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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Feb 27. 2016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교컴 ‘인성교육을 넘어 시민성교육으로’ 3

세월호 사건이 발생하여 300명이 넘는 인원이 수장되었다. 그와 같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계각층에선 대책을 마련했는데, 교육부는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인성교육을 강화하려 했고, ‘생존수업교육’이란 걸 만들어 수영능력을 신장하려 했다. 어떤 문제든 ‘교육’이란 틀로 접근하는 순간 얼마나 사건의 본질과는, 그리고 재발방지와는 멀어질 수 있는지 이처럼 명확하게 보여주는 예가 있을까. 즉, ‘인성교육’이란 말이 나온 것 자체가 하나의 코미디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제부턴 좀 더 현실적인 ‘인성교육’이란 게 어떤 역사적인 배경에서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게 학교 교육과정으로 들어올 땐 어떤 충돌이 생기는지, 그리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하자.    



▲ '세월호 사건-수영능력 부족'을 어떤 식으로 연결 시킬 수 있는지 그게 궁금하다. 단순히 바다에서 났기 때문에?



            

인성교육은 어떻게 등장했나? 

    

권재원쌤은 ‘인성교육’이란 게 어떤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등장했는지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1980년대 이전의 미국은 진보정권이 이끌었는데,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1911~2004)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외적으로 보수 강경책을 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때 등장한 말이 ‘학교가 아이들의 영혼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단다. 학교에서 여러 진보적인 교육도 스스럼없이 하며 비판적인 안목도 키워주고 있었으니, 보수주의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가 학생들을 타락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다. 바로 그 때 서서히 나오기 시작한 말이 ‘인성교육character education’이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인성교육이 등장한 이유가 ‘진정 인간의 인성을 위한 교육적인 바람’이라기보다 ‘하나의 관점을 고집하기 위한 정치인의 얕은 수’임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인성교육의 영문명만 보아도 그 단순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캐릭터의 성향을 바꾸기 위한 교육을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인성교육론자들은 “학교는 실용적인 것만 가르쳐야지, 다른 것을 가르치면 안 된다”고 말을 하기에 이른다. 즉, 그들에게 학교의 역할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지금 당장 쓸모 있는 것을 가르치는 것일 뿐, 그 외의 것들은 건드려선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즉, 인성교육이란 게 등장할 수 있는 배경엔 ‘지식교육/인성교육’을 나눠서 생각하는 기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다양한 예를 들며 인성교육에 대해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인성교육을 어떤 지고지순한 교육으로 바라보고 그건 누구도 할 수 있는 게 아닌, 선택된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기본에 자리하고 있다. 이 때 당연히 문제가 되는 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는 것이다. ‘가장 객관적으로 보이는 게, 가장 정치적’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기준에 따라 고르고 그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가르치느냐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달라지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든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강사를 통해 교육을 하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교사집단은 공정한 시험을 통해 선발되기에 그들의 사상을, 생각을 확인할 기회가 없다. 그러니 보수주의자들 입장에선 ‘너무 급진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 ‘정권 비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이 교사로 일하며 학생들의 생각을 더럽히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들은 학생들의 심성을 건드리고, 어떤 비판적인 안목을 갖게 하는 교사들이 껄끄러운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얼마나 교사집단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고 있었는지는 부시가 “빨갱이 선생들을 쳐내고 검증된 선생들이 교육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말을 통해 알 수 있다. 



▲ 이라크 전쟁은 방송을 통해 전쟁이 전세계에 방송되었다. 악의 제거라는 명분은 명분일 뿐이었다.



반공주의자들은 흔히 자신의 생각과 다른 존재를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며 위험한 존재로 매도하곤 한다. 그래서 그들을 불구대천의 존재로 만들어 ‘아예 씨를 말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며, 여러 법적 테두리로 그걸 현실화시키기도 한다(한국에선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택한 방법은 교사집단을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니, 인성교육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기존 교사를 배제하고 자기들이 선정한 강사진이 맡도록 한 것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흐름은 그대로 한국이 답습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발의된 ‘인성교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부가 공인한 단체의 사람만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단위 학교별로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교사를 선택하거나, 내용을 선정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교육부에서 지정한 단체의 특정인만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것이야말로 어찌 보면 교사집단을 쌩무시하고 교육을 이끌어가는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때 반공주의자들이 “자본이 망친 아이들을 마을로 되돌려 해방시키자”는 구호를 외쳤다는 사실이다.                



▲ 인성교육진흥법을 보는 것만으로 속이 저절로 답답해진다. 이걸 만든 사람들에게 교육은 무얼까?




마을이 학교다라는 부정적인 뜻 

    

솔직히 ‘마을이 학교다’는 이야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고 ‘좋은 교육 모델’로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말을 풀면 학교만이 교육을 독점하는 것이 아닌, 마을로, 또는 그 이상으로 확대되어야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하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교의 교육만이 아닌, 마을 전체에서 시시때때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교육이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마을 자체가 붕괴되었기 때문에, ‘마을이 학교다’라는 슬로건으로 마을을 만들려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선생님도 이 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권재원쌤은 그 말의 긍정적인 의미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애초 미국에서 등장할 때는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 공교육의 특성과 마을의 특성을 대비하여 설명을 하니 반공주의자들이 왜 그런 구호를 외쳤는지 알 수 있었다.                               





마을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코뮤니티였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근본적으로 신앙을 밑바탕에 깔고 전통적인 미국의 가치를 중시하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니 당연히 충효를 바탕으로 한 인성을 중시하는 곳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의 시골 마을도 이런 예와 매우 비슷하다.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사드배치’의 찬반을 여론 조사할 경우,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상황이 이를 대변한다. 그것이 옳고 그른지, 또는 왜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안보라는 미명으로 휩쓸려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공교육은 그런 밑도 끝도 없는 군중심리와는 다른 구석이 있다고 한다.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고 비판적인 안목으로 학문을 할 수 있는 곳이기에 비판정신을 키우는 데에 중점을 둔 곳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권재원쌤은 “마을의 성향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태어나는 그 순간 갇혀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마을을 먼저 만든 이후에 ‘마을로 돌려보내자’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 여론조사는 충분히 조작이 가능하다지만,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출처- 소비자 불만닷컴)




교육개혁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며 수리하는 일 

    

이 말을 들으니, 저번 모임에서 민천홍 쌤이 “예전엔 『학교 없는 사회』와 같은 ‘탈학교론’을 옹호하기도 했는데, 이젠 다르게 생각해요. 학교가 일순간에 사라진다 해도, 그 자리에 다른 교육의 장이 펼쳐지기보다 자본이 치고 들어와 더 획일화되고 더 경쟁적인 교육이 펼쳐질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성적을 통한 경쟁만을 강요하고, 상급학교 진학이 모든 교육적 이슈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경제적인 마인드가 교육을 잠식한 이 때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고 쉬운 일이다. 교육 때문에 학생-학부모-교사 누구 할 것 없이 엄청난 짐을 지고 괴로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판을 완전히 허물어 버린다고 교육이 정상화되거나 이상적인 교육의 장이 마련될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다. 민천홍 쌤의 진단처럼, 그 빈틈엔 힘 있는 것들이 파고들어 교육의 공공적인 기능을 완전히 붕괴시켜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대학을 대기업들이 쥐고 흔들며 학문을 위한 공간이, 장사를 위한 공간으로 바꾼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논의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교육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좋은 게 좋은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비판을 가한다고 금방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치다쌤의 “교육제도를 개혁한다는 것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리한다’는, 일종의 고난이도 곡예에 비유할 수 있는 어려운 일입니다. 『교사를 춤추게 하라』 pp20”라는 말을 했는데, 그 비유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하나를 바꾸면, 어떤 부조리한 하나만 없애버리면 정상화되는 게 아니라, 이 문제를 해결하면 그와는 전혀 다른 문제가 돌출되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 그와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돌출되는 식으로 지루하면서도 엄청난 인내심을 요하는 것이다. 

강의는 어느덧 중반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인성교육’이라는 게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지만, 역사적 맥락을 꿰뚫다 보니 황당한 정도가 아니라, 가장 비교육적이며 폭력적이라는 알 수 있었다. 이 정도 얘기만 들어도 ‘교육이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름으로 너무 자신들의 이속만을 차리려 한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하긴 애초에 공교육이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국민형성’을 목표로 등장했기에,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교컴 연수에 온 대부분의 선생님들도 이런 얘기를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우리의 화가 온도를 높인 것인지, 난방기가 너무 빵빵하게 돌아가 온도를 높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강의실 온도는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 밖은 아직 서늘하긴 해도, 강의실 안은 후끈후끈 달아올랐다.





목차     


1. 건빵이 교컴 겨울 수련회에 참석한 까닭?

대화에도 맛이 있다

전주에서 교컴 수련회가 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의 반응은?

외로운 사람이여, 그대 통하였느냐

불청객 1 -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길을 나서다

불청객 2 - 불청객이 청객이 되기까지

교컴도 몰라요, 교실밖교사커뮤니티도 몰라

강의를 맛볼 준비가 되셨나요?     


2. 인성교육엔 교육은 없고 폭력만 있다

앎의 유쾌한 여정을 선사해주다

세월호 사건은 인성의 결여 때문에 발생한 것인가?

교육만능주의에 기댄 인성교육

교육은 장기적인 안목을 요하지만, 즉각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려 한다

한껏 무르익어가는 분위기


3.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인성교육은 어떻게 등장했나?

인성교육의 뿌리는 반공교육이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부정적인 뜻

교육개혁은 고장 난 자동차를 운전하며 수리하는 일


4. 인성교육은 실패한다그 너머엔?

인성교육은 실패한다 1 - 지식교육/인성교육의 이분법이 낳은 왜곡

인성교육은 실패한다 2 - 교육목표를 스스로 위배하며 등장하다

인성교육은 실패한다 3 - 교육 효과에 대해 합의된 내용이 없다

권재원쌤에게서 발견한 우치다쌤의 향기

지적 폐활량으로 알쏭달쏭함에 머물라

결론이 아닌 한 모퉁이를 끌어안도록 일러준 강의


5. 인성교육이 아닌 인권교육으로

은진쌤과 첫 만남의 기억

강의라는 흐름에 몸을 맡기며

13년 차 교사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강의

역할극을 통해 내 안에 감춰진 본심을 보다

학생들에게 선언함으로 나를 다잡다

통제가 아닌 지켜볼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학교 현장이 아닌 삶이란 현장에선 그대를 응원하며


6. 교컴 토론과 뒤풀이를 기록하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저녁 식사 시간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토론 1 - 주제를 듣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다

토론 2 - 화려한 말잔치, 하지만 그걸로 끝!

토론 3 - 인성교육에 대해 시민성 교육을 이야기한다는 것

뒤풀이 1 - 어떤 평가를 할 것인가?

뒤풀이 2 - 도덕수업이 역사수업에 도움이 된다?

뒤풀이 3 - 너무 열심히 하려 하지 마세요

뒤풀이 4 - 학생이 교사를 때렸다는 것에 대해

 

7. 교육을 바꾸는 15분 

전주한옥마을 1 - 관광지가 아닌 삶의 공간

전주한옥마을 2 - 한옥마을이 건빵에게 던진 메시지

교육을 바꾸는 15분 1 - 자신이 살아온 결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가

교육을 바꾸는 15분 2 - 72일간 북유럽 4개국을 돌아보고 난 소감

교육을 바꾸는 15분 3 - 핀란드의 교육을 체험하고 난 소감

교육을 바꾸는 15분 4 - 민주적 환경과 혁신학교

    

8. 교육을 바꾸는 15분 와 교학상장에 대해

교육을 바꾸는 15분 5 - 교사의 한계가 느껴지던 그 순간이 뛸 수 있는 그 순간

교육을 바꾸는 15분 6 - 차별은 체계적으로,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육을 바꾸는 15분 7 - 열정, 다양성, 그리고 선입견

자의식을 버리고 해방감을 맛보다

교학상장의 역동적인 흐름에 빠져들다

해방감을 느낀 그대, 교학상장의 가르침을 따라 거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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