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가는 예민함에 시작된 우연(운명) 같은 거였다.
앞서 1-4편의 글에 쓴 내 생각을 요약해 보자면, 섬세함은 이성적으로 분석적이고 꼼꼼한 능력을, 예민함은 감정적인 반응에 관련된 경향을 나타내는 것으로 구분됨이라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듯싶다. 그러나 난 또 이 생각이 완전 다른 생각으로이어 질지도 모른다... :)
예민함과 섬세함이 적절히 반란스 있게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삶을 살면, 난 얼마나 좋을까? 난 예민과 섬세함의 적절한 조화를 가지는 일이나, 행위를 하고 있는가?
아마도 주 3,4회 하고 있는 요가와 커피드립핑이 유일하게 내가 그 둘의 발란스를 맞추며 하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5,6년 전 난 밤, 낮, 주말 없이 일만 했던 시절이 있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얻은 건 거북목..
그 시절 난 몸과 분리되어 가는 나의 목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만 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수영이었으며, 초등학생 때 여름방학이면, 어머니께서 억지로 보내던 어린이 수영교실 이후 첫 수영강습이었다. 주 2회, 6개월을 등록했고, (난 호갱기가 좀 있다... 수영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여서 1개월만 등록해 보고, 추가 기간을 결정하려 했으나, 3개월 하면 할인이, 6개월은 더 큰 할인이 된다는 상담원의 말에 덜컥 6개월을... 결제하였다... )
그렇게 난 주 2회 수영을 시작하게 되었다. 판때기를 잡고, 물에서 둥둥 떠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판잡고 물에 떠다니기, 이후엔 팔을 돌리며 숨쉬기를 연습한다. 판을 잡고, 자유형을 연습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기간이 지나 판없이 자유형을 해야 하는 레벨이 되었고, 나에게 판없이는 팔을 돌리고, 머리도 돌려 숨 쉬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이 시작한 같은 클래스의 다른 분들은 모두 판없이 자유형에 성공해서, 좀 더 난이도 있는 옆레일로 이동하고, 난 초급 레일에 혼자 남아 새로 오는 강습생들과 함께 해야 했다.
좀 창피해도 그냥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했더라면...??? 여하튼 난 그때 예민하게 강정적으로 반응한 창피함 때문에... 수영을 한 지 2달 정도 된 시점에 수영이 가기 싫어졌다.. 사실 이미 1달쯤부터 가기 싫었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하고 있었다.
아직 수강권이 4개월이 남아 있지만, 수영장 1층 있는 조그마한 헬스장, 회원들에겐 무료 이용이 가능한 그 헬스장 덕분에, 4개월간 헬스라도 열심히 한다면, 돈이 아깝지 않고, 수영을 안 해도 난 손해 보는 거 없다는... 스스로 아주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수영은 그만하리라 다짐하였다...
1달 정도 주 2회 빠짐없이 헬스장을 갔다. 헬스도 처음이었고... 기구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고, 어디서 유산소 운동이 어쩌고 저쩌고를 들어서, 난 만만해 보이는 러닝머신과 스피닝머신만 열심히 했다. 그러다 헬스장 한쪽에 있는 GX룸이 궁금해졌고, 그 안에 선 아주머니들이 에어로빅, 줌바, 댄스, 요가 같은 것을 돌아가면 하고 계셨다. 그곳은 마치 금남의 공간, 실버들의 전용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GX룸은 모든 회원을 위한 무료 수업공간이며, 난 요가 수업에 들어가 보기로 용기를 내본다.
나의 첫 요가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미 오랜 시간 수영과 여러 GX수업으로 서로 친분을 쌓아오신 아주머니 5,6분이 앞줄에 앉아 계셨다. 난 처음이고 남자 혼자 좀 눈치도 보여 맨 뒤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수업 전 아주머니들은 한창 수다 중이셨고, 한 아주머니께서 혼잣말이셨는지, 내가 듣기를 바라신 건지, "무슨 남자가 요가 수업을 들어왔어??"라고 하셨다.
난 사실 요가수업을 들어가면 요가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불편해하실걸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앞, 옆, 뒤 모든 벽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있고, 타이트한 옷에 민망한 자세들을... 불편하실걸 알았다. 그러나, 내 귀속으로 들어온 "무슨 남자가 요가 수업을 들어왔어??" 이 한마디는 순식간에 "나를 불편해하실 거 같은데..."라는 배려심에서 "난 이제 모든 요가수업에 들어와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겠어!"라는 복수심으로 바뀌었다.
호기심에 들어가 본 Gx룸, GX 수업 중에 제일 만만해 보인 요가... 수영 회원권 끊어놓은 돈이 아까워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들어간 요가... 아마 1,2번 해보고 안 했을 그 요가는...
예민한 나의 마음속의 복수심을 불러냈고, 아직 3개월 정도 남은 회원권은 요가로 채우리라 다짐했다.
그날의 예민한 나의 마음은 지금까지 요가를 하는 나의 운명이었다.
그렇게 1달 정도 꾸준히 GX 요가수업을 들어가서 요가를 하며, 요가가 좋다거나 재밌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열심히 들어갔다... 그런데..
헬스장은 남성의 구역, GX룸은 여성... 암묵적인 룰이 깨지고 있었다. 요가 수업을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된 시점에 다른 남성분 한 분이 더 들어오시고, 그러더니 금방 수업마다 3~4명은 남성이었다. 난 그때쯤부터, 난 왠지 모를 선구자가 된 느낌이 들기도, 내 마음속의 복수심도... 사라지고, 요가 선생님의 말에 따라 내면 속 섬세한 움직임을 바라보고, 느끼고 있었다. 섬세한 호흡을, 섬세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의 힘의 이동... 섬세한 마음을 알아차리기... 등 난 이렇게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예민함으로 시작한 나의 요가는 섬세한 마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우연히 예민하다고 들은 나... 난 예민한 게 아닌 섬세한 거라는 자기 합리화.
예민한 동양인, 섬세한 서양인의 대한 생각 01.
예민한 동양인, 섬세한 서양인의 대한 생각 02.
예민한 동양인을 위한 디자인, 섬세한 서양인을 위한 디자인.
나의 예민함에서 시작된 요가는 나를 섬세하게 만들어 주었다.
예민해져 가는 사회(세상) 속에서 섬세하게 살기 01.
예민해져 가는 사회(세상) 속에서 섬세하게 살기 02.
예민은 버릇을, 섬세는 습관을 닮았다.
섬세한 인공지능, 예민한 인간지능
섬세하게 살기 위한 나의 Work-Life Bal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