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에 이어서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의 5장 '뇌는 라이벌로 이루어진 팀'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쓰는 글입니다. 내용이 많아 그중에서도 두 개의 소제목으로 묶은 내용을 먼저 다룹니다.
첫 번째 소제목은 '악마가 나중에 가져갈 영혼을 대가로 지금 우리에게 명성을 팔 수 있는 이유'인데, 바로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얼핏 보면 사이비 종교에 홀리는 이유 같은 것을 말하나 싶기도 했는데,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영역에서 인용한 문구를 모두 주고 퍼플렉시티(이하 '퍼플')에게 작명 근거를 물었습니다.
소제목은 즉각적인 욕망과 미래 손실 사이의 갈등, 그리고 사람의 뇌가 왜 쉽게 유혹에 넘어가며 그 유혹에 저항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생생하게 은유적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즉, "악마와의 거래"라는 비유는 뇌 내에서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하는 감정 회로와 먼 미래의 이익을 선택하는 이성 회로 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요약 내용을 다시 읽어 보니 힘들었던 시절 충동적 행위로 반성하고 거듭 후회했던 일들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책 내용과 제 경험과 내면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준비가 더 된 듯합니다.
와~ 그리고 촌철살인 같은 비유를 만납니다. 사람들이 미래를 '할인(割引)'한다니!
사람들이 미래를 '할인'하기 때문이다. 이 경제용어는 현재와 가까운 보상이 먼 미래의 보상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만족을 뒤로 미루는 것은 힘든 일이다. '지금 당장'이라는 말에는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이 있으므로, 항상 가치 높은 가치를 지닌다.
또한, 켄트 벡의 <Tidy Fisrt?>를 번역하면서 생소했던 금융 개념인 NPV(Net Present Value, 순현재가치)가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의사결정 맥락이지만, <소프트웨어 가치를 평가하는 두 가지 기준>도 비슷한 패턴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당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공포나 불안감 따위를 극복하고 즉각적인 갈등을 완화한 후에 미래를 지켜보는 일은 어렵습니다. 개인 차원도 그러한데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니는 공동체가 하나의 팀이 되어서 견디며 지켜보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마치 개인 내면 갈등의 팀 버전으로 보였습니다.
이어서 책에서 뇌의 특정 부위까지 언급이 되자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가 더욱 분명하게 와닿습니다.
연구팀은 즉각적인 보상 또는 가까운 미래의 보상을 선택할 때 뇌에서 감정에 관여하는 부위가 크게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중략> 반면 피험자들이 먼 미래에 더 높은 보상을 받는 선택을 할 때는 고등 인지기능과 신중한 사고를 담당하는 피질 측면 부위들이 더 활성화되었다. 이 부위들의 활동이 왕성할수록, 피험자들은 더 기꺼이 만족을 뒤로 미뤘다.
눈으로 해당 부위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퍼플에 물어본 후에 구글링[1] 해 보았습니다.
와, 다음의 예시도 최고의 선택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지금 당장 원한다'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었다. 싼 이자로 지금 이 아름다운 집을 사서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자랑하고, 지금까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편안한 삶을 누리라는 것이었다. 변동금리이니 언젠가 금리가 오르겠지만 그건 먼 미래의 안갯속에 아직 감춰져 있다. 즉각적인 만족을 원하는 이 회로에 직접 접속했던 은행들은 미국 경제를 거의 고꾸라뜨릴 뻔했다.
더불어 며칠 전에 풋살 모임에서 한 친구가 말도 안 되는 수익률에 속아 캄보디아를 향한 사람들의 멘탈을 비판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이중과정 갈등의 원형, 즉 우화 속에 등장하는 악마와의 거래를 잘 보여준다. 악마는 먼 미래에 우리 영혼을 가져가는 대가로 지금 우리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뇌 안에서 벌어지는 이런 종류의 전투가 불륜의 배후일 때도 많다. 배우자들은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순간에 이런저런 언약을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때로는 유혹 때문에 생각이 다른 쪽으로 기울어지는 상황과 맞닥뜨린다.
또다시 감탄하며 읽은 내용입니다.
따라서 고결한 사람이란 유혹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싸움의 추가 즉각적인 만족을 향해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 사람. 우리가 이런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충동에 굴복하기는 쉽지만 충동을 무시하기는 터무니없이 어렵기 때문이다.
'절제'와 같은 정적(static)이고, 항구적인 개념은 삶의 역동성과 사회(혹은 환경)의 복잡합을 간과한 무용한 '충조평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제를 권유하는 캠페인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종교가 끈질기게 힘을 발휘하는 것도 이성과 감정의 이런 불균형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적인 종교들은 감정 네트워크를 파고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런 자석 같은 힘 앞에서 이성의 위대한 주장은 거의 힘을 내지 못한다.
다음 글에서 '전투戰鬪'[2]란 단어가 등장하니 생각이 입체적이 됩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은 뇌 안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최종 결과일 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더 재미있어진다. 뇌 안의 여러 정당이 상호작용에 대해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황은 단기적 욕망과 장기적 욕망 사이의 간단한 팔씨름 수준을 금방 넘어서서,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협상의 영역에 들어선다.
또한, 여기서 최근에 마음먹고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를 쓴 효과를 맛봅니다. 먼저 현실 대처의 복잡함이 전쟁 수준이라고 가정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내 감정에 대처하는 일도 일종의 전쟁이라고 본다면 '전략戰略'[3]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런 문제로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드는 감정 활용법>에서 소개한 책들이 가르쳐 준 무기 즉, '감정 과학자' 혹은 '감정의 민첩성'을 익혀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두 번째 소제목 '현재와 미래의 율리시스'에서 밑줄 친 내용입니다.
답은 명백하다. 사람들은 자기가 돈을 쓰지 못하게 누군가가 막아주기를 원했다. 만약 자신이 돈을 손에 쥐고 있다면 모두 날려버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같은 이유로 사람들은 국세청을 크리스마스 클럽 대용품으로 흔히 이용한다. 봉급에서 세금공제를 덜 받는 방식으로 국세청이 1년 동안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게 했다가, 이듬해 4월에 우편으로 세금 환불 수표를 받는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공돈 같지만 사실은 수표를 받은 사람 자신의 돈이다.
그렇군요. 고대 그리스 이야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이유는 반복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겠죠. 고결한 인간이 스스로 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충동적인 결정을 예방하기 위해 차라리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맡긴다. <중략> 크리스마스 클럽과 국세청 이용 현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30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이타카의 왕이자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었던 율리시스를 만나봐야 한다. <중략>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항하지 못할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미래의 자신에 대처하기 위한 계획을 짠 것이다. <중략> 현재의 율리시스와 미래의 율리시스가 맺은 거래였다.
장기와 단기 상호작용에 대해 우리 두뇌는 매우 다른 판단을 한다고 합니다.
정신이 각각 다른 시간대에 자신과 협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경험적으로 분위기와 주변 상황도 우리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저자는 자신이 이 싸움에 사용하는 '전략' 하나를 공개합니다. 전술[4]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싸움의 승패가 감정 쪽으로 기울어지면 나는 케이크를 먹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일 운동하러 가기로 스스로 약속해야만 케이크를 먹겠다는 것. 누가 누구와 협상을 벌인 건가? 양쪽이 모두 나와 협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자유의지로 미래에 자신을 묶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철학자들은 율리시스의 계약이라고 부른다.
율리시스의 계약 혹은 협정(pact)이라고 위키피디아 페이지도 있네요
타인의 냉정함에 기댈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우리가 때로 타인의 냉정함에 기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선원들이 자신의 간청을 무시해 줄 것이라고 율리시스가 믿은 것과 같다. 우리는 자신의 이성 시스템을 믿을 수 없을 때 남의 시스템을 빌려온다. 앞의 사례에서는 환자가 윤리위원들의 이성 시스템을 빌려왔다고 할 수 있다. 위원들은 환자를 유혹한 사이렌[5]들의 감정적인 노래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미래의 환자를 보호하는 책임을 더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다.
남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끊기 바빴던 과거를 되돌아봅니다.
[1] 첫 번째 이미지 출처는 '링크 1'이고, 두 번째 이미지 출처는 '링크 2'입니다.
[2]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3]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4]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5] 여기서 말하는 사이렌이 스타벅스의 사이렌인가 확실하지 않아서 퍼플에게 물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사이렌의 유혹적인 특성을 커피의 매력에 비유했습니다. 즉, 사이렌이 선원을 유혹하듯이, 스타벅스의 커피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 우리는 이 행성에서 가장 분주하고 밝게 빛나는 존재다
2. 자동으로 움직이는 뇌에서 선택의 주체는 누구인가?
4. 정신세계의 일들은 대부분 의식적인 통제를 받지 않는다
5. 생각대로 되지 않아도 생명현상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7. 시각이 세상을 충실하게 표현한다는 널리 퍼진 착각
8. 우리는 실제 세상이 아니라 뇌가 보여주는 것을 인식한다
9. 뇌가 추측을 최대한 동원해서 정보를 더 크게 키운다
10. 눈이 아니라 뇌(머리)로 보는 것이라 해야 할까?
11. 뇌는 두개골 안에서 절대적인 어둠 속에 갇혀 있다
12. 뇌는 자신의 실수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13. 의식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다양한 형태의 암묵 기억
15.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6.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7.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75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5.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176. 지구 생명 탄생에서 달, 바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역할
177.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