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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정보의 바탕에 놓인 줏대, 감정, 지식, 성향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by 안영회 습작

최봉영 선생님께 '학문의 벗'으로 불린 날 짧은 강의도 들었습니다. 바로 지식과 정보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사람이 알음알이를 바탕으로 알림알이를 주고받는 일

뒤이어 헤어진 후에 메신저로 도식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글은 이를 배우기 위해 씁니다.

먼저, 최봉영 선생님은 알음알이와 지식이 같다고 그렸습니다. '알음알이'에 대해 썼던 기억이 나서 찾아본 후에 최봉영 선생님의 페북 글인 《“너 자신을 알라”》로 향했습니다.


기억(記憶)은 지나간 그것에 대한 알음알이

거기서 알음알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나는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알음알이를 ‘그것’을 ‘記憶[1]’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記憶’은 모두 이미 지나간 ‘그것’에 대한 알음알이이다. 한국사람은 옛날에 ‘記憶’을 ‘긔디’라고 말했다. 그듸는 ‘그+읻+이’로서 ‘그것으로 읻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렇게 기억된 것인 '알음알이'는 그래서 그 사람(임자)의 머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각자의 지식은 고유하다 하겠습니다. 최봉영 선생님의 다음 글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는 마음에 들어있는 알음알이의 바탕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는 일과 내가 누구를 위해서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보게 되면, 내가 나의 본바탕을 알아보는 일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또렷이 알아갈 수 있다.


임자의 줏대, 감정, 지식, 성향 위에 놓이는 알음알이

한편, 새로 받은 도식을 보면 각자의 알음알이 바탕에는 줏대, 감정, 지식, 성향 따위가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지식이 또 있어서 잠시 의아했는데, 헤아려 보면 지식 위에 지식이 쌓이는 구조를 설명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알음알이[2]는 사람의 안에 존재합니다. 그래서, 지식 그 자체로는 공유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반박할 분들이 있을 듯합니다. '지식 공유'는 우리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말이니까요. 그러나, 내가 아는 있는 그대로의 지식을 그대로 공유할 수는 없습니다. 공유를 위한 형태로 변환해야 하는데, 최봉영 선생님은 이를 정보(情報)라 칭합니다.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형태가 바람직한 정보

정보의 정의 중에서 눈에 띄는 문구가 있습니다. 바로 '문제(問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입니다. 이를 보니 자주 활용해 온 <성공적 대화를 돕는 그림>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래 그림에서 교집합에 해당하는 '소통 가능한 범위'라고 칭한 부분이 문제에 대한 소통 대상자들의 공통 인식이라 하겠습니다.

이를 다른 말로 맥락(脈絡)이라 합니다. 서로 다른 사람 안에 있던 지식이 하나의 계통 위에서 만날 때 비로소 소통이 가능한 이치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누구의 문제인가? 혹은 누구'들'의 문제인가?

최봉영 선생님의 도식에서 찾아보면 정보 역시 줏대, 감정, 지식, 성향 따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의 줏대, 감정, 지식, 성향에 대한 인식이 명확할 때 정교한 소통이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바로 <대체 뭐가 문제야>에서 배운 질문입니다.

누구의 문제인가? 혹은 누구들의 문제인가?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하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면 대개는 난상토론에 머물고 맙니다. 서로 관심을 두는 사항 이른바 문제가 다르고, 같은 문제를 다루더라도 그것에 대한 줏대, 감정, 지식, 성향 따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보에 담긴 속셈과 협상론적 세계관

두 번째는 '속셈'에 대한 것입니다. 내 안의 지식일 때는 속셈이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말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속셈이 들어갈 것입니다. 우리는 욕망에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기 때문에 아마도 그럴 것 같습니다. 각자의 속셈을 아는 동시에 인정하고 임자로서 욕망 실현을 위한 효과적인 소통 방법은 본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의 저자가 내놓은 '협상론적 세계관'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충분히 소화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흘렀으니 올해는 그걸 익힐 때가 된 모양입니다.


제 의식의 흐름을 따르느라 최봉영 선생님의 도식을 충분히 풀지 못했습니다. 미진한 부분은 다음 글에서 묻고 따져서 풀기로 합니다.


주석

[1]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아봅니다.

[2] 퍼플렉시티에 물어본 결과와 대조해 보면 최봉영 선생님의 '알음알이' 정의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쓰임과는 꽤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연재

1. 한국말에서 ‘말’과 ‘말다’에 대한 묻따풀

2. 말은 말에다가 말아서 말해라

3. 한국말에서 무엇이 어떤 뜻을 갖는 차림새

4. 파래는 파랗고, 풀은 푸르다

5. 쓸개와 쓰지: 말맛과 기억 그리고 유통

6. 길, 길이, 길지: 길과 인생길의 속성

7. 물, 물지, 물다 그리고 겿씨말 '~지'

8. 저에서 파생된 말들 그리고 저희와 우리의 차이

9. 배를 엮는 일을 해 보려고 합니다

10. 바람은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는 그 매듭이다

11. 차려진 바람과 막연한 바람 그리고 바람의 시각화

12. 한국말 차림의 뼈대는 S+O+V, 영어는 S+V+O

13. 섬을 보며 서다를 말하고, 감을 보며 가다를 말하다

14. 함께 써야 말이 되는 이치 그리고 씨말을 따져 보는 일

15. 인공지능이 어원 찾기를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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