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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보며 서다를 말하고,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by 안영회 습작

늘 그대로 굳건하게 서 있는 섬

최봉영 선생님 영상에 따르면 해양 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섬을 보며 감탄해 마지않았던 것 같습니다. 거대한 파도와 거센 바람이 몰아쳐도 굳건하게 그대로 서 있는 모습은 한국말 '서다'의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 두 아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더니 눈을 반짝이며 듣고 큰 아이는 감탄사까지 연발합니다. 스스로 설 수 있으면 뜻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한편, 오랫동안 왕조국가였던 이 땅에서는 왕이 굳건하게 설 수 있게 지지하고 돕는 일을 '섬기다'라고 말했답니다. 저희 큰 아들은 만화책으로 조선왕조의 어투를 배워서 '섬기다'라는 말소리는 익숙했던지 그 뜻을 알게 되니 또다시 감탄을 합니다.



썩지 않고 곱게 가는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 썩지 않고 곱게 가는 모습은 흔치 않은 감의 특징이었나 봅니다. 감은 나무에서 떨어진 후에도 꽤 오랜 시간 단맛을 제공하며 '가다'라는 말의 바탕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다음 그림으로 간략히 요약했습니다.

요즘은 잘 듣기 어려운 말이지만 떫은 감을 칭하는 땡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퍼플렉시티에게 물어보니 떫은맛이 사라지는 과정을 칭하는 탈삽脫澁이라는 낱말도 배우게 됩니다.

감의 떫은맛이 빠짐. 또는 떫은맛을 우려냄.

여기까지 지난 1월에 써 둔 채 글을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한국말의 주기율표 그리고 단어가 품은 세계

돌아보면 일 년쯤 전에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한 묻따풀>을 쓸 때 즈음이죠. 마치 주기율표처럼 한국말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알게 되면 대단히 유익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막상 시도해 보니 무모한 도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배운 바도 있습니다. 우연히 <단어가 품은 세계>란 책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단어가 세계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말인지 깨닫게 되었고, 최봉영 선생님이 강조하셨던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습관화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죠.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충분한 결실을 맺지 못한 한국말 주기율표에 대한 꿈은 잠시 접기로 합니다. 다만, 묻따풀을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연재의 이름을 최봉영 선생님의 신작 이름을 차용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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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이 출간되었습니다. 모든 한국말 사용자에게 권합니다. 최봉영 선생님이 직접 출간한 책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도 있습니다.


지난 한국말의 주기율표 연재

1.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한 묻따풀

2. 말은 말에다가 말아서 말해라

3. 한국말에서 무엇이 어떤 뜻을 갖는 차림새

4. 파래는 파랗고, 풀은 푸르다

5. 쓸개와 쓰지: 말맛과 기억 그리고 유통

6. 길, 길이, 길지: 길과 인생길의 속성

7. 물, 물지, 물다 그리고 겿씨말 '~지'

8. 저에서 파생된 말들 그리고 저희와 우리의 차이

9. 배를 엮는 일을 해 보려고 합니다

10. 바람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그 매듭이다

11. 차려진 바람과 막연한 바람 그리고 바람의 시각화

12. 한국말 차림의 뼈대는 S+O+V, 영어는 S+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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