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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돌보면 일이 잘 되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

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by 안영회 습작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를 쓸 때 소환했던 인도 친구 프라카시가 링크드인에 올린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틀 전에 페북에서 이미지를 본 영향이 글을 쓰게 하는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격한 운동을 좋아하는 아내가 습관적으로 자신을 '도파민 중독'이라고 말했는데, 그림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도파민 중독이 맞는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다시 말해 주제를 떠나 호르몬을 언급한 일이 프라카시의 글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는 말이죠. 아무튼 그 영향으로 프라카시가 쓴 기사를 읽었는데, 영감이 폭발하는 좋은 글입니다. 저도 크롬 번역을 이용해서 빠르게 읽었는데, 독자님들도 한번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The Hidden science of a Thriving team>


그리고, 다음 내용은 인도 엔지니어의 글을 읽고 제 생각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번성繁盛하는 팀에 숨겨진 화학물질

이제는 버릇처럼 퍼플렉시티에게 세 화학물질의 영향을 요약해 달라고 합니다. 44편까지 쓰고 있는 <인공지능 길들이기> 연재 효과라 하겠습니다.

표를 봤더니 아내가 도파민 중독이라면, 저는 세로토닌 중독이었네요. 그리고 표에서 부정적 영향을 다룬 열의 내용을 보니, 어제 제가 세로토닌 부족이었고, 아침 햇빛을 쬘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흘렀습니다. 물론, 이렇게 우연히 접한 내용을 맹신하면 부작용도 있겠죠. 퍼플렉시티가 만들어 준 표를 가지고 가볍게 살펴본 내용부터 썼는데요.


이제는 제가 인도 엔지니어의 글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왜 글을 쓰고 싶었을까 추정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는데요.


하나는 며칠 전 동료와 했던 기분 좋은 경험에 대응시켜 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프라카시의 생각에 동조하는 기분이 드는데, 실제 경험과 연결해 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연결을 지어 봐야 '작동하는 지식'이 될 것이라는 경험이 하는 말에 따르는 것이죠. 독자 여러분에게는 하나의 예시가 되겠죠.


두 번째 이유는 이후에 아내가 말하는 '도파민 중독'이 적절한 표현인지 의문이었는데, 그렇게 방치했던 궁금증도 가볍게 해소해 볼 생각입니다.


지식 노동을 하는 일터에서 감정 없이 일할 수 있나?

자, 이제 프라카시 글의 주제라 할 수 있는 내용을 (크롬 번역을 해서)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산성이나 리더십 능력이 논리, 기술, 의지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중요하지만, 우리의 성과 대부분은 도파민, 세로토닌, 옥시토신이라는 세 가지 주요 신경화학 물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개인적으로 <감정의 발견>과 <감정이라는 무기>이라는 감정 연구 분야의 선구적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인도 친구의 글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직장에서는 '공사구분'이나 '감정 배제'와 같은 말을 쉽게 하고,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직무 환경을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할 때는 (바람직하지 않아도) 적어도 가능은 했겠지만, 두뇌와 생각을 이용하고 자료를 만들고 분석하고 대화를 해야 하는 일들로 이뤄진 오늘날의 일에도 마찬가지일까요? 돌아보면, '감정'이 엉망이 된 상태로도 결과를 낼 수 있느냐에 하는 문제를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인도 친구가 어떤 배경에서 이 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공감한 바탕은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그로 인해 타인의 감정도 존중할 줄 아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일에서도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추측합니다.[1]


축구팀의 케미를 회사 조직에서 적용할 수 있을까?

한편, 프라카시가 강조한 다음 문구를 한국말로 번역했더니 영 어색합니다. 제가 영어 문장을 보고 느끼는 바는 우리가 떨어져 있지만, 서로 감응感應[2]하듯이 영향을 준다는 말로 이해했는데[3] 한국말 번역문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Your chemistry is profoundly shaped by the people
you are surrounded by.


거기에 더해 chemistry라는 단어가 저의 또 다른 측면을 자극합니다. 한때, 밤새고 유럽 축구를 보던 축덕이었던 저는 2016년 중국 회사의 조직을 맡아 처음 일할 때, 외국인들이 주를 이루는 회사의 조직력을 키우기 위해 전술 천재 과르디올라라는 축구 감독에게서 받은 영감을 활용한 바 있습니다. 축구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부분을 구성원의 역할과 기능에 대응시켜 적용한 것이었죠. 눈에 보이는 움직임을 유기적인 프로세스 수행으로 풀어본 것이죠. 공격수, 수비수, 미드필더 대신에 개발자, 관리자, 현장 직원, 본사 스탭 따위를 매핑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하지만, 당시는 내면의 화학물질에 대한 인지는 없었습니다. '케미'란 말의 원 뜻인 화학물질 자체가 눈에 보이는 지도 않고 일단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게임으로 축구를 보니 팀 케미가 보였나?

중국에서 행했던 관련 경험을 마침 2년 전에 글로 쓴 <프로덕트 비전을 향해 협업하는 팀 구축>이 있습니다.

그 글에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정확하게 동기부여를 한다

선수들에게 움직임에 대한 정확하게 시각화시켜 주고 반복 훈련으로 역할을 숙지시킨다

선수 특성에 따른 재배치와 움직임으로 최적화한다

이를 읽고 나서 저는 프라카시가 말하는 생물(a.k.a. 인간) 개체 내부의 '화학물질'과 축구팀의 '팀 캐미'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떻게 둘을 연결 지을 수 있는지를 떠올리려고 한참 동안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러던 중에 위키피디아에 Team Cheministry 페이지는 없지만, FIFA 06 페이지에 실마리가 될 단서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팀 케미와 세 가지 화학물질의 연관성

그 내용을 보면서 세 가지 화학물질이 팀 케미(축구팀 기준)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살펴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개별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고자 합니다.


제 주관적 경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장치로 FIFA 06의 팀 관리 페이지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가장 먼저 찾은 문장에는 선수들의 기대치 관리 기준들이 등장합니다. 경영진(보드진), 팀의 사기나 팬들의 행복과 함께 팀 케미스트리(혹은 팀워크)를 기준으로 꼽습니다.

Players also have to manage the expectations of the board, player morale, team chemistry and keeping the club's fans happy.

조직組織[4]의 뜻을 제대로 따져 보면 11명의 선수들이 운동장 안에서 하나의 개체인 양 움직임을 갖게 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활동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개인의 내면의 작용도 하나가 되도록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화학물질이 어떻게 작용할까요? 일단 각각의 효능은 퍼플렉시티가 요약한 표에 의존하겠습니다. 이들에 대한 디테일과 진위 여부는 여기서 다루지 않습니다. 일단, 도파민은 '어디로 달려야 할지'와 같이 목표를 보여줄 때 분비되는 물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세로토닌의 경우 자신감에서 안정감을 찾는 저에게 꼭 맞게 퍼플렉시티가 요약해 준 느낌을 받습니다. 대인 관계로 세로토닌 분비가 안 되면 아침에 햇빛으로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경험적으로 저에게는 중요한 물질 같습니다.

마침 글 쓴 직후에 만날 수 있었던 세로토닌 분비 촉진 상황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옥시토신은 최근에 새로 일하게 된 동료들과 첫 미팅에서 분비된 물질이란 생각을 합니다. 선천적으로 술을 못 하던 제가 IT컨설팅을 할 때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 술을 배웠던 일이나 팀원들과 면담은 항상 카페에서 하거나 식사 자리에서 했던 이유가 옥시토신과 연결되어 있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감정 없는 생산은 없고, 공감 없는 협업은 없다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즉흥적으로 생각을 버무린 비빔밥 같은 글이라 두서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배운 중요한 진실을 인도 친구 프라카시 글 덕분에 거칠더라도 말로 꺼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자극이 되어 스스로의 감정을 살피거나 동료의 기분을 살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주석

[1] 개인적으로 더 나아가면 감정에 대한 호기심은 <당신이 옳다>라는 인생책을 반복해서 읽은 후에 생겨 났습니다. 한편, <당신이 옳다>는 세월호 참사라는 대한민국의 병든 모습의 치유과정에서 탄생한 아름다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참사에 관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저 자신과 가족과 주변을 두고 정혜신 선생님이 전하는 이야기를 행동으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 사전을 찾아봅니다.

[3] 제가 사랑하는 개념인 느슨한 결합이 떠오릅니다. 이는 설계 과정에서도(loosely-coupled) 유효하지만, 살림살이에서도 유효합니다.


지난 묻고 따져서 개념을 만들고 실행하는 디지털 전환 연재

1. 뜻밖의 상황에 등장한 '제어 역전'이 주는 지적 자극

2.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

3. 욕망에 부합하는 가치와 재미를 전하는 생존 양식

4. 코드 범람의 시대, 데이터 희소의 시대에서 개인의 기회

5. UI 패턴에서 동선 설계로 그리고 메뉴와 내비게이션

6. 우리 업무 프로세스를 위한 프레임워크 정의

7. 빠르게 훑어보고 골자만 추려 쓴 팔란티어 데이터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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