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14
'도전적이되 실행 가능하게 만들어라'는 부제가 달린 HBR 기사 <현명한 업무 설계>는 지난해 내가 깨닫지 못한 큰 패착에 대해 알려주었다. 쓰라리긴 하지만 경영을 배우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되짚어 본다.
기사에서 아래 내용에 밑줄을 쳤다.
도전적이지만 할 수 없는 정도라면 할 수 있는 다른 업무로 바꾼다.
그리고 내가 겪은 일화가 떠올랐다. 이전에 혁신 활동을 요구했던 클라이언트이기도 했던 경영자가 직원들이 현상유지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분의 입장에 공감했다. 하지만, 내가 놓친 것이 있다. 경영자가 보기에 '현상유지'를 하려고 했던 사람들의 입장을 보지 않았다.[1]
지시를 내려도 받는 사람이 있을 때 유효하다.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를 재정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저자(로저 L. 마틴)의 주장이다. 나는 XP에서 배운 '받아들인 책임' 원칙을 (뒤늦게[2]) 떠올렸다.
저자는 바로 해법을 제시한다.
업무를 실행 가능하면서 도전적이게 만들면 된다.
'상사'라는 표현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글판 번역에는 '상사'인 경우 '업무를 사람에게 맞춰라'라고 조언한다. 기사를 읽으며 내내 반성하는 마음이었던 나는 '그렇지'하고 내뱉었다.
그리고 다음 페이지에 꽤 인상적인 글이 있어 또 밑줄을 쳤다.
거의 모든 경우에 기존 프로젝트와 관련된 업무는 더 쉽고 덜 무섭게 느껴지는 반면 신규 프로젝트 업무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 프로젝트 담당자는 어쩔 수 없이 기존 프로젝트를 먼저 처리한 다음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으로 업무를 재정의한다. 필연적으로 기존 프로젝트에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신규 프로젝트는 결코 시작되지 못한다.
여기서 오늘 발생한 흥미로운 우연을 섞는다. 메일링 리스트로 받아 본 Kent Beck의 글에서 유사한 사람들의 본성을 다룬 글이 등장했다.
However, there was a big difference in how they reacted to they big goal. For some the goal was exciting. Yes development was annoying now but they were about to make it better. For some, by contrast, the big goal became a source of panic. Yes if I had an object like that then this feature would be easier but OMG HOW AM I GOING TO GET FROM HERE TO THERE???
Kent Beck의 주장에 따르면 큰 목적(Big Goal)에 대한 반응이 둘로 갈린다. 일부는 이를 흥미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이지만, 다른 이들은 여기서 패닉(Panic)을 느낀다고 한다. 나는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어딘가 앞서 읽은 HBR 기사와 연관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하나의 우연이 더 발생한다. 동료가 두레이에서 나를 멘션하고 이미지를 하나 올렸다. 내가 자주 써먹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앞서 읽은 두 개의 기사 즉, 여기서 소개하는 HBR 기사와 Kent Beck의 글을 읽은 탓에 나는 그림을 다른 뜻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덧칠한 그림이다. 내가 자주 활용하는 '아기 발걸음'으로 실무자(동료)의 경험 설계를 도울 수 있다.
저자 로저 L. 마틴도 자신의 해법을 부르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이를 차터링 대화chartering conversation라고 부른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직원이 업무를 두려워한다고 느끼면 관리자는 책임을 쪼개서 더 작은 부분을 할당해 줄 수 있다.
그리고 아래 문구를 읽을 때는 <코칭 영상을 보고 아기발걸음으로 따라하기>편에서 다룬 '멘티의 반응에 대해서만 코칭하는 전문가'를 떠올렸다.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한 명 한 명과 대화를 나눠 모든 업무가 도전적이면서 실행 가능하도록 함께 설계해야 한다.
앞선 내용은 나에게 지난 과오를 떠올리게 했다면, 뒤를 잇는 내용은 생각해 본 일도 없어서 감탄하며 읽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요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직원도 상사가 수행할 업무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들이 좋아하지 않을 만한 업무를 스스로 만들어낼 것이다.
이유를 읽는 순간 웃음이 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이 부분만으로는 조금 막연했는데 뒤이어 자연스럽게 배경을 설명한다.
그들은 실질적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업무를 원한다. 그런 업무가 주어지지 않으면 어디 하나 도움이 안 되는 일을 만들어낸다. 바로 트집 잡기다. 이건 어때요? 저것에 대해 생각해 봤나요?
그리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용한 몇 가지 예시를 보여준다. 내가 밑줄을 친 하나는 아래 표현이다.
"이게 맞나요? 어떻게 수정하거나 개선할 수 있을까요?" 이는 상사가 실행 가능하면서 즐길 수 있는 업무이며 당신의 전략적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예시도 있다.
"다음 3가지 잠재 솔루션을 생각해 봤습니다. 이 중에서 추구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솔루션이 있나요? 아니면 제가 고려해야 할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는 상사에게 완벽한 업무다. 경험에 비춰볼 때 상사는 이런 업무를 좋아하며 업무 수행에 가치를 더한다.
[1] 안타깝게도 그게 필요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2] 필요한 순간에는 잊고
10. 좋은 후원자가 되는 법 활용
12. 전략과 원칙의 의미와 활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