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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권수 Apr 22. 2020

명상과 주의 조절


명상은 기본적으로 주의 조절을 기반으로 한다. 사람의 기억과 의식은 주의(attention)를 기반으로 성립된다. 주의가 가지 않으면 눈으로 보아도 인식하지 못한다. 수많은 정보가 감각기관에 노출되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은 인식하지 못한다. 또한 감각기관으로 들어온 정보가 뇌에서 주의가 할당되지 못하면 뇌는 인식하지 못한다. 우리의 생각, 감정, 감각의 인식은 이런 주의와 연결되어 상호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의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 https://brunch.co.kr/@hesse24/67

*[성장과 발달의 가장 큰 재산, 주의력] https://brunch.co.kr/@hesse24/96

*[주의의 습관이 만드는 서로 다른 삶] https://brunch.co.kr/@hesse24/21



호흡, 움직임, 감각, 생각, 감정, 소리, 빛, 형상, 반복된 만트라(진언, 의미적 소리) 등 그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하는 명상이든 주의를 조절하는 과정이 있어야 명상이다. 주의를 조절한다는 것은 스스로 조절하는 주체로서 주의를 선택하고, 집중하고, 주변의 소음과 잡념을 제거하고, 집중의 상태를 지속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그래서 명상을 주의력 훈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주의 조절이 명상의 과정과 결과의 주축이 된다. 명상을 일정 기간 동안 수행했더니 주의력, 기억력이 향상되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감정조절 능력이 개선되었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주의를 조절하는 부위의 전전두엽의 기능이 향상되고 활성된다는 것도 명상이 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훈련이기 때문이다. 

*[명상의 과학적 효과] https://brunch.co.kr/@hesse24/5


주의를 조절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배양되지 않으면 명상은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주의가 집중되고 주변의 잡념, 소음으로 자유로워지면서 고요하고 평안한 상태를 경험하면 명상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게 된다. 주의가 집중되면 편안하고 고요해진다. 미국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의 생활 전반에 명상이 일상화 된 것도 평안함과 스트레스 해소를 직접 경험한 것이지만 주의 조절능력이 향상되면서 내외부적 인식의 명확함이 일상의 갈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주의가 집중될 때 내외부적인 갈등과 저항이 줄어들지만 긍정적 정서도 유발된다. 긍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호르몬의 분비로 설명되지만 심신의 균형이 만들어내는 결과이기도 하다. 명상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몰입(flow)를 연구한 칙센트 미하이 교수의 주장은 주의가 집중된 상태에 긍정적 정서는 어떤 곳에서나 동일하게 나타났다.

*[명상에서의 이완] https://brunch.co.kr/@hesse24/145     

      


명상에서 주의를 활용하는 방식은 좀 다르다. 한 곳에 주의를 깊게 집중시키기도 하지만 보다 중립적으로 순수한 주의를 활용한다. ‘판단하지 않고 인식한다’ ‘판단하지 않고 경험한다’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주의를 길들인다. 우리는 양치를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양치를 하다 이발이 시리면 “충치가 있는 거 아니야”, “치아보험을 들어놔야 하는데” 등등 판단과 감정의 연쇄적인 반응에 이끌려 현재를 순수하게 경험하지 못한다. 경험과 거리를 두고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경험하도록 주의를 활용한다. 판단과 감정, 감각에 이끌려 가지 않으려면 고도의 주의조절력이 연습되어야 한다. 이런 순수한 주의가 길들여지면 과거나 미래, 선입견과 편견, 습관적으로 길들여진 기억으로 주의가 이탈하지 않고 뇌는 평안하게 쉬고 내외부의 자극에 휘둘리지 않는다. 



 명상은 메타인지를 향상시킨다. 흔히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아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주의가 어떻게 흐르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제삼자의 자신이 아는 것이다. 마치 바둑을 두고 있는 자신을 훈수 두는 사람처럼 지켜보는 것과 같다. 자신이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을 때 그 대상에 함몰되지 않는다. 이런 메타적 인지는 내가 과거의 습관이나 관습, 기억 또는 미래의 걱정 등에 함몰되지 않고 경험하는지 알 수 있다. 명상이 작업기억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는 주의를 활용하는 특별한 방식으로 메타인지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작업기억은 하나의 작업을 위해서 다양한 기억을 떠올려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주의 조절력이 발달되어야 한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23*15를 계산해 보자. 일 단위를 곱셈하는 동안 무엇을 계산하는지도 잊어버리거나 십 단위를 계산할 때 일 단위의 결과 값도 잊어버리기 일쑤다. 물론 주변의 소리나 자극, 힘들다는 판단과 감정에 주의가 끌려가면 더 이상 진척되지 않는다. 거리를 두고 자신이 인식하는 것들을 메타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은 이런 고도의 주의 조절력을 활용하는 작업기억을 향상시킨다. 이런 주의 조절은 감정이나 생각을 조절하는데도 용이하고 새로운 측면의 생각, 본질을 통찰하는데도 용이다. 명상을 하면 본질의 깨우침이나 알아차림의 영적인 통찰도 주의를 조절하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명상은 내가 주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명상과 작업기억] https://brunch.co.kr/@hesse24/144

*[작업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https://brunch.co.kr/@hesse24/23      


** 두 문단으로 쉽게 정리하려는 문장이 길어지는 것을 보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닌 듯하다. 쉽고 아주 간단하게 정리하려고 했는데...하지만 수동적으로 주의가 집중되도록 해서 이완과 편안함을 만드는 것이 명상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명상은 주의 조절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마사지, 중독, 사이비 종교, 이념을 무작정 추종하는 형식들과 구분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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