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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03. 2023

책 습관 문지기를 두레이로 구현하기

함수형 인간 2023

<여섯 개의 주제에서 여섯 개의 흐름으로 바꾸기>편을 쓰고 나니 책을 읽고 나서 다음 책을 읽기 전에 발동하는 문지기가 하나 생겼습니다.


인식 속에 살고 있는 습관 문지기

별생각 없이 gatekeeper라고[1] 쓰려다가 우리말로 쓰자 했더니 나도 모르게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하고 싶었습니다. 찾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자에 HBR을 통해 작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김에 저에게 벌어진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검색할 때 소제목으로 인식의 문지기라고 쓴 후였습니다. 이미지 검색은 '문지기'를 키워드로 했죠. 역사적 시기가 다른 문지기 이미지와 다른 나라 문지기 이미지들이 함께 보였습니다. 이 가운데에서 저는 시청에서 잠시 일하던 시절 점심 먹은 후에 구경을 갔던 덕수궁 앞 대한문의 문지기 이미지로 보이는 이미지에 끌렸습니다.[2]


여하튼 이미지를 보고 나니 중요한 것을 지킨다는 인식이 명확해졌습니다. 시각적 모델링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습니다. 제가 잡은 개념인데, 그 개념이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창작자인 저조차도 처음에는 모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습니다. 그래서 찾았습니다. 내가 지키려는 대상이 인식 자체가 아니라 '습관'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뇌에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기

그리고는 사랑하는 나의 뇌를 돌볼 시간입니다. 클라우드 시대에 값싼 하드웨어에 대해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나의 두뇌 대신에 가급적 기계 속에 기록이 되게 하는 일입니다. 대신 빠르게 찾을 수 없다면 번거롭기 때문에, 잘 기록해 두고 금세 찾을 수 있는 방법[3]이 필요합니다.


쓰는 곳과 찾는 곳이 다르지만 자세히 쓰면 다른 글로 바뀌기 때문에 가장 자주 쓰는 찾는 곳만 언급하면 바로 두레이(dooray)입니다. 기억 장치를 두뇌에서 인터넷 서비스로 옮기는 일이군요. 도구를 사용할 때는 쓰임새에 맞춰야 합니다. 두레이는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리포지토리로 개발되었습니다. 목적이 있는 업무들을 프로젝트라는 단위로 묶어 정보를 관리합니다.


제가 사용하던 두 개의 프로젝트가 후보입니다. 두레이를 쓰지 않는 분이라면 새로운 파일을 작성했는데, 두 개의 폴더 중에 어디에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랑 갖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업무를 정렬하고 목적을 개정하기

개인 시간 관리 프로젝트와 글쓰기 프로젝트 둘 중에 하나가 가장 유사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작은 일에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격이라 기존 프로젝트 중에서 선택하기로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글쓰기 프로젝트에 넣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시간 관리 프로젝트에 넣고 싶었지만 '단순하게 살자'를 모토로 업무를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싶었는데, 저의 책 읽기 흐름 여섯 개는 아래 태그와 일대일 대응할 수 없었습니다.

왜곡이나 무리한 시도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 십상이라 독서와 글쓰기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글쓰기 프로젝트에 넣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변경 관리(버전을 뜻하는 v뒤에 숫자를 쓰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변경시켜 나감)를 위해 v5 에서 v5.1로 바꾸고 아래 내용을 프로젝트 설명에 추가했습니다.


두레이 프로젝트 속의 습관 문지기 구현

이제 두레이에 업무를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프로젝트라는 단위는 보관의 단위로 창고와 같은 개념입니다. 실제 기록을 남기고 협업 대화가 발생하고 상태가 드러나는 단위는 바로 업무입니다. 여기까지는 두레이 세상(system)에 대한 언어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만들고 있는 언어(?)를 써서 제 머릿속의 세상에서 아까 정의한 '습관 문지기'를 소환하겠습니다. 다소 어색한 수식이 등장한다고 느끼셨다면 제 의도가 통한 것입니다. 20년 설계 경험에서 배운 '개념의 실체화(realization) 과정'을 최대한 유사하게 묘사하려는 중입니다. :)


여기서 습관 문지기의 쓰임새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제가 새로운 책을 고르려 하거나 책을 다 읽은 후에 스스로 새운 규칙이 떠오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면 기억에서 애써 꺼내지 않고 두레이에서 검색을 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러면 마치 검색 엔진처럼 쉽게 떠오르는 한 단어를 타이핑하고 이제 막 만들려고 하는 두레이 업무에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는 일이 바로 아이디어를 실체화(realization)하는 과정입니다.


실체화라는 말은 제가 '습관 문지기'를 정의했을 때에는 제 머릿속에 생기는 이미지와 단어만 있을 뿐입니다. 다양한 특징을 갖고 있기는 한데 다른 사람은 알 수 없죠. 그런데, 제 머릿속에 두지 않고 다른 세상(sysem)에 존재하는 물체(이 경우는 software)로 만들면 실체가 생깁니다. 실체화죠.


균형을 만들기 위한 정원 관리

처음 만든 녀석은 간단하죠. 하지만, 월이 더해지고 제가 스스로의 반응(미래의 나)을 알게 되면 아마도 조금은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눈에 잘 띄지 않는 중요한 노하우가 하나 있습니다. 제가 새로운 업무에 태그를 독서(input) 관리라고 붙였습니다. 기존에 글쓰기 프로젝트에 새로 들어갈 활동을 반영하여 균형 잡힌 공동체(?)가 되도록 필요하면 프로젝트 성격이나 이름을 바꿔야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일과의 관계를 교통 정리해야 합니다. 조직화 문제라고 일반화할 수도 있는데 OKR을 다년간 쓰면서 생긴 정렬 습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른 습관의 도움을 받기

마치려는데 조금 더 스스로 게을러도 규칙을 지킬 수 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일주일마다 그리고 날마다 사용하는 세션 관리 업무가 있습니다. 거기에 템플릿으로 끼워 넣으면 굳이 업무 자체를 찾을 필요조차 없어질 듯합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면서 책을 다 읽었을 때, 한 번 클릭으로 습관 문지기의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주석

[1]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자주 쓰며 익숙해진 단어입니다.

[2] 이 과정에서 미세한 의사 결정을 한다는 점이 떠올랐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문지기를 택할 것인가?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와 무관해서 본문에서 생략했지만 ChatGPT 열풍 속에서 자기 관점을 만들 때 유용한 인식 같습니다. 제가 <ChatGPT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 만들기>편에서 '규범(discipline)'이라고 표현한 개념의 내용들이 바로 그러한 의사결정을 다루는 일인 듯합니다.

[3] 개인적으로 저는 이를 추상화하여 '리포지토리(Repository)'라고 부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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