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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는 씨 뿌리기이고 경청은 결과를 거두는 일이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by 안영회 습작

페벗님의 글 <말하는 것은 씨를 뿌리는 것이고 듣는 것은 수확하는 것이다.>를 읽고 쓰는 글입니다.


말하는 것은 씨를 뿌리는 것이고 듣는 것은 수확하는 것

주말에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중이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아내가 제 여동생에게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자르고 들어가는 일을 반복해서 아내가 핀잔을 주었습니다. 보통 아침마다 루틴으로 '후회가 남지 않게'라는 문장과 마주하는데, 이틀 연속 그 일이 떠올랐습니다. 2014년 즈음부터 훈련하던 '경청'인데 아직도 어려운 듯합니다. 그러던 차에 만난 글이니, 시간을 내어 마음에 새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첫 다발말[1]을 보겠습니다. 찬찬히 따져 보겠습니다.

말은 씨를 뿌리는 행동이고, 듣는 것은 그 결과를 거두는 일이라는 말은 오래된 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잘 짚는다. 말은 앞으로 피어날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고, 듣기는 이미 누군가가 만든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이 비유는 단순한 표현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먼저 '만남'이 느껴졌습니다. 그랬더니 손때를 묻힌 탓인지 다음 그림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막상 그림을 찾고 보니 시작과 끝이 있는 선분 형태가 아니라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말'과 '듣는 것'에 대응시킬 수 있는 시작점과 끝점을 기대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바로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번에는 대안으로 양방향성이 분명한 박문호 박사님께 배운 '대화'[2]의 그림을 찾게 됩니다.


말은 어떻게 씨를 뿌리는 행동이며 결과를 전하느냐?

제 느낌만으로 폭주(?)할 우려가 있어 한 문장(포기말)씩 다시 살펴봅니다.

말은 씨를 뿌리는 행동이고, 듣는 것은 그 결과를 거두는 일이라는 말은 오래된 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인간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잘 짚는다.

앞서 소환한 그림에 페벗님 말씀을 추려 더해 봅니다. 말에 담긴 사실은 듣는 이가 사실로 믿고 전하는 소문이나 믿음의 씨앗이 됩니다. 또한, 말은 듣는 이의 감정을 일으키니 감정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말에는 의미가 담겨 있으니 듣는 이의 생각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정제가 안된 즉각적인 해석이지만 재미 삼아 '결과를 거두는 일'도 그림에 추가해 봅니다. 사실 혹은 상대가 사실로 믿는 말을 들으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에 담긴 감정을 받으면 교감이나 감정 교류가 됩니다. 물론, 그 양상이 대립과 갈등일 수도 있죠. 사실이나 감정이 아니라 의미로 받으면 해석과 토론의 재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말에 담긴 욕망과 말이라는 욕망의 전하는 파장

다음 포기말(문장)로 이어갑니다.

말은 앞으로 피어날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고, 듣기는 이미 누군가가 만든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말에는 누군가의 욕망이 담겨 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게 화자의 욕망일지 아니면 누군가 명하거나 전한 욕망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파장으로 전해져서 나비 효과처럼 알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일단 듣는 순간은 말에 담긴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씨앗을 뿌리고 마음의 밭을 키우자

우선 한 단락(다발말)만 찬찬히 따져 보았는데, 재밌습니다. 이번에는 마지막 다발말을 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말은 관계를 다루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내가 오늘 뿌린 말이 내일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를 생각하면, 말투와 태도는 자연히 달라진다. 반대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것이 내 마음의 밭을 풍성하게 해 줄 재료라고 생각해 보자. 말하기와 듣기의 균형을 잡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더 부드러워지고, 사람 사이의 거리는 조금 더 가까워질 것이다.

이분법적인 설명이 마음에 듭니다. 말은 '뿌린 말'로 표현하며 인과와 관계를 통해 나비효과의 일으킬 수 있음을 생각하라고 합니다. 또한, 말의 내용(사실)뿐 아니라 말투와 태도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는 박문호 박사님께 배운 대화(소통)의 세 가지 채널 그림을 떠오르게 합니다.

한편, 듣기는 '내 마음의 밭을 풍성하게 해 준다'라고 합니다. 어제도 '말 끊음'이 잦다고 아내에게 지적을 받았습니다. '경청해야지'로만 접근했는데, '마음의 밭을 키워 보자'라고 마음먹어 봐야겠습니다.


주석

[1]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단락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의 실천으로 한자사전을 찾습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37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7. 복잡계를 위한 벡터 변화 이론

38. 치유에서 연민으로, 다시 직면으로

39. 여유를 만들고 감정을 살피고 주위도 살펴라

40. 우연히 목차만 보아도 영감을 주는 책을 만나다

41. 행복을 위해 나에게서 나는 성(性)을 잘 알자

42. 2년간 얼마나 어른이 되었나 돌아보기

43. 이제, 인공지능도 성찰을 하는데, 하물며 사람이라면?

44. 점수(漸修)를 통해 지혜롭게 행복 비용을 지불하자

45. 오만 가지 생각에 휩싸인 자기 대화가 자신을 망친다

46.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처럼 어려움을 대하기

47.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上)

48. 가장 흔한 네 가지의 감정의 낚임 유형(下)

49.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의 힘이다

50.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만나 허우적대고 있을 때

51. 병입 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감정 누출을 낳는다

52. 누구나 마음속에서 일을 크게 키운다, 실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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