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구독에서 일상 활용으로 6
하버드 교수인 란제이 굴라티의 기사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으려면 뒤를 돌아보라>는 주제만 보면 나에게 두 가지 기억을 소환한다. 하나는 E.H.Carr의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역사에 대한 정의다.
지난 5월에 쓴 글에서 '빙산을 운전하기'라는 비유가 생각난다. 당시는 빙산을 긍정하는 삶에 비유했다. 그러한 삶이 순리(順理)라는 생각을 기록했다.
하지만 위에서 묘사한 점이 만남이나 순간의 느낌이 아니고 비전이나 목표라면 선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말로 표현한 비전에 대해 공동체를 이끌어 가며 겪는 궤적을 뜻한다. 내가 빙산의 일각으로 비유하려던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점 아래 상당한 무게감과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달려 있게 된다.
두 번째로 떠오르는 기억은 '진화적 책장정리'란 표현을 만들어냈던 정원관리 혹은 리팩토링에 대한 글이다.
나는 사후 관찰한 내용을 반영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개인적 회고를 토대로 TODO 리스트를 정리하는 일은 하나의 습관이다. 개발자 시절 리팩토링에서 배운 인사이트를 다른 분야에도 도입하던 것이었는데, 나중에는 정원관리도 비슷한 이치란 점을 깨달았다. 노하우가 습관이 되면서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게 된다. 비슷한 방법을 독서 주제와 방식 최적화에도 적용했고, 책장 정리에도 활용했다.
이 글을 연재하고 있는 브런치에서 쓰는 글이나 글 쓰는 시간도 그 대상 중에 하나다.
이 두 가지 경험을 하나로 합치면 아기 발걸음 실천법과 통한다.
다시 기사로 돌아가 보자.
기업의 역사가 전략과 동기부여에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역사를 생각과 행동을 위한 기준점으로 삼으면 연속성을 가질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에게 과거 유산의 수호자라는 정체성, 자부심, 책임감을 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흥미롭게도 아기 발걸음 원칙을 문구로 표현한 내용 '의도를 갖고 경험하고 개선하기'란 표현에서 ‘의도’를 ‘비전’으로 바꾸면 경영을 연결할 수 있다.
란제이 굴라티 교수는 기업이 열망하는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묶는 네 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1. 과거에서 신성함을 발견하다
2. 이를 통해 미래지향적 행동을 추진하라
3. 공동체를 통합하라
4. 연결을 유지하라
과거의 신성함이란 '왜, 어떻게 창립됐는지 깊이 이해'하고 '진정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신성함은 '과거의 영광'에 기초하기도 하는데, 이는 길을 찾기 위한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 된다고 말한다. 미래지향적 행동을 추진하라는 말이 현재의 맥락으로 다시 해석하라는 의미다.
공동체를 통합하라는 단계의 설명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다.
조직의 역사를 축하하는 동시에 혁신에 나선다면 모든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불통 전통주의자가 되지 않는다.
'통합'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들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이 제시되어야 할 수 있다. 한편, 굴라티 교수는 연결을 유지하라는 말에 대한 부연으로 이렇게 말한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시대를 초월하는both timely and timeless'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최근 이 표현을 일부 인용한 일이 있다. 사업모델을 말할 때는 timeless 관점이고, 사업 운영을 말할 때는 timely 관점이라는 식으로.
마지막으로 기사 말미의 흥미로운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회사는 과거의 유산을 통해 모든 사람이 신성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결하도록 영감을 줄 때 성장한다. 그러려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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