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인간은 늘 감정과 비합리성에 지배당했다>에 이어서 <Same as Ever>의 8장 '평화가 혼돈의 씨앗을 뿌린다Calm Plants the Seeds of Crazy'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탐욕과 두려움의 사이클은 흔히 이렇게 진행된다.
• 우리는 좋은 상황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 그러면 나쁜 이야기에 둔감해진다.
• 그다음엔 나쁜 이야기를 무시한다.
• 그다음엔 나쁜 이야기를 부인한다.
• 그다음엔 나쁜 상황 앞에서 패닉에 빠진다.
• 그다음엔 나쁜 상황을 받아들인다.
• 이제 나쁜 상황이 영원할 거라고 믿는다.
• 그러면 좋은 이야기에 둔감해진다.
• 그다음엔 좋은 이야기를 무시한다.
• 그다음엔 좋은 이야기를 부인한다.
• 그다음엔 좋은 상황을 받아들인다.
환경이 따뜻해지면 거기에 안주하여 계속 머물고만 싶어지는 양상을 떠올리자 최근에 배운 움벨트Umwelt 개념이 떠오릅니다. 좋은 상황만 고수하려는 생명의 본능에 대해 저자는 탐욕과 두려움의 사이클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관조하는 상태와 감정에 휩싸여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태가 대비됩니다.
중요한 통찰력이 담긴 민스키의 이론은 '금융 불안정성 가설financial instabilty hypothess'이라 부른다. 그의 이론을 이해하는데 어려운 수학 공식이나 복잡한 모델은 필요하지 않다. 이 이론이 설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심리적 프로세스다.
•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사람들이 낙관적이 된다.
• 사람들이 낙관적이 되면 빚을 내어 투자한다.
• 빚을 내어 투자하면 경제가 불안정해진다.
민스키가 말하는 포인트는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낳는다'는 것이다.
한 지인이 자주 쓰는 표현을 빌리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는 상태가 되면 민스키가 말한 현상을 관찰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현상을 관조할 수 있어야 보일 듯합니다. 메타 인지가 필요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다시 밑줄 친 내용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데에는 대개 다음의 여섯 가지가 영향을 미친다.
• 불충분한 정보
• 불확실성
• 무작위성
• 운
• 나쁜 타이밍
• 잘못된 인센티브
흠, 뜻밖의 소득을 얻은 느낌입니다. <대체 전략을 어디에 써먹고 어떻게 실천할까?>에서 다룬 계획 수립(Planning) 과정에서 예상과 현실의 괴리를 회고할 때 점검표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배운 여섯 개 요인을 대입하면 결국 안정성을 요구하는 본성이 불안정을 낳은 것으로도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비교적 평화로운 2020년에 찾아왔기 때문에 강렬한 사건으로 남았고, 앞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것이다. 이 사건에 하이먼 민스키 식 접근법을 적용해 보면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지난 50년간 팬데믹이 부재했다는 사실이 세상을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했을까? 전염병 사망자가 감소했기 때문에 우리는 전염병이 현대사회를 강타할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것일까?
뒤이어 밑줄 친 내용을 봅니다.
우리 삶에서는 다음과 같은 아이러니가 흔하게 목격된다.
• 편집증적 불안은 성공을 낳는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경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하지만 편집증적 불안은 스트레스가 된다. 따라서 성공하고 나면 즉시 그것을 버린다.
• 성공의 동력이었던 것을 버렸으므로 이제 퇴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훨씬 더 큰 스트레스가 된다. 비즈니스, 투자, 일, 인간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심오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성공하고 싶지만 편집증적 불안을 키우고 싶지 않아 대안을 생각하게 됩니다. 철저하게 드러낸 OKR이 편집증적 불안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한편, 저자는 카를 융이 소개한 유용한 개념을 소개합니다.
카를 융Carl Jung은 '대극의 반전enantiodromia을 설명한 바 있다.
저자가 인용한 예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2017년의 기록적인 강수량은 그해 여름 식물의 기록적인 성장을 초래했다. 나무와 풀이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사막 지역에 있는 동네까지 초록색으로 뒤덮였다. 2018년 가뭄 때 그 식물들이 죽으면서 바싹 마른 불쏘시개가 됐다. 이는 캘리포니아 역사상 손꼽히는 대형 산불을 만들어냈다. 결국 기록적인 강수량이 기록적인 산불을 초래한 것이다. 역사에는 이런 사례가 많다. 이는 폭우와 뒤이은 산불의 흔적이 새겨진 나무의 나이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많은 강수량과 큰 산불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혼돈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평화라니!
혼돈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는 평화.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을, 비극의 결과를 과소평가하게 한다. 사람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낄 때 상황은 가장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가 비극의 결과를 과소평가하게 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납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잊을 것 같습니다. 또한, 선조들이 왜 음양의 조화를 말했는지 그리고 지구에 존재하는 파동이라는 원소적인 존재 형식도 어딘가 모르게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집니다.
그리고, 다음 일화는 실용적인 조언이 될 듯합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크리스 록Chris Rock의 뺨을 때린 윌 스미스Will Smith에게 덴젤 워싱턴Denzel Washington은 이런 조언을 건넸다. "최고의 순간에 조심해야 해. 그때 악마가 너를 찾아오니까."
굉장히 역설적인 설명이 분명히 이해가 되지 않아도 직감으로 다가옵니다.
상황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곤 하는 이유에 관해 마지막으로 몇 마디 적어보겠다. 그것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언제나 이성적인 수준 이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되는 까닭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한계를 아는 유일한 방법이 그 한계를 넘어서까지 가보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역사 속에서 툭하면 시장이 이성적인 분별력의 한계를 넘어서 부풀어 오르는 이유, 버블이 터져 시장이 폭락하는 이유는 사인펠드 같은 태도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손뼉 칠 때 떠날 수 있는 이성과 중용의 힘을 지닌 사람은 드뭅니다.
잠재 기회를 전부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유일한 길이자 최고점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은, 숫자를 통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한 지점을 넘어서까지, 그리고 그 데이터와 관련해 사람들이 믿는 스토리를 넘어선 지점까지 기회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다음 다발말[1]을 보면 결국, 자신의 욕망이 끝이 없음을 깨달아야 포기한다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시장이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은 뭔가 고장 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은 정상이다. 더 미친 듯이 과열되는 것도 정상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으나 글을 쓰며 곱씹어 보니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늘 그래왔다.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다른 투자자들이 믿는 스토리의 한계를 확인하고 싶은 것뿐이다.
한편, 맥락은 다르지만 '제정신'이라는 표현 때문에 <제 정신이라는 착각>을 떠올려 연결시켜 보고 싶어 집니다.
충분함의 미학을 어떻게 실천할까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충분함의 미학을 깨닫자. 사인펠드처럼 생각하자.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thapitya는 누군가가 최고 수익을 내는 방법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연간 수익률이 15퍼센트만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렇게 50년이 쌓이면 엄청난 수익이 될 테니까요. 나는 어려움에 맞서면서 그저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2012년 즈음 읽었던 XP에서 배운 운전을 통해 쌓인 경험과 경륜經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친한 형과의 추억 속에서 만들어진 개념인 '꾸역꾸역'을 온전하게 긍정적인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1.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2.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7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4. 개체의 죽음으로 개체군의 건강을 지키는 미토콘드리아
175. 좋은 결정을 위해서는 육감이 필요하다
176. 지구 생명 탄생에서 달, 바다, 시아노박테리아의 역할
177.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