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수형 인간 2023
<기회비용을 인식하는 독서 관문> 편은 내용이 맹탕이라 아쉬웠다. 아내가 내 글을 읽으면 결론이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아내에게 딱히 대답은 안 했다. 습작 자체가 목표기 때문이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내면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비용을 인식하는 독서 관문> 편은 스스로도 찜찜했다. 생각하다 귀찮아서 그만둔 듯했다. 보통 그런 글들은 지우는데, 내 삶에 꽤 중요한 주제를 다룬 내용이라 버리지 않고 어정쩡한 상태에서 올린 듯하다. 그래서 하려던 생각을 다시 하고, 뒤섞인 내용을 나누는 식으로 생각을 다듬기 위해 글을 쓴다. 첫 번째 소제목으로 뽑은 <여섯 개의 주제에서 여섯 개의 흐름으로 바꾸기>에 대한 내용은 없다. 사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애초에 2021년부터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써온) 습작이긴 하지만 구독하는 분들도 있으니 정리를 하기로 한다.
일단 빠르게 종이에 메모해 보았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이 도식화를 했다.
이제 구조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책꽂이는 단순 저장소일 뿐이다. 지난 2년 정도 시간 동안은 나름대로 내 독서습관을 시각화할 때 비교수단인 척도 역할을 해준 점은 고맙지만, 이제는 역할을 덜 때다. 아직 불안정하지만 상당기간 유지한 흐름이 그 역할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여섯 개의 흐름'으로 압축한 일은 총량에 대한 통제나 시간 쓰기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위한 간단한 지침이 되어 준다. 반대급부로 인위적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그저 책 읽기를 일탈(약속하지 않은 주제의 책 읽기)로 느끼게 한다거나 자연스럽게 현재를 즐기는데 방해(자기 검열)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이 있는 것이 좋다고 결정했다.
여기서는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근거를 적어둔다. 순서를 정할 때도 고민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써야 하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책을 써야 하나? 중요하다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고, 시점은 언제인가? 그러다가 딱 결심했다. 수년간 꾸준히 읽고 있는 책인 HBR이다. 이제는 그저 습관이니까. 나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일간지는 랜선으로도 안 보려고 노력하지만, 그 대신 HBR을 습관으로 본다.
그리고 2023년에는 구독이 아니라 써먹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연재가 그 흔적이자 증거다. 모르는 배경 지식이 많아 구독을 끊을까 고민했던 시간들과 지겨워했던 시간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요즘은 몰입해서 읽는 것을 물론이고, HBR 기사 하나에 브런치 글 하나 분량의 영감이 만들어진다.
두 번째는 2권의 책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경영보다 사람이 우선이었다. 아내와 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3년 만에 다시 펼쳐 든 <당신이 옳다>를 두 번째로 꼽았다. 이제는 전보다 확실히 더 와닿아서 다 읽고, 한 번쯤은 더 읽을 생각이다. 그다음은 드러커의 <경영의 실제>인데, 작년 말 회사를 운영하며 멘털이 바닥일 때 글귀만으로 엄청난 위로를 받았던 책이다. 당시 즉흥적으로 그 순간을 운명적이라고 받아들였다. 호들갑 떠는 일이긴 했지만, 진지하게 교과서로 삼고 읽는 중이다.
<린 분석>도 일종의 교과서로 삼고 시작한 책이다. 다만, 데이터 분석이나 통계에 대한 배경 지식이 부족하고, 책에서 설명하는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방식으로 온전히 회사를 끌어갈 상황은 아니라 <경영의 실제>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을 모두 의미 있게 새겨 읽지는 않는다. 도리어 함께 읽는 두 분의 동지들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혼자 읽어도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 반반이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
다른 두 권은 조금 다르다. 한 번 읽은 책인데, 몇 가지 사연이 겹쳐져서 읽기로 결심한 <팩트풀니스>는 결정적으로 회사 동료가 함께 읽기로 한 사건에 의해서 끌어가게 되었다. 최초 결심과 조금 바뀌어서 동료를 코칭하는 부분이 목적의 반이고, 다른 반은 (이것도 우연한 사건에 의해) 영어 문장 읽기 근육을 복구하는 데 있다.
나머지 한 권은 <Don't Trust Your Gut>인데, 한글판 책 제목이 너무 길어 내 인생을 위한 '머니볼'이라고 썼다. 3PRO TV 송길영 부사장님 추천에 의해 사서 읽은 즉흥 선택이다. 하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을 하겠다고 결심한 뒤에 본 영상이라 '삶을 운전하는 부분부터 적용을 할까?' 하는 식으로 데이터 활용의 폭을 넓히기로 자극하는 책이다. 마침 팩트풀니스도 데이터를 기초로 사실 기반의 인식의 틀을 말하는 터라 시너지도 있을 법하다.
6개라는 허들과 읽고 있는 것인지가 불분명해 제외된 책들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강력한 책은 <콘텐츠가 왕이라면 컨텍스트는 신이다>이다. 사 두고 오랫동안 읽지 않다가 '디지털 코어' 제품을 기획하기 읽는 책이라 중요도가 높다. 다만, 몰입을 유지하기 힘들어 띄엄띄엄 읽다 보니 6개의 흐름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또 3권이 더 있다. 중국에 있을 때 SNS로 알게 된 기자님이 쓰신 <중국의 맛>은 가벼운 주제라 분위기 전환할 때 일부 읽다가 멈춰서 '읽는 중' 상태가 되어 버렸다.
두 번째로 함께 읽기를 하다 멤버들의 일정으로 보류되는 바람에 흐름이 끊긴 <프로젝트에서 제품으로> 책이 있고,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책은 오래전에 다 읽었으나 책에 나온 특정 노하우를 아직 실천하지 않고 있어 스스로에게 완독을 위해 숙제를 내준 상태라 역시 '읽는 중' 상태다.
하지만, 독서 상태에 대한 사실 파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음 흐름에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알기 위한 분석이니까. 다시 말해 6개의 흐름에 포착이 되지 않은 다른 흐름 혹은 잠재 흐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쓰면서 또 알게 되었는데, 브런치 글에서 무려 57개 글에서 언급한 박문호 박사님 책이나 과학 주제를 또 볼 수도 있다. 지금은 팟빵 월말김어준 듣기 수준에서 조절 중이지만 말이다.
과학 주제와 앞서 분석한 마이너리티를 흡수하여 다시 시각화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나니 그림 한 장에 망라되었다. 이 정도면 <기회비용을 인식하는 독서 관문>편 발행 이후 느낀 찜찜함이 어느 정도 사라진 기분이다.
1. 함수형 인간 재개
3. 함수형 인간 프레임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