
한 해의 독서 목록을 꼽고, 또 이를 페북에 공유하고 나니 올해는 독서도 계획을 조금은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에 살던 2019년까지는 육아에 지쳤을 때 안락의자에 앉아 쉴 때 책은 저의 안식처였습니다. 코로나 이후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는 환경도 그렇고 제 상태도 바뀌어서 독서도 다른 종류의 활동이 되었습니다.
먼저 충동적으로 제 독서 상태를 도식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019년 충동적으로 그렸던 그림에 뿌듯했던 느낌이 아직 기억에 깊이 자리하고 있던 탓입니다.
다행히 까맣게 잊고 있던 기록이 있었습니다. 바로 작년 초에 쓴 <독서 습관 개선의 역사(2019 ~ 2023)>입니다. 꾸준히 독서뿐 아니라 독서 방법 개선도 노력을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잊었던 이유는 바로 책장이라는 하드웨어로 이른바 '습관 문지기'를 견고하게 구축한 덕분입니다. 쉽게 말해 읽고 싶은 책들이 있어도 책장을 비우지 않으면 사지 못하게 스스로 규칙을 정한 탓입니다.
문제는 거기에 더해서 읽기와 쓰기를 묶었더니 읽을 수 있는 물리적 양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그렇지만, 지식은 계속 생산되니 구매욕구는 줄어들 수 없어 문제였습니다. 그러다가 독서 목록을 만들고 심각한(?) 독서 허영을 확인했습니다.
작년에 읽은 책은 스무 권인데, 이미 도서 구매하는 앱의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책이 스무 권을 넘습니다. 그리고 구매 욕구를 철통같이(하드웨이니까) 막고 있던 책장에는 어림잡아도 180권 남짓한 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별일이 없다면 그중에 10분의 1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보입니다. 기록을 하니 자연스럽게 Data-driven이 되네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높일 책들을 고르기 위해 도식화를 하기로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 독서 습관 차리기 기록을 발견하고 훑어보면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하나 얻었습니다. 제가 장기 구독하던 HBR을 작년 중반 이후 끊었다는 점과 재작년 말에 논문 수준의 교과서를 읽어야겠다는 충동이 작심삼일에 끝났다는 점입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포괄적인 주제 예를 들면 '경영자 전문지' 같은 수준보다 좁고 깊게 지식을 습득하길 원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논문이나 그런 수준의 서적은 현실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병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장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그게 어려우면 함께 읽기로 공동체와 함께 하거나 적어도 기록을 남기는 식으로 밀도를 높였던 듯합니다.
거기에서 착안하여 논문 수준 교과서는 아닐지라도 마음에 드는 책에서 인용된 다른 책을 읽는 식으로 보다 좁혀진 주제 안에서는 깊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길을 안내하겠다는 생각이 들자 자동 반응처럼 머릿속에서 전략적 로드맵이라는 말이 찾아왔습니다.
우선 연초에 읽고 있던 <감정이라는 무기>에서 인용한 책 중에서 꼭 읽고 싶은 책 두 권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관계를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마음속으로 선택한 책들을 열거했습니다. 선택 동기가 책이 아닌 주제이거나 지인 추천 혹은 애착이 생긴 지역이나 사건(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나 권력 중독자들이 저지른 내란과 외환 시도)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를 그대로 표현하여 얻은 전개도입니다.
헐... 올해 읽을 책 중에 반은 채워졌네요. 뿌듯한 동시에 슬픕니다.
1. 읽고 있는 책을 돌아보고 관심 분야에 집중하게 하기 (이하 2019년 2월)
2. 독서 중인 책의 흐름을 통해 내 행동 관찰하기 (6월)
3. 2년 만에 써보기 환경에 적응하는 독서 전략 개선 (이하 2021년 8월)
4. 독서 전략에서 읽고 쓰기 전략으로 (10월)
5. 책장 정리: 개선, 개선, 개선 (12월)
6. 진화적 책장정리를 통한 실용독서 구조화 (이하 2022년 2월)
9. 내가 책을 고르고 거르는 방식 (5월)
10. 책장으로 드러난 관심사 흐름 정렬 (6월)
11. 기회비용을 인식하는 독서 관문 (이하 2023년 1월)
12. 여섯 개의 주제에서 여섯 개의 흐름으로 바꾸기 (2월)
13. 책 습관 문지기를 두레이로 구현하기 (3월)
14. 독서 방법도 발전시킬 수 있는가? (9월)
15. 우연하게 찾아온 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12월)
17. 독서 습관 개선의 역사(2019 ~ 2023) (2024년 1월)
18. 안물안궁 2024년 안영회 독서 목록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