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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빵 Nov 09. 2016

제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단재학교와 광진Iwill 콜라보 2

광진Iwill센터에서 한 해에 한 번씩 진행되는 ‘꿈틀이 축제’라는 게 있다. 센터에서 했던 활동들을 발표회 형식으로 꾸며 발표도 하고 공연도 하며 한 해를 정리하는 축제다. 이제 3회째를 맞이하는 행사이니 만치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 꿈틀이 축제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2회 꿈틀이 축제의 기억

     

단재학교 아이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게 된 건 작년이 처음이었다. 작년 2학기부터 광진Iwill센터와 협업을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내용은 이미 첫 번째 후기에서 썼기 때문에 여기서는 ‘꿈틀이 축제’에 대한 내용만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작년엔 영화팀 아이들만 참여하여 영화 두 편을 꿈틀이 축제에 출품했었다. 아무래도 2012년에 영화를 만들어본 이후에 무려 3년 만에 제작하다 보니, 아이들은 헤맬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영화팀은 4명이 전부다. 그러니 겹치기 출연을 해야만 했고, 사람 한 명이 매우 아쉬운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영화팀 두 명의 아이들은 잘 등교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하게 참석하게 되니 영화는 만들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석이와 현세가 책임감을 가지고 다시 촬영하고 편집함으로 ‘Game Over’와 ‘Fake Book’이란 두 편의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제2회 꿈틀이 축제는 광진센터의 축제일이자, 단재학교 영화팀 아이들의 축제일이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발표회이기도 했고, 그 순간의 뿌듯함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열심히 영화를 만들고 상영회를 했다. 얼굴 가득 뿌듯함이 가득하다.



그런데 그날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지금껏 살면서 여러 황당한 일을 겪긴 했지만, 가장 당황스러운 일은 뭐니 뭐니 해도 ‘내 집에 내가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분명히 문 하나만 열면 들어갈 수 있고, 지금껏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갈 수 있던 곳인데, 열쇠를 잃어버렸던, 번호키의 번호가 바뀌었던 문을 열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문 앞에서 ‘열려라 참깨!’를 외치고 싶은 심경이지만, 그리 할 수도 없다. 



▲ 문이 닫히니, 속수무책이다. 이런 난감함은 중3때 느껴본 후 처음이다. 문 하나를 두고 들어갈 수 없는 막막함.



발표일이 하필 이삿날과 겹친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기에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짐을 나르고 정리까지 한 후에 출발하려 했다. 아침 7시부터 짐을 나르기 시작했는데, 전에 살던 사람이 하나도 치워놓고 가질 않아서 집엔 먼지가 한 가득 쌓여 있었다. 그래서 오전 중으로 짐을 모두 나르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도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 서울에서 4년이 넘도록 살다 보니, 그새 세간이 부쩍 늘어서였고, 청소까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정리를 하다 보니 뭔가 말끔히 치워져 가고 정리되어 가서 ‘나만의 공간’이 되어 간다는 기분은 무지 좋았다. 



▲ 짐을 날라 놓으니, 대략난감이다. 방바닥엔 먼지가 가득하고, 짐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지?



하지만 물티슈를 바닥나면서 그걸 사러 슈퍼에 갔다 온 게 문제였다. 아니, 그것보단 오후에 조급하게 번호키의 번호를 바꾼 게 문제였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바꿔도 됐을 텐데, 뭐가 그리 급한지 급하게 변경한 것이다. 솔직히 번호키 번호 변경은 학교에서도 전주 집에서도 여러 번 해본 적이 있기에 그게 걸림돌이 될 거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슈퍼에서 돌아와 변경한 번호를 눌러보니, 평소 같으면 ‘삐리릭~’하며 열릴 것이, 그 땐 ‘삑! 삑! 삐~익!’이란 소음을 내며 열리지 않았다. 초반엔 ‘내가 번호를 잘못 누른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여러 번 계속 되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무려 40분 정도를 번호키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수리기사님을 불러 번호키를 부수고 다시 설치해야 했다. 그 시간은 무려 1시간 30분이나 넘게 걸려 5시가 약간 넘어서야 끝났다. 이것 때문에 2회 꿈틀이 축제엔 참석할 수 없었다는 슬픈 전설이 떠돌게 된 것이다.                



▲ 올해 6월에 찍은 사진. 이젠 나름 나만의 공간으로 정리가 되었다. 아이들은 영화를 찍기 위해 우리집에 왔




마침내 건빵이 꿈틀이 축제에 참석하다

     

작년의 그런 아픔을 곱씹으며 이번엔 꼭 참석하리라 맘먹었다. 더욱이 이번 축제의 경우 단재학교 아이들이 ‘아이디어 발표대회’에도 참여하여 좀비어택이란 카드 게임을 발표하고, 그 다음엔 민석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영화를 상영하기에 무조건 참석해야만 한다. 

꿈틀이 축제는 3시부터 시작되지만, 발표를 하는 팀들은 리허설을 해야 했기에 1시까지 수련관으로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린 광나루역에서 12시 30분에 모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은근히 긴장되더라. 나는 그저 교사의 입장으로 참석하고 아이들이 잘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만 하면 되지만, 그래도 발표를 한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든 주위 사람에게든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청소년센터까지는 자전거로 채 30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기에 부리나케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날씨는 포근해도 안개 같은 게 껴 있어서 우중충한 날씨였다. 



▲ 우중충한 날씨. 그래도 춥진 않고 포근해서 다행이다.



광나루역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으니 30분 전에 온 아이는 태기뿐이었고, 나머지는 10분 이상 늦게 왔다. 아이들을 데리고 대극장으로 가니, 준비가 한창이더라. 1시부터 2시 30분까지는 발표자들이 등장과 퇴장, 그리고 약간의 발표까지 리허설을 하며 무대 동선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서로 우왕좌왕하지 않고 깔끔한 발표회가 된다. 우리의 발표순서는 맨 마지막이었기에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긴장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우리가 리허설을 할 차례가 되어 규빈이가 무대 위에 섰고 피피티를 넘기는 법과 등장과 퇴장을 맞춘 후에 내려왔다. 이 순간 그 누구보다도 떨릴 사람은 단연 규빈일 것이다. 그저 옆에서 ‘지금껏 한 것처럼만 해’라는 마음으로 응원해주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총 12팀의 아이들.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아이디어 발표회 현장 스케치

     

3시가 약간 넘자 드디어 3회 꿈틀이 축제가 시작됐다. 이 축제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져 진행된다. 1부는 ‘아이디어 발표대회’로,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이디어들을 발표하는 시간이고 2부는 센터에서 진행한 사업들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다. 



▲ 2부로 진행된다. 3시에 시작하여 6시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단재학교는 1부와 2부에 모두 참여한다.



드디어 사회자의 등장과 함께 1부의 문이 활짝 열었다. 우리는 마지막 발표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고, 아이들도 아직은 그다지 긴장한 모습은 아니었다. 한 팀씩 올라가 발표를 하는데 스타트를 끊은 팀은 오늘 발표팀 중 최연소 발표자인 초등학생 남매팀이었다. 무대라는 게 막상 올라보면 얼마나 떨리는지, 그건 말로는 할 수가 없다. 그걸 흔히 무대공포증이라고 하는데, 남매팀은 그다지 떠는 기색 없이 잘 하더라. 내용 여하를 떠나서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최연소팀이자, 첫 번째 발표팀. 떨릴 텐데도 잘 하더라.



오늘은 총 12팀이 나와서 발표를 한다. 대부분 1~2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현모양처 단재팀’을 포함한 두 팀만 4명으로 구성된 팀이더라. 솔직히 우리팀은 4명만 팀원으로 기재해야 했기에 4명만 적은 것이지, 실제 팀은 7명(이런 자초지종에 대해선 다음에 쓰게 될 ‘좀비어택 게임의 모든 것’이란 글에서 자세히 밝힐 것임)이라 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학교에서 동아리를 만들어 발표대회를 준비하기보다 개인이 또는 가족이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걸로 보면 단재학교팀은 팀워크를 중시했다는 측면에서 발표회의 성격(Touch 말고 Speech)에 가장 알맞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총 12팀이 발표를 한다. 그 중에 중고등팀인 단재팀이 눈에 띈다.



게임을 제안한 팀은 4팀이었다. 게임은 단순히 피피티로 발표만 해서는 ‘도무지 어떤 게임인지?’, ‘재미는 있는지?’를 하나도 모르겠더라. 좀 더 알기 쉽게 하려면 실제 게임하는 모습을 보여주던지, 영상 편집을 통해 간결하게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보여주던지 해야 한다. 그건 단재팀이 발표한 ‘좀비어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빈이는 준비한 대로 열심히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 게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는 부족했다. 그러니 게임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발표 시간을 충분히 줘서 게임의 룰을 자세히 설명하고 직접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규빈인 당당히 서서 준비해온 것을 별로 떨림 없이 잘 해냈다. 아이컨텍까지 할 정도로 능숙하게 말이다.



나머지 팀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체크할 수 있는 어플을 설치하여 사용 시간만큼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던지, 사용시간이 가장 많은 사람부터 집안 일 중에 힘든 일을 벌칙으로 수행하게 한다던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여 가족이 힘낼 수 있도록 한다던지, 대화보단 이모티콘만 주로 사용하는 카톡 대신에 밴드를 써서 소통의 장을 확장한다던지 등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 5분 정도의 발표지만 막상 무대에 선 아이들은 무지 떨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잘 했다는 게 중요하다.



누구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인다 → 가족끼리 대화가 늘어난다’고 보는 평면적인 관점만 제시하고 있더라. 어찌 보면 서로의 대화가 줄어든 데엔 스마트폰 사용이 문제가 아니라, 서로에게 별 관심은 없고 그저 ‘공부해’, ‘학원 숙제해’ 따위의 당위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모는 어느 순간부터 학습매니저 역할을 자임하며 대화보단 공부계획만을 체크하게 됐으며, 아이들도 부모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기보다 귀찮게 하는 존재, 끊임없이 억압하는 존재로 여기게 되었다. 그러니 부모가 어떤 얘기를 하든 짜증부터 내며, 맘을 몰라준다고 섭섭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디어 발표대회’에서 중점에 둬야 할 것은 ‘어떻게 깨진 가족을 복원할 것인가?’, ‘대화가 차단된 가족 문화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하는 근본적인 물음이라 할 수 있다. 이건 분명히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기에, 좀 더 깊이 고민해봐야만 한다.                



▲ 운 좋게도 현모양처 단재팀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모두 모두 수고 많았고, 이 순간 함께 기뻐하자.




현모양처 단재팀최우수상을 수상하다

     

운이 좋게도 현모양처 단재팀은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이 만들어지기까지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한 아이들, 그리고 일러스트까지 직접 그려 발표문을 정성스레 만들고 발표까지 한 규빈이, 카드 디자인을 고퀄리티로 하여 카드 게임의 묘미를 잘 살려준 재홍이, 모두 모두 기쁨의 순간을 만끽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렇기에 우린 상을 받는 그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함께 나눈 것이다. 



▲ 다음 후기에선 좀비어택 게임의 이모저모로 안내한다.



다음 후기에선 ‘좀비어택 게임, 이렇게 만들어졌고, 이렇게 발표하게 되었다’에 대해 쓰겠다. 왜 이런 카드게임을 만들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발표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지에 대해 알아보자. 



▲ 우리 모두 이 순간을 함께 했기에, 우리 모두가 이 순간의 주인공이자, 챔피언~




목차     


1. 모르기에 갈 뿐

사전적 지성으로 배워왔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사후적 지성으로 배우라

광진iwill센터와의 인연을 통해 사후적 지성을 느끼다

2016년 꿈틀이 축제, 그 현장으로     


2. 3회 꿈틀이 축제에 가보자

제2회 꿈틀이 축제의 기억

마침내 건빵이 꿈틀이 축제에 참석하다

아이디어 발표회 현장 스케치

현모양처 단재팀, 최우수상을 수상하다

  

3. ‘좀비어택’ 카드게임을 만들다

‘좀비어택’은 시작은 어땠나요?

‘좀비어택’ 이렇게 탄생했다

발표한다는 부담이 앞을 가로막네

아이디어 발표대회에 당당히 선, 현모양처 단재팀

  

4. 단재학교 영화팀 5번째 작품제작기

전문가만이, 교원자격증을 지녀야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 

반보 뒤에 서서 함께 가는 존재로서의 교사

『DREAM』은 김민석 감독 작품이 아닌 오현세 감독 작품이었다?

김민석 감독이 두 번째로 메가폰을 잡게 되다

집착력과 책임감으로 영화를 만들다

 

5. 돈 돈 돈, 그것이 문제로다

모르기에 우리는 우연에 몸을 맡긴 채 살아간다

7명의 현모양처 단재팀이 최우수상을 받다

상금 배분의 문제로 골머리 썩다

상금 배분 위원회를 위한 기본 전제 마련하기

무엇을 상상했든 그 이상

제3회 꿈틀이 축제는 선물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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