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차리는 독서의 시작
<최고의 순간에 찾아오는 악마를 대비하라>에 이어서 <Same as Ever>의 9장 '더 많이 더 빨리Too Much, Too Fast'에서 밑줄 친 내용을 토대로 제 생각을 씁니다.
장 제목의 부연 문장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라도 무리한 속도를 내면 나쁜 아이디어가 된다.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사실을 마흔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큰 장벽이었던 '개취 인정'을 넘어선 후에 얻은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육아를 하며 '개성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더해졌을 것입니다. 그 후라서 무리하게 속도를 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사실을 비로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듯합니다.
다음 문장에서 저자는 또다시 현자 워런 버핏을 인용하네요.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여성 9명을 임신시킨다고 해서 한 달 만에 아기를 얻을 수는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툭하면 프로세스의 속도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려고 안달한다.
참으로 그럴듯한 말입니다. 다행히 저 자신이 얼마나 다혈질인지 깨닫게 된 덕분에, 2013년 이후부터는 이런 충동에 대한 메타 인지는 어느 정도 개발이 된 듯합니다.
다음에 인용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키가 큰 사람인 로버트 워들로의 이야기는 한 편의 비극처럼 들립니다.
워들로는 인간의 신체 구조가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지나치게 커졌다. 인간의 몸이 커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경험하는 삶의 폭 안에서 일종의 우물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설명입니다.
욕조에서 막 나온 사람의 몸에는 약 450그램의 물이 묻어 있다. 이 물은 우리에게 전혀 부담이 안 된다. 반면 물에 젖은 쥐는 물의 무게까지 힘겹게 지고 다녀야 한다. 물에 젖은 파리는 땅바닥에 붙어 꼼짝달싹도 못 하게 된다. 물을 뒤집어쓴 것은 똑같지만 몸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이 완전히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홀데인은 "모든 동물에게는 가장 알맞은 크기가 있다. 그리고 크기가 변하면 필연적으로 형태도 변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최근에 배운 움벨트(Umwelt) 개념을 떠올립니다.
다음 문장을 읽으면서...
가장 알맞은 크기. 이는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적절한 상태를 말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다년간 수많은 생물 종의 변화를 관찰하며 얻은 최종 값을 DNA에 저장하여 최적의 유산을 이어가도록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다음 문장을 보면...
10년 또는 그 이상 투자하면 시장은 거의 항상 인내심에 보상을 해준다.
시장을 대상으로도 마치 진화를 주도하는 전지전능한 입장 혹은 관조적 관찰자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면 결과가 보장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슐츠는 2011년 자서전 《온워드Omward》에 이렇게 썼다. "성장은 전략이 아니라 전술일 뿐이다. 무분별한 성장이 전략이 되었을 때 우리는 방향을 잃고 헤맸다."
다음은 소프트웨어 설계자(혹은 아키텍트) 입장에서는 Scalability라고 부르는 개념의 실행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나심 탈레브는 자신이 연방 차원에서는 자유주의자이고 주州차원에서는 공화당 지지자이며 자신이 사는 도시 차원에서는 민주당 지지자이고 가족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자라고 말한다. 집단 크기가 4명에서 100명, 10만 명, 또는 1억 명으로 커지면 그때마다 사람들이 리스크와 책임을 다루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계속해서 밑줄 친 다음 내용은 전략과 전술의 유기적 연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듯합니다.
기업 합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이 고객이 합당하다고 여기는 수준보다 더 빠른 성장을 원할 때 종종 인수를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 고객이 바라는 규모가 기업의 가장 알맞은 규모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으며, 그 선을 넘은 무리한 확장은 온갖 종류의 실망을 낳게 된다.
서두르면 망치는 법이라는 말이 울림을 주는 내용입니다.
대개 어린 나무는 커다란 엄마 나무의 우거진 가지들이 만든 그늘에서 수십 년을 보낸다. 햇빛을 적게 받으므로 천천히 자란다.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밀도 높고 단단한 나무가 된다. 그런데 만일 탁 트인 들판에 나무를 심으면 얘기가 다르다. 주변에 큰 나무들이 없으므로 어린 나무는 햇빛을 듬뿍 받고 빠르게 성장한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면 무르고 밀도가 낮은 나무가 된다. 밀도가 높아질 시간이 없는 탓이다. 그리고 이런 나무는 곰팡이류가 잘 번식하고 질병에 취약해진다. "빨리 자라는 나무는 쉽게 썩으므로 어른 나무로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라고 산림 전문가 페터 볼레벤Peter Wohllben은 설명한다. 서두르면 망치는 법이다.
직업적 경험 때문에 리팩터링이나 제가 번역한 책인 <Tidy First?>도 결국 시스템을 건강한 성장을 다루는 것이란 점을 깨닫게 합니다.
연구 팀의 설명은 이렇다. 인위적 성장 촉진은 조직 손상을 가져올 수 있고 "손상된 생체 분자의 관리 및 회복에 쓰일 자원이 대신 빠른 성장에 사용될 수 있다"라고 한다. 반대로 느리게 성장한 경우에는 "관리 및 회복에 할당되는 자원이 증가“한다.
[1] 퍼플렉시티에 부연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슐츠가 말한 "성장은 전술일 뿐"이란, 성장은 기업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큰 방향(전략)이 아니라, 그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나 단기적인 행위(전술)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만약 성장이 무분별한 방식으로 전략처럼 다뤄지면, 즉 큰 방향 없이 단순히 매출이나 규모 확장만을 목표로 삼으면, 기업은 방향성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입니다.
1.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2.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77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177. 움벨트 밖으로 나아가는 모험심은 어디서 나오는가?
179. 우리 행동의 엔진 역할인 본능을 우리는 볼 수 없다
180. 1962년이나 2025년이나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코바는
181. 인종차별적인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공존하는 뇌
182. 새로운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가 나타났다
183. 기대치 관리는 시기심과 고통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다
184. 우리 뇌에 프로그래밍된 정신의 양당제 민주주의
185. 데이터의 폭발적인 성장이 지구의 진로에 영향을 끼친다
186. 미국의 작동 방식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가 대체한다
188. 스토리는 언제나 통계보다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