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은 객관, 인식론은 주관, 기호학은 소통이다(上)

지식 덕후의 탄생

by 안영회 습작

이 글은 윤여경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존재론, 인식론, 기호학>을 읽고 쓰는 글이었습니다.


작업할 때 항상 인공지능을 초대한다

평소처럼 한 줄 한 줄 읽는 대신에 <작업할 때 항상 인공지능을 초대한다>는 원칙을 따랐습니다. 인공지능 삼총사에게 도식화를 요청한 것인데요. 가장 먼저 결과를 선사한 것은 퍼플렉시티였습니다.

디자이너인 윤여경 선생님의 정체성과 함께 묻따풀 일원이기도 한 점이 드러나는 메시지였습니다.


똑같은 소스와 프롬프트를 줘도 다른 것을 생성한다

완벽하게 같은 소스와 똑같은 프롬프트를 주었지만 클로드는 전혀 다른 느낌은 선사합니다.[1]


존재론은 객관, 인식론은 주관, 기호학은 소통이다

두 인공지능이 힌트를 준 것으로, 혹은 직관으로만 예습을 한 것으로 삼고 다시 한 줄 한 줄 읽어 보겠습니다. 시작부터 굉장히 매력적인 일대일대응을 만납니다.

존재론은 객관이고, 인식론은 주관, 기호학은 소통이다. 랑그 체계는 존재론이고, 파롤은 인식론이다. 존재와 인식이 기호를 매개로 통한다.

존재론은 객관이다. 스스로 묻따풀로 발산을 하기 전에 모르는 것부터 짚어 봅니다. 클로드에게 랑그 체계에 대해 물었습니다.

이어지는 클로드의 설명 중에 눈에 띄는 내용이 있습니다.

랑그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거기 있는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운다는 건 이미 사회에 존재하는 랑그 체계 속으로 들어가는 일입니다. 객관적·집단적으로 존재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존재론에 해당합니다.

최봉영 선생님이 종종 말씀하신 '그위'가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써온 말은 모두가 두루 함께 하는 ‘그위(公)’의 것이다. 말은 낱낱의 내가 저마다 배우고 쓰는 것이지만, ‘그위(公)’에 자리하여 모두가 두루 함께 함으로써, 말로써 구실한다.

이렇게 따져 보고 나니 마지막 문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존재와 인식이 기호를 매개로 통한다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의 시대적 변천

다음 줄로 나가 보겠습니다.

과거 존재론은 신학이었고, 현대 존재론은 과학이다. 객관적 사실은 과학에 근거하고, 이를 토대로 인식론이 재정립된다. 실재론이 오컴에 의해 유명론이 되고, 마르크스에 의해 유물론이 되고, 과학에 의해 신유물론이 된다.

흥미로운 해석입니다. <팩트풀니스>라는 명저를 인식론 재정립을 위한 현대적인 교양서구나 싶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불명확해서 다시 한번 클로드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자의 시각을 해석해 달라고 했더니 클로드가 멋진 질문을 알려줍니다.

존재론의 역사는 "무엇이 진짜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신→개별사물→물질→물질의 자율적 작동으로 이동해 온 과정입니다. 저자에게 이 흐름의 실천적 함의는 하나입니다. 내 인식의 오류를 고치려면 도덕이나 의지가 아니라, 현재 과학이 밝혀낸 존재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에 입각한 현실 인식을 갖추는데 도움을 주는 AI

사실에 입각해서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로 먼저 다가옵니다.

존재론은 인식론의 전제이자 비탕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안정적이다. 존재론에 오류가 생기면 인식론은 어긋난다. 그래서 현대 인식론은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과학이론(존재론)을 주목해야 한다. 나의 인식오류가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제 수준에서나마 나름대로는 열심히 쫓는 가치입니다. 끊임없이 직면(直面)을 시도하는 이유가 그것이고요.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은 제가 읽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두 학기 연속 진행하는 강의에서도 이 책을 교재로 쓰며 젊은 세대들에게도 그 태도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한편, 다음 문장인 인공지능 기술을 보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줍니다.

현대 인식론은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과학이론(존재론)을 주목해야 한다.

목사님이 현혹시키는 말을 하고, 선생님이 철 지난 이야기를 해도 이제는 LLM에 물어 오류가 적은 인식을 가질 수도 있겠네요.


글이 길어져서 2편으로 나눕니다. 다음 글에서 계속합니다.


주석

[1] 제미나이는 똑같은 프롬프트에 대해 그림 대신 표를 주었습니다.


지난 지식 덕후의 탄생 연재

(64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64. 기억의 3 계층 그리고 점진주의와 프레임 문제의 관련성

65. 인공지능으로 구축하는 월드 모델과 들쭉날쭉함의 원인

66. AI 에이전트의 보상과 가치 그리고 RLHF

67. Validation 번역은 검증이 아닌 타당성으로 하자

68. '복사-붙여 넣기' 패턴과 레거시 코드의 공통점

69. LLM 벤치마크의 세 가지 평가 기준

70. 지식의 체화는 무의식적 유능을 쌓는 일입니다

71. 찰라살이에서 두 가지 나로, 다시 느슨한 결합으로

72. 인터페이스로 등장한 자연어와 일관성 기술의 등장

73. 개발 조직에도 정의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74. 멀티모달 토큰화에 대해 가볍게 듣기

75. 콘텐츠를 사료로 제공하는 비즈니스와 습관을 만드는 힘

76. 인간은 특별한 기계이고, 지능은 창발적 현상이다

77. 케데헌이 보여주는 문화적 시대정신은 어떤 모습인가?

78. 듀얼 브레인의 멘탈 모델과 월드 모델

79. 과연 관광 콘텐츠의 정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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