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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Dec 27. 2022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읽고 행동 변화 만들기

언제 사 두었는지조차 기억이 없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펼쳤다. 하지만 되려 여느 책과 달리 빠르게 흡수되는 것이 혹시 제때 책을 만난 덕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과 1장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를 읽고 내 안의 추구 즉, 책을 산 동기와 책 내용을 견주어보며 어떤 행동 변화를 만들지 기록한다.


물건을 줄이는 일이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다

서문에서 밑줄 친 문장이다.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사람, 그래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물건에서 벗어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랫동안 비교를 조장하는 문화에 저항해 온 입장에서 비교가 불행을 낳는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물건과 비교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뒤이은 문장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그렇게 간절히 원해서 손에 넣은 물건으로는 아주 잠깐 동안만 행복할 뿐이다. 우리는 행복에 대해 정말로 아는 것이 없다. 물건을 줄이는 일이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간 익힌 내용들이 휘리릭 지나간다. 최봉영 선생님께 배운 욕망 개념도 떠오르고, <사피엔스>의 한 구절도 떠오른다.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 데는 매우 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그리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소유할수록 잃어버리는 것들

많이 듣던 문장이지만 꼭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또 실천하고픈 내용이다.

세상에 태어나면서 손에 뭔가를 쥐고 나온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중략> 그러나 자라면서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꽉 움켜쥘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의 자유를 빼앗긴다. 나 자신의 가치는 갖고 있는 물건의 합계가 아니다. 물건으로 행복해지는 건 아주 잠깐 동안일 뿐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물건은 에너지와 시간은 물론, 결국에는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이 책을 사도록 자극한 충동과 연결된다. '관심사'가 너무 많던 2020년 나를 추스를 무언가를 찾았다.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거처(중국 북경에서 한국으로)도 옮기고 직업 일상도 180도 바뀐 당시 어딘가 기대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관심과 시선이 갔다. 그런 관심사가 이 책을 구입하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대신에 다른 몇 가지 방법을 택해서 내 에너지를 쏟을 대상을 줄여나갔다. 먼저 브런치 글쓰기와 두레이 기록을 통해 내 행동에 대한 인식을 강화했다. 3년 정도 지나고 보니 그럭저럭 정리가 되고 습관화되었다. 두 번째로는 어색한 공간 즉, 북경에서 가족과 함께 있다가 서울에 있는 도중에 가족과 함께가 아니라 혼자 보내는 방에서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 문제였다. 혼자 있는 공간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은 책인데, 지나고 보니 압축된 책장 정리로 풀어나갔다.

'소유할수록 잃어버리는 것들'이라는 소제목을 볼 때, 내가 어색한 공간에 적응하며 분산된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했던 노력이 떠올랐다. 책 읽는 내내 그에 대한 공감을 토대로 저자와 대화하듯 읽을 듯했다.


내가 버린 물건들

저자는 상세하게 자신이 아끼던 물건을 과감히 버렸음을 간증(?)한다. 나도 그 마음을 안다. 대학원 다니던 시절 우연히 산 책에서 '과감히 버리라'라고 해서 그대로 하고, 나 역시 지인들에게 찬양(?)을 했던 적이 있으니까.


아래 구절은 나에게도 여전히 통용될 수 있겠지만 장난감 방에 가득한 물건에도 불구하고 늘 장난감을 사달라는 두 아들이 먼저 떠올랐다.

필요한 물건은 모두 갖고 있으면서도 내게 없는 물건에만 온통 신경이 쏠려 있으니 조금도 행복하지 않았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나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저것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다.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미니멀리스트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미니멀리스트 정의는 너무나 멋지다. 나는 몇 번의 전기가 있어 이미 제법 미니멀리스트로 살아왔다. 2020년 서울로 돌아온 다음부터는 책과 관심사를 대상으로 미니멀리즘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읽으며 투영하는 주제가 그래서 두 가지이다. 물건 중에서는 책이고, 물건이 아닌 관심사를 대입하여 읽는 경우가 더 많을 듯하다.


저자는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관심사를 줄이는 일에 대한 나의 기록은 <초집중 응용하기> 연재에도 일부 있다. 회사 주니어의 요청으로 함께 읽은 <초집중>은 책을 읽은 이후 스마트폰 첫 화면 튜닝 등을 통해 시간을 아껴 쓰는데 상당히 요긴한 시작점을 제공했다.


스마트폰 첫 화면을 통한 미니멀리즘 구현

작년 4월과 지금의 첫 화면을 보니 20개월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첫 화면에서 사라진 앱이 9개, 새로 추가한 앱이 5개이다. 그리고 작년 4월에는 3페이지에 달했지만, 올해는 두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사라진 앱과 추가한 앱을 보면 확실히 나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볼 수 있다. 중국에서부터 쓰던 위챗에 한국에 오면서 쓰기 시작한 카톡이 더해졌기에 페북 메신저는 쓰지 않기로 했다. 페북 메신저를 쓰는 분들이 카톡이 있는 경우 카톡 친구를 맺은 후에 점차 쓰임새를 줄이고 삭제했다.


리멤버는 중국에서 건너온 이후 5년 만에 서울에서 만나는 분들과 업무적 관계를 수립하면서 자주 쓰던 것인데, 지금은 아이폰 검색 기능을 통해 호출해서 가끔 쓴다. 그나마도 리멤버가 성장하면서 링크드인 비슷한 느낌이 들 정도로 무거워지고, 훅 기능이 피로감을 주는 듯해서 아예 지울까도 고민 중이다.


스타벅스는 한때는 매일 아침 들렀는데 이른바 '멸공 사태' 이후에 횟수를 줄이는 사이에 아예 습관이 비뀌었다. 평소 동선상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다가 지인들 권유로 불패 동참을 하면서 번거로워도 마음에 드는 드립커피 집에 가는 시도를 하다가 되려 커피 취향이 생겨 버렸다. <커피기업 공정무역 기사로 시작한 즉흥 대화 기록>은 그런 라이프스타일 변경의 부산물이다. 가끔 스타벅스를 가면 이제 (너무 표준화된 탓에) 커피가 맛이 없다. 20개월 만에 취향이 완전히 바뀌었다.


공유오피스를 옮기면서 FASTFIVE 앱은 필요 없어졌고, 파파고와 위키백과 등의 사전 앱은 노트북에서 주로 쓰는 관계로 삭제했다. 네이버는 이미지 검색 때문에 사용했는데, <육아로 함께 배우는 과학> 연재가 끝나자 필요가 없어 제거했다.


리디북스는 아웃스탠딩 구독하면서 설치했는데, 아웃스탠딩이 빠지자 리디북스도 제거하고 덩달아 아웃스탠딩 구독도 그만뒀다.


새로 추가한 앱이 소중한 것들에 대한 지표

저자 말대로 미니멀리즘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초집중> 저자는 앱을 극단적으로 지우라고 하지만 나는 그의 조언과 나의 살던 방식 가운데서 균형을 찾았다. 그러고 나서 추가한 앱들은 나의 바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유튜브는 리디북스 제거와 맥락을 같이 한다. 2020년부터 스타트업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콘텐츠를 소비했는데, 20개월 사이에 아웃스탠딩 구독도 그만두고 스타트업 콘텐츠 소비도 줄였다. 나에게 필요한 콘텐츠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에 변화를 주었다.


나는 종이 책이 편한 사람이라 책 이외에 정보 공급처는 엄선해서 보는 몇 개의 유튜브 채널과 추천 영상 정도였다. 그 외에는 주로 박문호 박사님 강의 때문에 나머지도 듣는 <월말김어준>과 페이스북 친구들이 올린 콘텐츠 정도로 제한한다.


글쓰기가 늘고, 콘텐츠 소비 증가와 비례해 생산도 하라는 압박을 스스로 가하면서 브런치 앱은 생산용으로만 쓴다. 링크드인 앱 역시 브런치 글 링크 공유 용도로 쓰는데, 거의 매일 한 번 쓰다 보니 그때마다 보는 2, 3개 정도의 지인 글이 있다.


VIBE나 인스타는 온전히 가족들과 보내는 용도로 제한해서 사용한다. Github은 개발회사를 운영하니 우리 생산물을 관리할 용도로 사용한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저자는 인간의 뇌가 5만 년 전에 진화를 멈췄다고 한다.

인간이라는 하드웨어가 5만 년 전부터 바뀌지 않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것들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하드디스크의 데이터를 줄이고, 가동되는 애플리케이션을 줄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가벼워져서 새로운 답을 내야 할 때가 왔다.

저자의 지적은 바로 앞에 내가 스마트폰 화면을 정리하고 앱을 통해 시간 관리를 했던 이력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같은 취지로 내가 했던 근래 노력이 몇 가지 더 있다.


하나는 앞서 소개한 대로 나는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압축된 책장 정리로 목적이 모호한 독서나 책 구입을 제한했다.

그 경험을 최근에는 시간 관리를 위해 내년도 TODO를 기록할 때 6개의 유형을 부여하여 그중 어떤 활동인지 태그 하는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OKR과 퍼스널칸반 접목하기>의 후속 활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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